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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머니의 밥 짓기

작성자솔지|작성시간26.06.18|조회수26 목록 댓글 3





내 어머니의 밥 짓기
 
김옥춘
 
볏짚 똬리 위에
동이 이고
해당화 꽃잎 밀어내며
샘물 길어다가
아궁이에
나무 때서
가마솥에
감자 섞은 옥수수밥을
지으셨지요.
화로에
된장찌개 끓이셨지요.
나 아주 어렸을 때
내 어머니
꽃다웠을 그때에
강원도 산골에서
동화처럼
전설처럼 사셨어요.
아름다운 동화
삶 자체가 신비로운 전설
 
물 한 바가지 붓고
펌프질해서
물 퍼 올려
숯과 모래에 걸러
볏짚 아궁이에 때서
풍로 돌려 왕겨를 때서
가마솥에
보리밥을
지으셨지요.
양은 솥엔
국을 끓이셨어요.
나 어렸을 때
내 어머니
젊었을 그때에
충청도 농촌에서
영화처럼 사셨어요.
고생까지도 아름다운 영화
 
 
수돗물 받아
석유풍로에 냄비 밥
연탄불에 냄비 밥
지으셨지요.
나 청춘일 때
내 어머니 중년에
서울 달동네에서
끼니 걱정하며
드라마처럼 사셨어요.
불굴의 드라마
 
수돗물 받아
전기밥솥에 밥을 지으시고
가스레인지에 찌개 끓이시고
나 직장인이 되었을 때
내 어머니 환갑에
캄캄하고 눅눅한 반지하에서
르포처럼 사셨어요.
진실을 찾을 수 없는 현장보고서
 
수돗물 의심스러울 땐
정수기 물을 받아
전기압력밥솥에 밥을 지으시고
도시가스로 찌개 끓이십니다.
며느리 어디 간 날 아주 가끔
나 중년이 된 지금
내 어머니 노년에
서울 임대아파트에서
가족들과
살얼음처럼 사십니다.
2년 뒤엔 어찌 될지 모르는 살얼음
 
물을 사 먹는 세월에
붉은 해당화 꽃잎 맴돌다
빨래터로 흘러내렸던
동화보다 아름다웠던
우리 집 샘물이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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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제임스 | 작성시간 26.06.18 new 이글은 바로 우리어머니의 일상의 모습이였습니다
    눈앞에 하얀 치마저고리에
    물동이 이고 집으로 오시던 모습이 떠오릅니다요
  • 작성자초 원 | 작성시간 26.06.18 new 내 엄마는 아궁이에 연탄불을 밀어놓고
    솥밥을하시고 석유곤로에 국이나 찌개를 끓아셨는데
    지금은 가스랜지나 모 인덕션? 에서 허리도 굽히지않고 곧게 서서
    밥상을 들 필요도없이 식탁위에 가지런히 놓으니 얼마나 편한고......
  • 작성자방울 | 작성시간 26.06.18 new 정수기에 세탁기에
    엄마들은 상상이나 하셨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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