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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타임즈] 갯지렁이도 출・퇴근한다

작성자Dr. Park|작성시간17.07.18|조회수33 목록 댓글 0

빛은 생물에게 중요하다. 식물은 빛이 없으면 광합성을 하지 못해 스스로 영양분을 만들 수 없다. 식물이 광합성을 하지 못하면 거의 모든 지구 생태계는 유지될 수 없다. 우리가 살 수 있는 것도 빛이 있기 때문이다. 빛은 동물에게 직접적인 영향도 미친다.

갯지렁이의 부유성 유생 ⓒ 김웅서

갯지렁이의 부유성 유생 ⓒ 김웅서

빛은 동물의 행동을 바꾼다

눈을 가진 동물은 빛이 있어야 사물을 볼 수 있다. 빛은 동물의 시각 기능뿐만 아니라 낮밤에 따른 행동도 조절한다. 우리는 어두워야 잠을 잘 잔다. 지구 반대편으로 여행하면 낮밤이 바뀌어 생활 리듬이 깨져서, 밤에 잠자기가 여간 힘들지 않다. 이럴 때 멜라토닌(melatonin)을 먹기도 한다. 멜라토닌은 우리 뇌의 가운데 있는 콩알정도 크기의 송과선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낮밤 주기에 반응하여 수면 등 우리 생체리듬을 조절한다.

동물은 빛에 반응하여 빛이 있는 곳으로 모여들기도 하고, 빛을 회피하기도 한다. 에를 들어보자. 오징어 잡을 때 불을 환하게 밝히는 것은 오징어를 모으기 위해서다. 불나방은 자기 몸이 불에 타버릴지도 모르는데도 불로 모여든다. 반대로 바퀴벌레는 어두운 곳을 찾아 숨어든다.

일본 자연과학연구기구 소속 분자과학연구소와 생리학연구소 공동연구팀은 갯지렁이 일종인 플래티네레이스 두머릴리(Platynereis dumerilii)가 가지고 있는 옵신(opsin)이라는 빛 감지 단백질이 자외선에 민감하다는 것을 알았다. 이 물질은 갯지렁이가 매일 바다를 오르내리는 주야수직이동에도 관여한다는 연구 결과가 2017년 6월 22일자 사이언스 데일리에 실렸다.

갯지렁이의 부유성 유생은 빛에 반응한다. 갯지렁이 성체는 바다 바닥에서 살지만, 어린 시기에는 물에 떠서 플랑크톤 생활을 한다. 이를 부유성 유생이라 한다. 바다 바닥에 붙어살거나 구멍을 파고 살거나 기어 다니며 사는 저서동물은 자신들의 서식 영역을 넓히기 어렵다. 그래서 어린 시기를 부유성 유생으로 물에 떠서 살면서 영역을 넓히는 전략을 쓴다. 민들레 씨가 바람에 날려 서식지를 넓혀나가는 것처럼 말이다.

오르락내리락 하는 갯지렁이의 유생

갯지렁이 플래티네레이스의 부유성 유생은 뇌에 빛을 감지할 수 있는 광수용기(photoreceptor) 세포를 가지고 있다. 광수용기는 생물이 빛을 감지하면 자극을 신경신호로 바꾸어 전달하는 일을 한다. 이 세포에는 자외선에 민감한 단백질 옵신이 있어 자외선에 반응하여 신호를 전달한다. 갯지렁이의 광수용기에 있는 옵신은 우리 눈의 간상세포와 원추세포에 있는 시각색소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옵신은 갯지렁이 유생의 주야수직이동과 같은 행동을 조절하기도 한다. 주야수직이동(DVM; diurnal vertical migration)은 동물플랑크톤이 하루를 주기로 어두운 밤에는 표층으로 올라가고, 밝은 낮에는 심층으로 내려가는 습성을 일컫는다. 사람들이 아침에 출근하고, 저녁에 퇴근하는 것처럼 동물플랑크톤도 매일 표층과 저층을 오가며 출퇴근을 한다. 아주 작은 동물플랑크톤이 매일 수 킬로미터를 굳이 힘들게 오르내리는 이유가 뭘까? 현재까지 알려진 이유는 포식자를 피하기 위해서라거나, 자외선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라는 등 여러 가지 설명이 있다.

동물플랑크톤이 먹이로 하는 식물플랑크톤은 빛이 잘 드는 표층에 있다. 먹기 위해서는 먹이가 많은 표층에 있어야하지만, 낮에는 포식자의 눈에 띄기 쉽다. 그래서 포식자의 눈을 피할 수 있는 밤에는 표층에서 먹이를 먹고, 포식자 눈에 띄기 쉬운 낮에는 포식자를 피해 어두운 심층에 머무는 것이다.

한편 햇빛이 잘 드는 표층에서는 자외선 때문에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우리도 강렬한 태양빛이 내리쬐는 곳에 오래 머물면 피부에 화상을 입는다. 낮에 햇빛이 들지 않는 깊은 곳으로 내려가는 행동은 자외선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라는 설명도 있다. 일부 동물플랑크톤은 자외선을 막아주는 카로티노이드 색소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플래티네레이스 갯지렁이가 가지고 있는 옵신이 자외선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이번 연구 결과는 동물플랑크톤이 자외선을 피하기 위해 주야수직이동 한다는 설명에 힘을 보태준다. 우주의 시작과 함께 한 빛은 생물 행동에 알게 모르게 다양한 영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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