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다음 아고라에 흑색종 환자의 면역 항암제 급여 승인을 촉구하는 청원을 한 유소희라고 합니다. 저는 면역항암제에 반응이 없는 흑색종 환자입니다.
면역항암제에 반응도 없는 사람이, 앞으로 면역항암제를 쓸 사람도 아닌 환자가 청원하였습니다. 처음에는, 그래서 내가 해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이 되었습니다.
그 다음 그저 상식이 거부당한 것이 기분 나빴습니다. 흑색종이 2015년 이미 치료약으로 인정되었으며, 급여상정이 되는 것이 당연한 상식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오히려 늦게 치료약으로 인정된 폐암(2016년 4월)이 먼저 상정 되었다니, 이것은 흑색종이 소수라는 점 말고는 이유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흑색종이 소수라는 점은 흑색종 환자의 선택이 아닙니다. 우연히 걸린 흑색종이라는 암에 대한 천형을 소수라는 이유로 홀로 짊어지다 가족과 함께 파탄에 이르러야겠습니까. 흑색종 환자에게도 인간이기 때문에 평등할 수 있는 권리, 다수에게 빼앗길 수 없는 권리, 인권이 있습니다. 오랜 세월 성실한 시민으로 살아온 많은 흑색종 환자들은 억울합니다.
이번에 면역항암제 승인을 받은 다수의 폐암 환자들도 흑색종이 승인대상에서 제외된 것에 매우 놀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승인제외는 상식적이지 않으며, 흑색종 환자를 ‘소수자’로 자각하게 하는 이런 결정을 당장 철회 하십시오.
다음으로 면역항암제는 흑색종의 희생을 딛고 만들어진 약제입니다. 저는 2016년 9월 4기에 들어선 이후 임상실험에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그 실험은 keynote-252라는 임상실험으로 키트루다와 애파카도스태트라는 면역항암제 병용 요법이었습니다. 이 실험 도중 전신에 암세포가 퍼져나가 실험을 중단하였습니다. 전신에 퍼진 암세포는 표준항암제에 반응하지 않았고 지금은 치료제가 없어서 치료를 중단한 상태입니다.
제가 임상실험 중에 나쁜 소식을 접하면서 ‘이렇게 나처럼 실험에 참가하는 동안 몸이 나빠지거나 혹은 죽음이 올 수도 있는데...임상실험은 이 약제를 쓰는 뒷사람을 위해 희생하는 것이구나.’ 라는 생각을 가지기로 했습니다. 키트루다 역시 많은 흑색종 환자의 희생을 딛고 만들어졌으며, 놀라운 생존율(40~50%)를 보이고 있지만, 나머지 반의 사람들은 이 데이터의 희생자들입니다.
흑색종 치료약은 많은 실패와 희생이 있어왔습니다. 흑색종 치료약 3상 실험 중(모집단 300명) 그 생존자가 1년 후 29명이었다는 내용을 책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임상실험은 환자의 생명을 걸고 하는, 다음세대 환자를 위한 희생입니다.
면역항암제는 흑색종 환자들이 임상실험을 통해 온몸으로 목숨을 걸고 만들어낸 약제이며, 지금의 긍정적 데이터 밑에 숨어있는 실패한 사람들의 영혼이 있는 약제입니다. 이 점이 너무 억울했습니다.
통합 정부가 출범했습니다. 통합은 소수를 제외한 세상을 말하는 것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통합은 희생당한 사람의 업적을 무시하는 것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흑색종 환자에게 치료의 기회를 주십시오.
흑색종 환자들의 희생을 무의미하게 만들지 말아주십시오.
저의 사례도 그렇지만 흑색종 3기 이후 4기, 말기까지는 시간이 없습니다. 1년도 채 걸리지 않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2017년 6월 면역항암제 급여 꼭 필요합니다. 희망을 주십시오.
2017년 5월 20일
청원인 유소희 이하 1107명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