평온하게 잠든 왕비의 모습을 향해 손을 뻗는 ‘악마’의 모습에 그는 그 자리에서 움찔했다.
그 이후에 일어날 일이 어떤 것인지 짐작도 못 하거니와 마음 속 깊이 자리 잡은 불길함과 큰 불안감이 경종을 울리듯이 심장이 심하게 요동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망설임과 혹시나 하는 기대심. 여러 가지 얽힌 복잡한 마음과 생각들.
그러나 정말 솔직한 마음 속 바람은―. 다시 되찾고 싶다는 것―.
며칠 동안 처음은 이것이 아득히 먼,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라 멍하니 보냈다. 그리고 그 후엔 뼈저리게 뼛속까지 느껴졌던 현실로 인해 절망했다.
이제는 아무래도 좋았다. 어떤 죄를 범한다 해도 바라는 것은 하나.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단 한 가지 바람―. 그것은 이 모든 것이 한 순간 악몽과도 같이 사라져버리는 것.
그것뿐이었다―.
은밀하면서도 연인을 대하는 듯이 애무하는 손길이, 붉은 달빛에 물든 창백한 손이 허공에 뻗어진다.
그러나 손이 닿은, 본디 장밋빛으로 물들어 있어야할 뺨은 시리도록 차갑고 희고 그 몸에는 시체가 부패하는 것을 막도록 몸 속 깊숙이 스며들게 한 강한 약품냄새만이 감돈다.
사락―.
평소에 곱게 시녀가 빗으로 빗어 윤기가 있던 머리카락이 손에 살짝 닿자 푸석거리며 축 쳐져간다.
그러나 그의 손길은 시체에 대한 불쾌감도 없이 부드럽게 움직인다. 살아있는 왕비와 몰래 사랑을 나누듯이 은밀하고도 상냥하게.
“으음.”
그런 그의 손길이 소리에 멈추었다. 그리고 그가 고개를 돌리자 그 모습에 불쾌함을 애써 감추려는 듯이 헛기침을 해대는 왕의 모습이 그의 눈동자에 비치었다. 아무리 죽은 시체라 하더라도 신원도 불명인 남자가 아내인 왕비를 마음대로 만지작거리는 것은 기분이 나쁘리라.
“이런 내가 결례를 범했나?”
그런 왕의 인내심을 시험이라도 하듯이 그의 손길이 살짝 마지막으로 뻗어지고 완전히 관에서 멀어져갔다. 그러자 왕의 찌푸린 표정으로 인해 생겼던 주름이 살짝 펴지는 것이 멀리서 보였다.
“그럼―.”
왕을 힐끔 쳐다보고는 악마는 비웃는 듯한 조소의 웃음을 머금고는 순식간에 한 손의 검은 손톱을 세워 다른 한 손의 손바닥을 확 그었다. 그러자 붉은 선혈의 피가 밑에 뚝뚝 떨어져 작은 웅덩이를 생기게 할 정도로 흘러내렸다.
그리고 그는 아무 말 없는 왕을 신경 쓰지 않고 그 피가 흐르는 손을, 왕비가 있는 관으로 뻗었다.
또옥―.
붉은 핏방울이 왕비의 시체로 흘러내리며 얼굴을 붉게 물들인다. 무언의 변화를 알리는 악마의 손이 움직인다.
이윽고 그것은 한 순간이었다. 조금 흘러내린 피는 서서히 번져나가며 붉은 거품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붉은 거품은 탐욕스럽게 죽은 육체를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몸과 뼈는 형체를 잃고 강한 산에 부식되어가듯이 분리되어 사라져가고 있었다. 살이 타들어가는 매캐한 냄새가 방 안을 감돌기 시작했다.
“우욱.”
그 소름끼치도록 불쾌한 냄새와 코를 찌르는 감각이 모든 감각을 마비시켰다. 왕의 눈동자에 붉음이 서서히 물들기 시작한다.
두근―.
소리를 잃어버렸던 붉은 심장이 다시 박동하기 시작했다. 악마는 비웃었다. 결코 해서는 안 될, 인간으로서의 금기를 깬, 죄인이 된 왕을 비웃었다.
사락―.
그와 동시에 반응하듯이 붉은 거품 속에서 투명한 손이 거품을 헤치고 나온다. 그 손이 일어날 곳을 찾는 듯 공중을 휘저었다. 이윽고 손은 관의 모서리에 손을 대고 일어서려고 힘을 주었다.
“왕비?”
믿기지 않는 듯 되묻는 말로, 의문 섞인 말로 왕은 관에서 일어나는 그림자를 향해 말을 걸었다. 그러자 그에 반응하듯이 그림자가 움직임을 멈추었다.
붉은 달빛에 반사되어 왕을 바라보는 눈동자.
“폐하.”
결코 다신들을 수 없을 거라 믿었던 목소리가 마음 깊숙이 울려 퍼진다. 전혀 변하지 않은, 아니 단 하나 변한 왕비의 붉은 눈동자가 왕을 응시한다.
왕이 그 목소리에 이끌리듯이 한 발을 내딛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그 처음 부드러운 목소리는 안개처럼 이내 사라졌다.
“어째서 절 살린 겁니까!”
이어진 목소리는 분노의 감정이 휘몰아치는 원망의 목소리―였다. 그리고 목소리와 함께 펼쳐진 광경은 몸을 꿰뚫은 날카로운 손톱과―.
붉은 꽃잎이 바람에 으스러져 떨어지는 광경처럼 붉게 한 방울 한 방울 떨어지는, 번져가는 피의 웅덩이―였다.
안녕하세요? 은빛카린입니다!
얼마 안 지나서 찾아왔습니다. 그동안 너무 안 올린 전과가 있어서 말이지요.-_-
실습 틈틈히 쓴 내용이 어느정도 되길래 올립니다.
오늘부로 실습 끝났습니다! 하핫!!!
ps. 오타, 지적사항, 감상평 덧글은 환영합니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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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은빛카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09.08.02 다음 화는 좀 더 잔혹동화적일 텐데...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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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산스]風〃엘 작성시간 09.08.02 분위기 마음에 들어. [생긋] 뭔가 할 말이 있었는데 글로 안 떠오르네. [침울] 어쨌든, 실습 끝난거 축하해~ 수고하셨어 ! [응?] ....파, 팔월부코 올 거야?! [이게 용건 < 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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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은빛카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09.08.03 잔혹동화 분위기 나도 좋아해...하핫. 팔월 부코 못 갈 거 같아.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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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히엔 작성시간 09.08.08 분위기...멋지네요;ㅁ; 어헝헝.. 언제봐도 잘쓰시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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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은빛카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09.08.09 분위기 멋지다니...감사해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