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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마음

작성자snoopy|작성시간04.10.30|조회수46 목록 댓글 0
지난 목요일 저의 스승님께서 다시 오셨던 우주 본자리로 돌아가셨습니다

부음을 듣고 아무런 마음이 생기지 않았습니다

그냥 보통의 일상과 다름 없는 생활을 하였습니다

특별히 더 경건하거나 슬픔에 잠기지 않고...

집으로 가는 버스차창 밖으로 많은 간판글들이 무의미하지 않게 다가왔습니다

그 중에서도 부산역에 부근을 지날 때 우주여행사라는 큼직한 간판이

벽면에 부착되어 있지 않고 웬 일인지 길에 내려져 건물에 기대서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때서야 스승님의 우주여행이 실감이 났습니다

저에게 많은 영감을 주신 은혜로운 분입니다

우리가 사람영에 머물지 않고 우주영이 되어야 한다는 가르침을 주신 분입니다

제가 우연히 알게된 미야자와 겐지가 한 세기를 앞서간 우주영임을 직관할 수 있는

눈을 열어주신 분이 바로 저희 스승님이십니다

그런 스승님의 죽음이 아직도 그다지 슬프지 않은 이유는 왜 일까요

오늘 서울에 있는 빈소를 방문하게 되면 왈칵 울음을 터뜨릴지

아니면 여전히 담담해 할지 그 때 가봐야 알겠지만

이미 저의 의식 깊은 곳에서는 큰스승님의 근본자리로 향한 여행을 인정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병을 초기에 아셨음에도 치료를 거부하시고 오히려 병의 진행을 관찰하신 그 깊은 뜻은 무엇이셨을지...

당대의 이해를 받지 못하는 선지행이었는지 아니면 어리석은 몽상가의 만용이었는지...

남은 우리에게는 큰 숙제를 주시고 떠나셨습니다

얼마 전에 '막연한 희망 만큼 위험한 것은 없다.'는 가르침을

공식적인 마지막 가르침으로 제자들에게 남겨주셨습니다

어쩌면 우리시대의 깨어 있는 영혼들은 우리가 처한 시대의 극적 변화를

이미 감지하고 있을 듯 합니다

위험한 벼랑과 함께 희망찬 미래가 함께 공존하는 갈림길의 초입에서

우리는 섣불리 막연한 희망만으로 도리어 위험한 길로 걸어가려는 것은 아닌지...

이런 시점에 스스로 근본자리 행을 선택하신 스승님의 큰 의지를

어리석은 마음으로 미뤄 짐작해 볼 수 밖에 없습니다

오늘 따라 유독 겐지가 그리운 것은 겐지의 뒷모습에서

얼핏 비치는 선지자의 외로움이 담긴 그림자를 뒤로 한 채

그럼에도 자기의 길을 흔들림 없이 걸어간 우주적 의지가

더 큰 의미로 새롭게 다가오기 때문은 아닐까 합니다...


바르고 강하게 산다는 것,
그것은 자신 안에서 은하계를 의식하고 그에 따라 나아가는 것이다.
우리들에게 필요한 것은 은하계를 포용하는 투명한 의지 그리고 거대한 힘과 정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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