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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담 명상록

놓아버림과 붙잡음의 균형

작성자Wondam:원담|작성시간26.06.07|조회수38 목록 댓글 0

모래성 앞에서

세상이란 바람 한 줄기에 허물어질 모래성과 같다고들 말한다.

젊음도,
명예도,
사랑도,
몸도,
기억도,
언젠가는 부서져 흩어진다.

그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우리는 왜
마치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처럼
애써 붙들고 살아가는 것일까?

아마도 눈을 뜨는 순간,
'나'라는 감각이 너무나 선명하기 때문일 것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어제의 내가 다시 나타난다.

익숙한 몸,
익숙한 이름,
익숙한 걱정들.

창밖의 나무는 어제의 나무처럼 보이고,
거리의 사람들은 어제의 사람들처럼 보인다.

그래서 우리는 믿는다.

'내가 있다.'
'세계가 있다.'

마치 그것들이 단단한 바위처럼
본래부터 존재해 온 것처럼.

그러나 자세히 바라보면,

'나'라고 부르는 것도
생각과 기억과 감정과 습관이
잠시 모여 만들어 낸 물결일 뿐이며,

'세계'라고 부르는 것도
수많은 인연들이 잠시 만나
한때의 모습을 이루고 있는 흐름일 뿐이다.

파도에는 형태가 있지만
고정된 실체는 없듯,

구름에는 모양이 있지만
붙잡을 만한 중심은 없듯,

우리의 삶 또한 그러하다.

그러면 묻게 된다.

만약 '나'와 '세계'가 실재하지 않는다면,

무엇으로 살아가란 말인가?

무엇을 의지하란 말인가?

무엇을 사랑하란 말인가?

그러나 실체가 없다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뜻이 아니다.

무지개가 실체는 없지만 아름다움을 잃지 않듯,

음악이 붙잡을 수는 없지만
사람의 마음을 울리듯,

꿈이 사라진다고 해서
꿈속의 기쁨과 슬픔이 헛된 것이 아니듯,

인연으로 이루어진 세상은
실체가 없기에 더욱 귀하고,
덧없기에 더욱 소중하다.

그러므로 수행은
세상을 미워하여 버리는 일이 아니다.

사랑을 끊어내는 일도 아니다.

아무것도 없는 공허 속으로 도망치는 일도 아니다.

붙잡아야 할 것이 없음을 알면서도,
필요한 동안은 다정히 붙들어 주는 일이다.

어린아이는 어머니의 손을 붙잡아야 한다.

병든 이는 누군가의 따뜻한 말 한마디를 붙잡아야 한다.

절망하는 이는 작은 희망 하나를 붙잡아야 한다.

깊은 밤을 지나가는 사람에게는
한 점 등불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지혜 없는 놓아버림은 냉담함이 되고,

자비 없는 무상관은 사람을 상처 입힌다.

때로는 놓는 것이 사랑이고,

때로는 붙들어 주는 것이 사랑이다.

중요한 것은

붙드는 손에 집착이 없고,

놓는 손에 무정함이 없는 것이다.

꽃이 피면 기뻐하고,
꽃이 지면 슬퍼하면서도,

피어남을 붙잡지 않고,
시듦을 밀어내지 않는다.

오는 이를 맞이하고,
가는 이를 붙잡지 않는다.

그러나 아직 울고 있는 사람에게는
함께 울어 주며,

길을 잃은 사람에게는
잠시 손을 내어 준다.

뗏목이 강을 건너는 데 필요하듯,
어떤 진리도,
어떤 사랑도,
어떤 위로도,
때가 되기 전에는 버릴 것이 아니다.

붙들어야 할 때에는 정성껏 붙들고,

놓아야 할 때에는 미련 없이 놓는다.

이 둘은 서로 반대가 아니다.

지혜는 놓아버림의 얼굴로 나타나고,

자비는 붙들어 줌의 얼굴로 나타난다.

새는 두 날개로 하늘을 난다.

한쪽 날개만으로는 날 수 없다.

놓아버림이라는 날개와

붙들어 줌이라는 날개.

공성이라는 하늘과

자비라는 바람.

그 사이에서 삶은 조용히 날아간다.

그러므로 오늘도 스스로에게 물어보라.

나는 무엇을 붙잡고 있는가?

나는 무엇을 놓지 못하고 있는가?

그리고 또 물어보라.

누군가가 아직 건너야 할 강이 있다면,

내가 잠시 붙들어 주어야 할 손은 없는가?

모래성은 결국 바람에 무너질 것이다.

그러나 아이와 함께 모래성을 쌓던
그 따뜻한 마음까지
헛된 것은 아니다.

모든 것은 지나간다.

그러므로 소중하다.

모든 것은 붙잡을 수 없다.

그러므로 사랑할 수 있다.

그리고 마침내,

놓아야 할 때가 오면

가을 하늘에서 잎새 하나 떨어지듯,

억지로 버리지도 않고,

애써 붙들지도 않은 채,

다만

본래 바람이 불어가는 곳으로

고요히 돌아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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