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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포니? 호모포니?

작성자허원종 요한|작성시간13.04.07|조회수524 목록 댓글 0

폴리포니(polyphony)와 호모포니(homopony)

흔히 쓰는 아카펠라란 무슨 뜻인가? 우리는 그 용어를 얼마나 올바르고 정확하게 쓰고 있는가? 아울러 호모포니나 폴리포니란 또 무슨 뜻인가? 다소 혼돈스러운 이 양식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무엇일까? 합창 음악의 올바른 감상을 위해서 각 형식의 특성을 이해하는 일은 중요하다. 이를 통해 우리는 무반주 합창으로 오용되는 아카펠라란 뜻의 정확한 개념 정의에 도달할 수 있다.


합창 음악은 양식 측면에서 모노디(중세)→폴리포니(14~16)→호모포니(16~19) 순으로 변모해왔다. 이 변모과정의 역사를 이해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모노디 혹 모노포니는 그레고리오 성가와 같은 단선율 합창을 말하는 것으로 이 동음 제창이란 단순한 형식은 누구든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코랄이란 본뜻을 지닌 그레고리오 성가를 플렝샹(plainchant)로 부르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이에 반해 호모포니나 폴리포니는 다성부(테너, 소프라노, 알토, 베이스) 합창을 일컫는다. 이것들이 모노디와의 다른점은 그 발산 음향이 입체적이고 공간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공간이란 뜻이 중요한데 카펠이란 말이 공간을 상징하므로 결국 그레고리오 성가창과 같은 단성부 모노디 합창에 아카펠라란 말을 붙일 수 없다.


호모포니와 폴리포니는 다성부 입체 형식을 띤 합창 형식이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지만 그 차이는 크다. 초보자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아주 간단히 그 차이점을 설명하면, '들었을때 가사가 잘 전달되면 호모포니 그렇지 않으면 폴리포니'라고 단순하게 이해하면 된다. 비논리적인 구별법인것 같지만 제법 이 안에 중요한 포인트는 모두 담겨 있다. 좀더 세부적으로 진입해 이론적인 차이점을 살펴 보자. 호모포니는 주선율(소프라노나 테너)에 따라 다른 성부(알토나 베이스)들이 주선율의 부족한 음의 공간을 채우고 이를 풍요롭게 떠받치는 형식으로 이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부르거나 접하는 합창곡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형식이다. 폴리포니가 지닌 음향 공간미와 그레고리오 성가의 가사 전달력이란 장점을 적절히 취합한 호모포니는 16세기 후반부터 발전해 19세기까지 서양 합창 음악사의 주류를 이루게 되는데 그 주목적은 앙상블의 아름다움을 전하는 것과는 별도로 가사의 입체적이고 효과적인 전달을 통해 감동을 배가시키는 데 있다. 당연히 호모포니는 명징성을 지닌 합창 형식이고 곡 전체를 지배하는 리듬도 하나이고 주선율이 지닌 이 동일 리듬을 다른 성부들이 따른다. 따라서 호모포니는 주선율 성부의 리드에 따라 다른 성부가 종속된 형태로 진행되는 다성부 합창으로 모든 힘을 주선율에 모은 즉, 일원화된 다성 합창 형식으로 정의 할 수 있다. 텍스트의 감동적 전달과 주선율과 부선율들과의 이상적 하모니를 위해 작곡에서 중요하게 고려되는 것은 화성이다. 16세기 이후 화성학이 발달한 이유를 이 대목에서 확인할 수 있다. 결국 동일 리듬, 종속 형태, 화성학에 바탕을 둔 일원적 다성 합창. 이렇게 호모포니를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악기반주가 딸리지 않은 호모포니 합창도 엄격한 의미에서 아카펠라라고 할 수 없다. 정밀하게 본다면 알토와 베이스는 호모포니에서 일종의 인성 반주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호모포니는 '인성 반주가 딸린 다성 음향의 일원 합창' 으로 그 정의를 다시 확정할 수 있다


