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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색종 환자들도…"면역항암제 쓰고 싶어요"
폐암 급여 앞둔 '키트루다·옵디보'에 흑색종 급여요구 높아져
▲ 30일 정부청사 앞에서 시위 중인 흑색종 환자들
MSD의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는 약평위 당시 '급여 적정' 평가를 받아 건강보험공단과 협상단계로 넘어갔고, BMS·오노약품의 '옵디보(니볼루맙)'는 약평위 재심의를 앞둔 상태다.
하지만 끝이 아니었다. 위험분담제(RSA)를 통한 급여 혜택이 적용되는 대상은 플래티넘계 항암화학요법에 실패하고, PD-L1 양성(키트루다 기준, 발현율≥50%) 소견을 보이는 말기(ⅢB 이상) 비소세포폐암 환자로 제한된다.
흑색종으로 진단받은 환자가 키트루다나 옵디보 같은 면역항암제를 투여받으려면 약제비를 전액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상황. 2015년 3월 면역항암제 최초 적응증으로 허가된 흑색종이 정작 급여 과정에선 외면받고 있다.
절망스러운 현실에 직면한 흑색종 환자 6명이 30일 광화문 정부청사 앞에 피켓을 들고 선 것도 그러한 연유다.
◆조기진단 어려운 악성흑색종…5년새 36% 증가= 흑색종은 멜라닌 색소를 만들어 내는 멜라닌 세포의 악성화로 생긴 종양이다.
일반적으로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은 흑색종 발생빈도가 서양보다 발생빈도가 훨씬 낮다고 알려졌는데, 사실 우리나라는 전국 단위의 통계자료가 없어서 정확한 유병현황을 파악하기 힘들다고 봐야 한다.
2013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악성 흑색종 진료인원은 2007년 1894명에서 2011년 2576명으로 5년간 682명(36%)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연평균 증가율은 8%정도다.
▲ 흑색종 환자들은 소수라는 이유로 급여 논의에서 제외됐다는 사실에 대해 강력 항의했다.
면역항암제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임상 단계에서도 마땅한 대책이 없었다. 300명 대상으로 이뤄진 3상임상에서조차 1년 뒤 생존한 환자가 29명 뿐이었다는 게 환자단체 측의 전언.
참고로 한국로슈의 전이성 흑색종치료제 '젤보라프(베무라페닙)'는 지난 3월에야 경제성평가 면제 특례제도를 적용받아 '급여 적정' 판결을 받았다. 국내 허가 후 4년 7개월만의 성과였다. 젤보라프는 로슈와 건강보험공단 간 약가협상이 성사된다는 전제 하에 6~7월경 급여등재가 예상되고 있다.
현재로선 급여적용이 가능한 치료대안이 없다는 얘기다. 면역항암제 허가 소식에 희망을 걸어왔다는 흑색종 환자들은 "소수라는 이유로 급여 논의과정에서 배제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린다.
◆비급여 치료가격 1억원…"살고 싶어요"= '흑색종 환우 모임'이란 이름의 온라인 까페(cafe.daum.net/MelanomaSH)는 회원수가 30명 남짓에 불과하다. 이 카페에 악성 흑색종 4기라는 김선숙 환자의 사연이 올라왔다.
발바닥에 티눈이 생긴 줄로만 알고 한참을 방치했다는 김 씨는 2013년 8월 피부과에서 흑색종으로 진단된 뒤 즉각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2015년 재발 판정을 받았고, 여보이(이필리무맙) 임상시험에 참여해 4번 투약을 받았는데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그러던 중 2015년 12월 키트루다를 4번 투여받자 다리로 전이된 종양들이 전부 사라지는 효과를 봤단다. 이후 용량을 절반으로 줄여 1년 가까이 치료를 받는 동안 대략 1억원의 비용이 소요됐다.
흑색종은 치료됐지만 뇌와 폐로 전이된 탓에 예방 차원에서 키트루다를 최소 2년까지 투여받아야 한다는 설명을 들었다는 김 씨는 최근 결정을 망설이고 있다. 연간 1억원을 호가하는 약제비 부담 탓이다. 올 8월경 면역항암제 급여가 된다길래 기대를 걸었지만 흑색종은 제외된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복지부에 전화를 걸어 "흑색종은 적응증도 먼저 나오고 80% 효과를 보여 폐암보다 높은데 왜 급여가 제외되느냐"고 따져봐도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고 했다.
▲ 온라인까페에 공개된 흑색종 환자들의 다양한 사연
이달 초에는 "흑색종 환자들에게 면역항암제 급여화를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으로 다음 아고라에 올라온 게시글이 2주동안 1107명의 서명을 받기에 이른다. 목표인원수를 110% 달성한 셈이다. "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희귀암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 급여 문턱에서 외면받아선 안 된다"는 흑색종 환자의 호소가 대중들로부터 공감대를 얻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 같은 반응에 용기를 얻은 흑색종 환자들은 지난 23일 서울 광화문 정부청사 앞에서 2시간 동안 흑색종에 대한 면역항암제 급여화를 요구하는 1차 시위를 감행했다. 이 자리에 함께 하지 못한 환자들은 사진과 사연글을 보내왔고, 39일 2차집회로까지 이어지게 된 것이다.
▲ 다음 아고라에 올라온 흑색종 급여청원글.
환자단체가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당장 폐암 급여조차 마무리하지 못한 제약사들은 뻔한 입장만을 내놓을 뿐이다.
환자단체 관계자에 따르면 BMS 측은 30일 옵디보의 흑색종 급여 여부를 묻는 환자단체에게 "옵디보가 국내에서 수술이 불가능한 전이성 흑색종과 백금기반 화학요법에 실패한 국소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치료에 적응증을 받았지만 흑색종은 보험 급여에서 제외됐다"며, "흑색종 환자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관련 법령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오노약품과 함께 최선을 다하겠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항암제의 치료효과가 좋아질수록 빚이 늘어난다며 한숨짓는 환자들.
정부가 품목별 총액관리를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고가의 항암제와 제한된 건보재정을 둘러싼 암환자들의 절규가 언제까지 이어져야 할지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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