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출근할 때면, 센터에서 나를 기다리는 존재들이 있어 늘 셀렌다. 주차하고 차문을 열자마자 들리는 익숙한 야옹야옹 소리: 수컷 2살 사바나& 암컷 1살 블랙과 그레이(블랙과 그레이는 자매). 사바나는 아주 잘생긴 수컷으로 의젓하고 강인하다. 사바나는 작년부터 암컷인 블랙과 그레이를 지켜주고 있다. 그레이와 블랙은 겨우 1살인데도, 지금 새끼를 낳고 젖을 먹인지 한달쯤 되었다. 젖을 먹이는 블랙과 그레이를 위해 아침에는 특식을 준비하는 편이다. 오후가 되면 블랙과 그레이는 어느새 센터로 돌아와 밥먹고 쉬었다 간다. 그레이는 사람의 손길을 전혀 허락하지 않아 감히 쓰다듬을 수 없지만, 블랙은 가끔 만져주는 것을 허용한다. 마음 아프게도 블랙은 털이 다 빠져있다. 귀옆은 탈모가 생겨 비어 있을 정도다. 그늘에 누워 지쳐 쓰려져있곤 한다. 너무 안스럽다.
오늘 아침에는 블랙과 사바나가 먼저 오고, 그레이는 나중에 와서 먹고 갔다. 블랙은 아침 먹을 때 늘상, 사바나가 먹는 그릇쪽으로 옮겨가며 뺏어 먹으려한다. 자기 밥그릇이 버젓이 있는데도 자꾸 사바나 그릇에 들이댄다. 그러면 사바나는 잠시 기다리고, 시간이 길어지면 옆에 있는 그릇에 옮겨가 먹는다. 그토록 성가시게 하는 블랙에게 화가 날 만도 한데 사바나는 별 반응을 하지않는다. 어쩌면 사랑 받고 싶어 투정부리는 블랙의 마음을 아는 것 같다. 그들의 사랑의 방식이다.
아침 밥을 먹고나면 그레이와 블랙은 각자의 새끼들이 기다리는 곳으로 가고, 사바나는 종종 센터 안에 들어와 현관 쪽 전용 방석에 누워 한참을 자고 간다(지난 겨울, 고양이들은 아침마다 들어와 셋이 딱붙어 핫팩을 깐 방석 위에서 따듯하게 자고갔다). 특히 사바나는 요즘에도 비오는 아침이면 푹자고 가곤한다. 나는 사바나의 아무런 저항 없이, 푹 늘어져 자는 모습을 사랑한다. 정~말 편안한 모습, 그것은 나에게 잔잔한 기쁨을 선물한다. 잠을 자고나면 사바나는 늘 그렇듯 동네 자기 영역을 여기저기 쏘다닌다.
그런데 오늘 아침 블랙은 새끼들에게 바로 가지 않고, 밥먹고 나서 작은 방석 위 사바나 품에 찰싹 안겨있다. 사바나는 블랙을 핥아주다가 늘 그렇듯 아무 생각 없이 아주 그냥 푹 자는데, 블랙은 사바나에게 안겨 있으면서도 뒤척이며 눈을 동그렇게 뜨고 있다. 육아에 지친 블랙이 사바나 품에서 잠시 위로를 받고 있다. 그러나 기다리고 있을 새끼들 생각에 자지는 못하는 것 같다. 얼마 후에 가보니 블랙은 이미 떠나고 사바나는 혼자 늘어지게 자고 있다. 아마 블랙은 새끼들에게로 갔을 것이다.
어쩌면, 블랙은 아침 먹을 때마다 만나는 사바나에게 사랑을 확인하고 사바나는 그 마음을 그대로 봐주고 있는 것 같다. 새끼를 키우는 아직 어린 엄마 블랙의 힘듦, 그 투정을 그대로 받아주는 사바나의 의젓함, 그리고 간만에 새끼를 잠시 내려놓고 쉬는 시간을 허용한 블랙을 핥고 안아주는 사바나. 블랙과 사바나, 그들만의 사랑의 방식이 애틋하고 정겹다. 일상에서 자주 투닥거리게 되는 부부의 삶, 그 갈등 속에서 부부는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싶어한다. 소소한 따스함과 작은 배려가 힘든 삶을 견뎌낼 큰 힘이 된다. 모든 존재에 깃들어 있는 사랑을 발견하는 시간, 참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