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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 민들레 일기

2022년 8월 20일 - 환대 그리고 나눔

작성자서희-모니카|작성시간22.08.24|조회수17,668 목록 댓글 60

 

코로나19 때문에 2년이 넘는 오랜 동안 교도소 형제들을 만날 수 없었습니다. 이제야 겨우 청송에 있는 경북북부 1교도소를 방문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직도 자매상담을 할 수 없는 교도소도 있습니다만 다행스럽게도 청송은 여러 가지 제약이 있지만 만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모임에서는 아예 음식을 먹을 수 없기 때문에 과자 꾸러미를 준비했습니다. 과자와 사탕, 빵 등등 되도록이면 감옥에서는 먹어볼 수 없는  과자를 준비했습니다. 우리 모임에 나오는 형제들이 대다수 혼거방(여럿이 함께 지내는 방)에 있기 때문에 같은 방 사람들과 나눠먹을 수 있도록 꾸러미를 최대한 큼직하게 마련해서 선물하면 참 좋아합니다.

 

민들레국수집은 매년 여름이면 세상에서 가장 서늘한 곳인 교도소로 피서 여행을 다녀옵니다. 올해는 교도소를 다니면서 엄청 비를 많이 만났습니다. 폭우 속을 몇 시간이나 달려서 교도소를 찾아갑니다. 복잡한 절차를 거쳐서 겨우 십오 분에서 이십 분 정도 유리로 막힌 면회실에서 잠깐 면회를 합니다. 그리고 다음 해에 또 만날 것은 약속합니다.

 

“감옥문제는 감옥 담장 안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가난하고 병들고 소외된 이들일수록 감옥 문을 더 자주 열게 된다는 사실, 감옥에 갇혀 본 이들일수록 가난하고 병들고 소외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우리는 날마다 확인하고 있습니다. 감옥 문제와 여타 다른 사회 문제가 서로 달라 보이지만 결국 그 뿌리는 서로 얽혀 있는 것입니다. 갇힌 이들의 권리를 존중하는 사회에서는 소외된 다른 이들의 목소리도 모시 받지 않을 것이라고 우리는 믿습니다.”(천주교 인권위원회).

 

거의 이 년이 넘도록 민들레국수집에서 도시락을 나눌 때 우리 손님들이 큰 도움 받은 것이 컵라면이었습니다. 참으로 많은 고마운 분들이 컵라면을 보내주셨습니다. 도시락 나누기를 그만두고 다시 정상적으로 손님들에게 식사대접을 하면서도 한 동안 컵라면을 나눠드릴 수 있었습니다. 겨우 몇 상자 남아 있던 컵라면을 옷 나눔을 하면서 하나도 남김없이 손님들에게 나눠드렸습니다. 아주 잠깐이지만 민들레국수집에는 컵라면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비우자마자 컵라면이 택배로 도착했습니다. 컵라면 24개가 든 상자 22개가 도착했습니다. 500개가 넘는 컵라면이 다시 쌓였습니다. 고맙습니다. 안 선생께서 생일을 맞이하셔서 또 나눠주셨기 때문입니다. 식사를 끝낸 손님이 가시면서 생수 한 병, 컵라면 하나 그리고 빵이나 떡을 들고 흐뭇한 표정으로 돌아갑니다. 

 

지난 7월초에 우리 손님 한 분을 노숙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조금 도왔습니다. 명수여인숙 방을 하나 구했습니다. 샤워실은 있지만 화장실은 공용. 선불 25만 원입니다. 행정복지센터에 기초생활수급 신청을 하고 난 어느 날 놀면 심심하니 막노동을 나가겠답니다. 먼저 행정복지센터에 가서 막노동을 해도 되는지 물어보라  했습니다. 안 된다는 것입니다. 수입이 잡히면 그것보다 훨씬 많은 금액이 삭감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무료하게 그냥 놀기로 했습니다. 용돈이 조금 필요할 것 같아서 나중에 돈 벌면 갚으라고 하고 빌려 줬습니다. 얼마 전에 여인숙 선불 내는 날이어서 25만 원을 맡겨 놓았는데 다행스럽게도 주거급여와 긴급지원이 나왔답니다. 그렇게 한 사람이 노숙에서 벗어났습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는 환대의 집이 필요하다. 부자들에게 가난한 사람들을 섬길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우리는 환대의 집이 필요하다 "    -피터 모린-

 

노숙하는 우리 이웃에게는 서비스가 아니라 환대가 필요합니다.

 

우리가 가난한 사람을 제대로 만나면 우리의 삶이 흔들리고 놀라운 기적이 일어납니다. 

그런데 지금의 우리의 삶을 지키기 위해서 가난한 이를 봐도 못 본 척 하기 쉽습니다. 