폴리포니는 호모포니가 일반화되기 이전 시대인 르네상스-음악사적으로는 15중엽~16세기 후반-시대의 합창 양식으로 흔히 일컫는 다성 합창이란 용어는 이 폴리포니를 가리키는 말이다. 폴리포니는 호모포니에서처럼 주성부에 다른 성부들이 종속된 형태가 아니라 모든 성부가 독립된 리듬을 갖고 독립적으로 진행한다. 각 성부들의 시작과 휴지, 종지가 일치 않는 경우가 많으므로 폴리포니 합창에서 명징한 가사 전달은 원론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폴리포니 합창의 목적은 가사 - 당시에 가사란 곧 교회 전례로 도그마를 상징 - 자체를 감동적으로 전달하는데 있지 않다. 그 목적은 각 독립된 다성부들의 정교하고 조직적인 짜임과 움직임을 통해 합창 인성을 잔향과 함께 다층적으로 쌓아올리는 신비스런 음향 아우라를 창출해 내는데 있다. 가끔 르네상스 합창 음악을 들을때 가사를 들으려 애써 노력하는 감상자들이 있는데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폴리포니 곡의 작곡에서 중요시되는 것은 각 독립적인 선율들의 자율 진행에서 생길 수 있는 불협화음을 최소화하고 이를 전체 구조틀내에서 제어하여 통일할 수 있는 정교한 작법이 요구된다.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르네상스 폴리포니 시대에 선율과 선율들간의 질서를 정하는 대위법이 발전한 것이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니다. 각 성부들이 독립적인 리듬을 갖고 불려지면서도 동시에 통일체를 지향하고 질서를 유지해야 한다는 점에서 폴리포니 합창의 놀랄만한 정교함이 드러난다. 결코 아마츄어가 소화할 수 있는 그런 성질이 아닌 진정한 프로 합창 예술의 정수라고 부를 만하다. 독립 다성부는 무반주의 참된 의미이며 그 울림은 무한 입체적이다. 결론적으로 아카펠라는 르네상스 시대의 폴리포니 합창 예술을 가리키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폴리포니는 단성부 그레고리오 성가의 전례적 의미를 강화하기 위해서 선율 종지에 가사가 없이 장식적으로 불려지던 가창 부분(멜리스마)에 부연 가사를 삽입한 성부를 짜넣어 그 의미를 보강한 중세 트로푸스로 그 기원이 거슬러 올라간다. 트로푸스는 이후 고정 선율(플렝샹)을 4도 아래에서 기능적으로 떠받치는 오르가눔으로 발전하고 이는 13세기 고딕 시대에 이르러 3성, 4성의 오르가눔으로 확대되었다. 이로부터 최초의 다성 합창곡인 모텟이 생겨났고 결국 르네상스 시대가 도래하며 마침내 선율 대위에 근거한 경이로운 폴리포니로 발전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주목할 음악가 그룹이 프랑스-플랑드르-네델란드 악파들로서 그 가운데 조스캥 데 프레는 일관 모방이라는 기법을 발전시킨 업적으로 음악사에 영원히 빛나는 인물이다. 일관 모방이란 한 선율을 여러 성부에서 연속 등장시키는 기법으로 이것이 음악사적으로 중요한 것은 모방되어지는 선율로부터 주제(테마)라는 개념이 비로소 음악사에 등장하게 되었다는 점 때문이다. 즉 음악가가 하나의 짧은 주제로 전체를 구성하는 참된 의미의 작곡의 시대가 일관 모방이라는 작법을 통해서 열렸다는 것. 이것은 음악이 교회 전례의 종속으로부터 벗어나 독립된 하나의 예술 장르로 발전하게 되는 획기적인 일로써 평가된다.


