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영지

[평심이]

불교에서는 쉽게 우리가 참나라고 말하는 본래면목, 주인공, 불성을 의미하는 용어로 공적영지(空寂靈知)라는 말을 씁니다.



공적이란, 내 몸이나 생각, 느낌, 의지, 의식이 진정한 내가 아니라, 몸도 왔다가 가고, 생각도 왔다가 가고, 세상 모든 일들이 왔다가 가는 그 모든 것의 배경이 되는, 마치 영화의 스크린 같이 텅 비어 공적한 바탕입니다.



영지란 그러면서도 소소영령하게 그 모든 것이 오고 감을 아는 이 알아차림입니다.



이 공적영지가 진정한 나의 본성이지, 몸과 마음이라는 오온이 나의 본성이 아닙니다.



그러니 병이 올 때 '내가 병에 걸렸어'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공적영지한 이 진정한 나는 병에 걸릴 수 없습니다.



영화의 스크린은 공포영화에도 무서워하지 않고, 불타는 화염 속에서도 스크린은 불타지 않는 것 처럼, 이 공적한 마음은 어디에도 오염되지 않습니다.



내가 병에 걸린 것이 아니라, 병이라고 이름 붙인 어떤 현상이 이 공적한 배경 위로 인연 따라 왔다가 갈 뿐입니다.



아무리 많은 병, 고통, 절망, 슬픔이 왔다가 가더라도 이 배경인 스크린의 공적한 마음은 전혀 물들지 않습니다.



그저 공적한 바탕 위에서 영지라는 영각성(靈覺性)이 그 왔다 가는 것들을 알아차릴 뿐이지요.



당신은 절망할 수 없고, 상처 받을 수 없고, 좌절할 수 없으며, 실패할 수 없습니다.



다만 절망, 병, 좌절, 실패, 상처라는 경험이 진정한 당신 위에서 알아차려질 뿐입니다.



진정한 당신은 그 모든 것들이 왔다가 가는 텅 빈 스크린이기 때문입니다.



교리, 원리, 가르침은 이렇고요, 이것이 내가 직접 체험해서 확인한 것이 아니면, 그저 교리일 뿐입니다.



곧장 내 병, 내 상처, 내 아픔이라고 이름 붙이지 말고, 정말 이것들의 실체가 무엇인지를 있는 그대로 살펴보세요.



그것이 올 때 오도록 허용하고, 머물 때 머물도록 허용하며, 갈 때 가도록 허용해 주세요.



스크린은 사실 늘 그렇게 허용해 주고 있습니다.



모든 인연이 오고 가도록 허용한 채 지켜보세요.



사실, 이건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저절로 일어납니다.



저절로, 있는 이대로 일어나는 이 모든 작용에 생각을 개입하지 말고, 그저 하나되어 바라보세요.



진정한 당신은 무엇입니까?





🩸글쓴이:법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