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던 비가 내려서 목말랐던 산과 들과 우리의 마음을 촉촉이 적셔주었습니다.
물이 없어지면 모든 존재는 말라 비틀어져 먼지로 화할 것이며 바람에 날려가서 허공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물은 만물을 적셔 윤택하게 해주고 생명을 살려줍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며 사람답게 살도록 해주는 것은 친절입니다.
친절, 이것은 바로 물과 같습니다. 친절은 우리 한국문화의 장점인 ‘인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바로 이 친절함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자 합니다.
법정스님은 ‘오늘 나의 종교는 불교도 아니요, 기독교도 아니다.
친절이 나의 종교이다’라고 하셨습니다.
달라이 라마께서도 “Kindness is my religion-친절함이 나의 종교입니다”라고 하셨으니
친절함이야말로 불교도의 제일가는 덕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 불자들은 절에 오는 목적이
부처님께 더 많은 축복과 은혜를 받고자 기도하는데 치우쳐 있어 같은 신도들끼리 인정을 나누는데 소홀합니다.
부처님이 기도에 응답해주기를, 주지스님이 자기를 알아주기를 바랄뿐,
내가 다른 신도분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고통을 함께 나누며 인정을 쓰는 일에는 등한시 했습니다.
이웃 종교인 천주교나 기독교 신자들의 경우를 보세요.
그들은 얼마나 서로를 잘 챙겨주고 결속감 있게 뭉치고 있는지를.
우리 수정사 불자님들은 친절한 마음씨를 서로에게 흡족이 쓰도록 합시다.
수정사 불자님들은 절에 처음 오신 분들을 보면 ‘어서 오십시오, 반갑습니다’하면서 따뜻하게 맞아주어
다시 올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도록 합시다.
연세 드신 노보살님들은 젊은 보살들에게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라고 하면서 정을 주시고,
젊은 보살들은 노보살님께 ‘당신이 최고입니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라고 마음을 주세요.
이 자리에 오신 모든 불자님들은 서로 마주 보며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당신이 최고입니다’라고 말하세요.
부처님의 가르침이 몸에 배인 사람일수록 모든 일에 감사하고 사람들에게 더욱 친절해집니다.
우리 모두 친절해지도록 마음을 씁시다.
친절한 마음씨가 한 청년을 구해준 예를 하나 들어 보겠습니다.
살기가 어려웠던 80년대쯤 서울 명동 뒷골목에 한 국수집이 있었는데 할머니가 주인으로 일하고 있었죠.
어느 날 몹시 배고파 보이는 허름한 행색의 한 청년이 들어 와서는 말없이 식탁에 앉았어요.
할머니는 항상 그래왔듯이 국수를 말아 한 그릇을 그 사람 앞에 갖다 주었지요.
그 청년은 허겁지겁 국수를 먹어치우고는 할머니의 눈치를 살폈어요.
할머니가 한 눈 판 사이 그 사람은 재빨리 도망치듯 가게 문을 빠져나가 골목길로 달려 나갔어요.
그러자 할머니가 문밖으로 나가 그 사람의 등 뒤에다 소리치기를
‘이봐요, 천천히 가요, 뛰어가면 소화 안된다니까, 그리고 배고프면 또 와요.’
이 소리를 들은 청년은 눈물을 주르르 흘리고는 ‘아, 세상 모두가 각박하고 몰인정한 줄 알았는데 아직까지 인정이 남아있구나’ 라고 깨달은 바가 있었다.
그 이후부터 그 청년은 긍정적으로 세상을 보게 되었고, 일자리를 구하게 되었으니 다시 태어나게 된 셈이었다.
제 돈 없으면 죽는다는 세상, 눈 감으면 코 베어가는 서울이란 곳에서 보여준 할머니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실의에 빠진 한 청년을 구원해주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캄보디아에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폴포트라는 독재자가 사상을 정화한다는 명목아래 수십만을 죽인 일이 있었는데, 이것이 영화화 되어 ‘킬링필드’ 라고 널리 알려져 있지요.
폴포트의 독재 정치가 무너지자 피해를 당한 수만명의 사람들이 원한과 복수심에 사무쳐 절로 모여들었습니다.
그날 이 절에는 ‘마하고샤난다(Maha Goshananda)’라는 불교지도자인 고승이 법문을 하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큰 스님의 말 한마디에 수만의 군중이 무슨 일이라도 저지를 수 있는 긴박한 상황이었습니다.
원한과 복수심에 기름을 붓는 한 마디라도 나온다면 큰 사태가 벌어질 수 있었겠지요.
모두 큰 스님의 말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 Hatred cannot cure hatred. Only love can cure hatred. This is the eternal law of Buddha."
-원한은 원한으로 치유되지 않나니, 오직 사랑만이 원한을 치유할 수 있도다.
이것이 부처님의 영원한 가르침이다.
이 얼마나 시원하고도 직설적인 부처님의 말씀이겠습니까?
마하고샤난다 큰 스님의 이런 법문에 격앙된 분위기는 이내 눈 녹듯이 사라지고 서로 서로 해야 할 일을 찾아서 떠났다고 합니다.
친절함은 세상을 바꾸는 힘입니다. 인정이 있기에 세상이 살만하다고 느끼게 해줍니다.
모든 생명이 행복하고 행복의 원인을 짓기를.
모든 생명이 고통에서 벗어나며 고통의 원인을 짓지 않기를.
모든 사람이 다른 사람이 잘되는 것을 따라서 기뻐하고 시기심이나 질투심에서 벗어나기를.
당신을 사랑합니다.
수정사를 사랑합니다.
스님, 사랑합니다.
부처님,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