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장 경쟁(8)
다음날 회사에 출근한 이영준은 시말서를 썼다. 회사에 출근하자마자 엄동만에게 한 사람씩 불려간 팀원들도 통보를 받았다. 회사에서는 이 사건을 시범 케이스로 삼으려는 것 같았다. 10시쯤 되었을 때 사내 공고판에 기조실 특수팀장을 포함한 세 명이 공금을 유용해서 그에 대한 인사조치를 한다는 공고가 붙여졌기 때문이다. 빠르고 강한 반응이다. 인사조치 내용은 밝혀지지 않았는데 고발자인 강승원을 보호하려는 의도로 보였다. 아침에 잠깐 얼굴을 보였던 강승원은 자리로 돌아오지 않았다. 얼굴을 맞대기가 불편했을 것이다. 점심 시간이 되었을 때 이영준은 정수현과 민영미를 바깥 식당으로 불러냈다. 그때까지 정수현과 민영미는 서로 수군거리며 태연한 척 했지만 이영준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았었다. 일식당의 방에 셋이 모여 앉았을 때 이영준이 앞쪽에 앉은 둘을 번갈아 보았다. 이영준은 이른 아침에 둘에게 전화를 해서 내막을 알려주었던 것이다.
“내가 경솔했어. 나 때문에 당신들 경력에 오점을 남기게 되어서 미안해.”
이영준이 머리를 숙였다가 들었다.
“하지만 시간을 좀 준다면 내가 꼭 만회시켜 줄게.”
정색한 이영준이 둘을 번갈아 보았다. 방 안에는 잠깐 어색한 정적이 덮였다. 둘이 이영준의 시선을 받지 않고 있는 것이다. 헛기침을 한 이영준이 다시 입을 열었다.
“난 내일자로 호지명시에 파견되는데, 당신들은 출장 형식으로 가는 것으로 되었고……”
그때 정수현이 말했다.
“강승원이 같은 놈한테 등을 찔릴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눈을 가늘게 뜬 정수현이 이영준을 노려보았다.
“그렇게 속절없이 당한 팀장을 따라야만 하는 내가 바보 같기도 하고.”
“미안해.”
“강승원이는 부장까지는 1순위로 진급이 되겠지요. 시범 케이스니까 실수가 있더라도 덮어야만 할 겁니다.”
“…”
“난 이제 실수 한 번만 더 하면 잘리게 되고.”
그때 머리를 든 민영미가 말했다.
“엄이사님이 위로 해주셨어요. 경영진은 팀장한테 호의적이라고……”
“아, 글쎄. 시범 케이스라니까 그러네.”
정수현이 민영미의 말을 자르더니 다시 이영준을 노려보았다.
“팀장. 책임져요.”
“아, 그러지.”
반색을 한 이영준이 커다랗게 머리를 끄덕였다.
“내가 너희들 둘을 데리고 살지는 못하겠지만 내 목숨을 바쳐서라도 출세에 지장이 없도록 할 테니까.”
“뭐? 데리고 살아?”
반말로 되물었던 정수현이 어깨를 늘어뜨리면서 혼잣소리처럼 말한다.
“도대체 저 사람, 어떻게 된 거야? 전혀 심각하지가 않아.”
“이미 엎질러진 물인데 어떻게 하나? 다음 물동이 생각이나 해야지.”
입맛을 다신 이영준이 주머니에서 봉투 두 개를 꺼내 둘 앞에 하나씩 놓았다.
“거기, 200씩 들었어. 회사에다 반납하라고.”
“어마나.”
놀란 민영미가 봉투를 집어 들더니 정수현 눈치를 보았다. 정수현은 외면하고 있다.
“왜 또 주세요? 난 그때 받은 거 그냥 있는데요.”
그러자 이영준이 쓴 웃음을 지었다.
“강승원이가 모르는 돈이야. 그리고 어젯밤에는 내가 다른 데서 보너스까지 받았고.”
(다음 회에 계속)
글_이원호|그림_난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