그러면 폴리포니 합창이 발전한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르네상스와 다면적으로 관련되어 있다. 14세기의 유럽은 서서히 개인주의가 확산되는 시기였다. 2명의 교황이 난립하는 등 교회의 대분열과 사회의 세속화, 상품 경제의 발달과 농노제의 해방, 무역의 성행과 비약적인 경제 활성화 등은 종교적 도그마에 의해 억업되어 있었던 인간 정신의 해방을 촉발하게 된다.그 결과가 르네상스다. 르네상스의 철학적 정신은 인본주의(humanitas). 즉, 모든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동등하며 스스로 억압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를 추구할 수 있다는 인간 존엄의 정신이 그것이다. 도그마로부터의 인류 개인이 독립되듯 이전 음악을 지배하고 있었던 전례로부터 음악 예술이 독립하게 된 것은 같은 맥락이다. 르네상스에 이르면 4성부 곡이 일반화된다. 당시의 교회에서는 여성이 노래를 부를 수 없었으므로 합창은 성인 남성과 소년들로만 구성되었다. 자연 옥타브에 의해 존재 했던 성부는 칸투스(테너)와 디스칸투스(보이소프라노)였는데 이 칸투스와 디스칸투스의 아래에 해당하는 두 성부가 분리된다. 카운터테너(알토)와 베이스가 그것이다. 네개 성부는 인류 개인들을 대표하는 개개의 상징적 코드다. 폴리포니 합창의 성부들이 독립적인 리듬과 선율을 갖는 것은 결국 이런 르네상스의 철학인 개인주의가 반영된 것이다. 존엄한 개인의 자유를 추구하면서도 통일된 질서로부터 이탈하지 않으려는 것이 르네상스의 이상이며 그 인문주의 정신이 반영된 것이 결국 폴리포니인 것.


르네상스의 인문주의가 폴리포니 예술에 철학적 영향을 미친 요소라면 르네상스의 회화나 조각, 건축 등의 인접 예술은 폴리포니에 영향을 준 기능적인 요소들이다. 평면에서 공간을 실험하는 원근법은 합창 예술에서 공간적이며 입체적인 합창을 도모하도록 유도했다. 특히 건축은 폴리포니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 요소다. 폴리포니를 교회 건축의 산물이라 정의해도 지나친 표현이 아닌데 높은 첨탑과 깊고 넓은 공간을 지닌 교회의 정교한 수학적 구조물들은 그대로 당대의 폴리포니 음악 작품에 반영되었다. 교회는 천상의 모습을 상징했으므로 음악이 그 구조를 모방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예를 들면 뒤패의 유명한 초기 폴리포니 모텟 nuper roarium flores 에서의 정선율 리듬은 6:4:2:3 의 비율을 따르는데 이는 이 작품이 봉헌되었던 피렌체의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성당의 건축 구조 비율과 일치한다. 건축이 폴리포니 발전에 영향을 준 또다른 유명한 예는 16세기 후반 베네치아 악파의 작품에서도 나타난다. 베네치아의 성 마르코 대성당은 두 대의 마주보는 오르간과 합창단을 바실리카내 여러 곳에 배치 할 수 있는 매우 특별하고 거대한 구조를 지니고 있었다. 이런 건축 구조는 빌레르트에서 가브리엘리에 이르는 이 시기 베네치아 작곡가들에게 다중 합창 방식을 실험할 수 있게한 토대가 된다. 독주부, 고음부, 저음부 등의 합창단 그룹을 편성하여 다양한 장소에 배치하여 연주케 함으로써 음악은 과거보다 더욱 화려하고 장대하게 교회 공간을 지배하게 되었다. 이는 폴리포니 예술의 최고 정점을 지난 것으로 바로크 협주곡의 형식 전개를 알리는 신호탄이 되었다. 그만큼 건축이 폴리포니에 미친 영향력은 컸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장황한 내용을 종합하면 폴리포니는 르네상스의 산물이며 모든 음악적 이디엄이 '인성만의 공간 합창'이라는 뜻을 함축한 아카펠라에 집약된 합창 예술의 정수이며 꽃이다. 그 모토는 자유와 질서에 있다. 모든 개인(성부)은 독립된 인격체들이며 질서(대위법)있게 통일체(앙상블)를 지향한다. 이 전인적인 humanitas 의 정신이 르네상스의 본질이고 폴리포니이며 아카펠라의 근본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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