어려운 사람을 만나면 이건 나라에서, 사회복지기관에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며 넘기지만 사실은 우리가 해야 할 일입니다. 

프란치스코 성인은 나병 환자를, 마르띠노 성인은 헐벗은 사람을 만나 변했습니다. 

이처럼 우리는 가난한 이를 통해서 하느님이 계심을 느낄 수 있습니다. 

가난한 이는 하느님의 대사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에게는 겸손하게, 작고 여리게, 그 사람의 눈높이에 맞춰서 다가가야 합니다. 

생판 모르는 사람이 우리 곁에서 죽어가고 있다고 합시다. 

모른 척해도 양심에 가책을 받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다가가서 도와준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기적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하느님 나라는 제도가 아니라 직접적으로 이웃과 함께 있음에 있습니다. 

소꿉놀이하는 것처럼 작은 민들레국수집이 꿈꾸는 세상은 “가난한 이들 곁에서 가난하게 함께 사는 것”입니다. 

계획도 없이 그냥 옆에 있으면서 마음을 나눕니다. 

언젠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하느님 나라가 우리 가운데 피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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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소지혜 오틸리아 | 작성시간 22.09.28 이렇게 서로 힘이 되어 주고 든든한 에너지가 되어주는
    민들레국수집 세상, 참 가슴 따뜻한 사랑입니다^^
    사회에서 외면당하는 분들을 가족처럼 생각하고 돌보시는
    민들레수사님과 베로니카님과 선행이 무척이나 아름답게 보입니다.
    가난한 사람들, 우리이웃들을 섬기는 세상
    딱 민들레 국수집의 세상이네요. 인생이 힘들고 어려운 분들에게
    사랑을 주고 안아주는 사람의 존재는 참 큰 힘이 될거예요.
    가난한 이들의 쉼터가 되어주고 든든한 지원자가
    되어주는 민들레 대표님, 사모님 감사합니다. 힘내세요!
  • 작성자Tjfly | 작성시간 22.09.28 언제나 따뜻한 온정이 넘치는 곳~ 함께하고 싶습니다.
    민들레 사랑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따뜻해지면서 모두가 소중하고 귀한 사람이라는 생각이듭니다.
    함께 할 수 있는 사회, 웃음으로 가득한 사회를 만들고 계시는
    민들레수사님과 베로니카님께 존경과 행복을 그리고 박수를 보냅니다
    소리 없이 남을 돕는 건 정말 사랑과 헌신, 수고 없이는 힘든 것 같습니다.
    넘어진 이의 손을 잡아주고 아픈 가슴 위로하며
    맛있는 식사와 간식으로 노숙인들과 함께하는 '민들레 국수집' 작은 천국이 아닐까요!
    한 민들레국수집을 응원합니다^^
  • 작성자은희 | 작성시간 22.09.29 민들레 국수집을 보면서 언제나 힘을 얻곤 합니다^^
    어쩌면 타다만 연탄처럼 힘이 없던 저의 생활에도 길거리에
    노숙을 하시는 분들도 주변의 가난한 이웃들도 모두가
    다시 불을 붙여 준 민들레 공동체의 풍경은
    눈부신 봄날의 소중한 선물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을 이렇게 바꾸어 놓을 수 있다는 것이 마냥 신기하구요..
    *서영남 대표님과 베로니카님의 사랑이 기적입니다
    기적의 민들레국수집 응원하겠습니다. 모두 다 파이팅!
  • 작성자정호석 | 작성시간 22.09.30 따뜻한 밥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응원하는
    민들레의 나눔방식은 세상 어느곳에서도 따뜻함을 전해질거예요.
    코로나로 어려운 하루하루지만 정말 많은 사랑 나눠주시느라 고생 많으십니다
    요즘처럼 진정한 소통이 필요한 때에 가난한 이들의 입장에서
    먼저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수사님을 보면서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나와 처지가 다른 사람일지라도 먼저 그의 말을 듣고, 귀 기울이고, 이해하려 노력할때
    비로소 소통이 이루어짐을 민들레 국수집에서 배우네요
    늘 깨어사는 기쁨의 전도자가 되겠습니다⭐❣
  • 작성자조현숙티바 | 작성시간 22.09.30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착한 민들레국수집"
    1%의 가능성이라도 믿고 기다려주면
    사람은 언젠가는 변한다는 것을 민들레국수집을 보고 느끼네요...
    서영남대표님과 천사 베로니카님의 노고와 사랑으로
    민들레국수집 손님들이 희망과 생명이 돋아나기를 기도합니다.
    민들레 홀씨는 피어나고 날아갑니다~
    큰 감동합니다.. 민들레사랑 언제나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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