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의 저주(The curse of knowledge)'라는 말이 있다.
자기가 알고 있는 지식을 다른 사람도 알 것이라고 생각해서 나타나는 인식의 왜곡(cognitive bias)을 의미하는데,
내가 알면 남도 알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즉, 사람이 무엇을 잘 알게 되면 그것을 모르는 상태가 어떤 것인지 상상하기 어렵게 된다는 뜻이다.
이 말은 1989년, 캐머러(Colin Camerer)와 로웬스타인(George Loewenstein), 웨버(Martin Weber),
세 사람의 경제학자가 발표한 논문에서 처음 언급되었다.
스탠퍼드 경영전문대학원 칩 히스(Chip Heath) 교수가 의사소통 문제를 설명할 때 활용하는 개념이다.
그는 "전문가들은 자신의 수준을 기준으로 일반인들의 수준을 예단하기 때문에
자신들이 나름대로 쉽게 설명한다고 생각하는 내용도 일반인들은 이해하기 어려워 의사소통에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한다.
결국 정보를 가진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 의사소통에서 실패하는 이유가 바로 지식의 저주에 있다는 것이다.
아는 것이 많은 전문가일수록 자신이 아는 사실을 다른 사람도 알 것이라고 생각해 소통이 어려워지며,
심할 경우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을 무시하게 되기도 한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메신저인 카카오 톡의 다음 카카오 김범수 의장은 ‘지식의 저주’ 예찬론자라고 한다.
그는 “어떤 것에 대해 알게 되면 그 전 상태로 돌아가기 어렵다. 선입견이 생기는 것이다. 그러면 의사소통에만 실패하는 게 아니다. 새로운 시장에서 성공할 수 없다”며 새로운 혁신을 강조했다.
우리를 돌아봤으면 한다.
내가 알고 있는 것, 혹은 성취한 것에 익숙해져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지는 않는가.
새로운 변화보다 지금에 안주하고 있지는 않는가.
전문가로서 더 이상의 성장과 노력은 필요없다고 자만하지는 않는가.
타인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고 자신의 말만 앞세우지는 않는가.
교사들은 스스로를 전문가로 인식한다.
전문성을 빼놓고는 교사를 논할 수 없다.
전문가로서의 자부심이 다른 전문직에 비해 결코 낮지 않다.
풍부한 지식은 물론 아무나 할 수 없는 가르치는 기술에도 능숙한 교육전문가다.
그 점은 나도 부정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과연, "당신은 '지식의 저주'에 빠져 있지 않다고 확신할 수 있습니까?"라는 물음을 던져 본다.
내가 알고 있는 무언가를 아이들에게 제대로 전달하고 있는지,
변화를 인식하고 현재에 머물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지,
전문가로서 끊임없이 자기계발에 힘쓰고 있는지.
오늘도 현장에서 우리 교육의 발전을 위해 애쓰고 있는 대다수 선생님들의 답은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선생님들이 전문가다움을 조금도 뽐내지 않으며 묵묵히 배움의 가치를 실천하고 있음을 잘 안다.
우리 교육의 아픈 현실을 누구보다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미래 세대를 위해 헌신하고 있음에 참으로 감사하다.
세상 그 어떤 일보다 중요하고 필요한 사명을 감당하면서 작은 보람에도 감사하는 선생님들이 있어서 참 다행이다.
'지식의 저주'를 저주하면서 아이들과 함께 '배움의 행복'을 만끽하는 대한민국의 교사들 덕분에 우리의 내일은 설렘일 것이다.
특별히 '대한민국 교사'가 되기 위해 애쓰는 많은 예비 교사들의 꿈과 내일을 힘껏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