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코로나로 비대면으로 강의나 예배를 드릴 때도 몇 명이 함께 드렸는데 아무도 없는 강의실에서 강의를 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강의를 하면서 청중이 없었기에 내가 전하는 내용들이 다 나에게 되돌아오는 것 같았다. 강의를 하면서 또 한 사람의 청중이 되어서 강의를 듣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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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구 교수님은 교회를 정의하기를 "하나님 나라를 이 땅에서 나타내 보여주는 종말론적 공동체"라고 말씀하셨다. 이미와 아직의 중간 단계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교회 공동체는 이미 하나님 나라가 여기에 임했음을 보여주는 표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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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그러나 현실의 교회는 아직 극치에 도달하지 않았음을 또한 보여주는 연약한 공동체이다. 하나님 나라의 이미와 아직의 중간 단계의 균형을 잡지 못하면 승리주의 기독교가 되거나, 냉소주의 기독교가 될 위험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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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나라가 이미 임했다는 가슴벅찬 감격만 외치면 교회 안에서는 뜨거운데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하고 좌절하게 된다. 또 이 땅에서는 소망이 없다고 아직오지 않은 하나님 나라에 집중하게 되면 현실에서 도전하거나 모험하지 못하는 현실주의자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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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팀 켈러는 이미와 아직의 균형을 창세기 3:18을 통해 설명한다. "땅이 네게 가시덤불과 엉겅퀴를 낼 것이라 네가 먹을 것은 밭의 채소인즉" (창 3:18) 죄악된 세상 속에서는 아무리 노력해도 내가 원하는 만큼의 결과를 얻지 못한다. 구조적으로 타락한 세상에서는 땅이 엉겅퀴와 가시덤불을 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먹을 밭의 소산을 통해 하나님은 위로를 주시는 분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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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하나님 나라는 아직 오지 않았지만 우리는 소망 가운데 이미 임한 하나님의 나라를 누리며 살아가야 한다. "우리는 완벽한 모델로 부름 받은 것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가 저기에 있다고 가리키는 나침반으로 부름을 받았다." 내가 완벽한 교회를 이루려고 하면 실망하고 좌절하게 된다. 그러나 교회 공동체를 통해 하나님의 나라가 이미 임했고 앞으로 임할 하나님의 나라를 보여주는 나침반으로 살아간다는 것을 알면, 승리주의와 냉소주의의 양극단을 벗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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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옥한흠 목사님은 자신의 교회에서 맡고 있는 몇 명의 양들을 바라보면서 하나님의 완전한 에클레시아라는 긍지를 가져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강의를 하고 돌아오면서 섬기는 교회와 공동체 식구들 얼굴들이 한 사람 한 사람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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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척을 하고 리더들이 교회를 떠나는 아픔을 겪은 적도 있었다. 도무지 목회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자존감이 바닥으로 떨어졌을 때도 있었다. 환경적으로 힘들 때도 있었다. 언젠가 요한계시록 일곱교회를 설교하면서 예수님께서 "오른 손에 일곱 별을 붙잡고" 계신다는 말씀이 절절하게 다가왔다. 부족한 인생이지만 하나님의 오른손으로 나를 붙들고 계신다는 사실이, 나의 부족함으로 내적으로 흔들리는 마음을 붙잡아주는 기둥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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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돌아보면 모두 하나님의 은혜뿐이고 지금 참 행복하게 목회를 하고 있다. 부족한 인생을 통해 일하시는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드린다. 또 부족한 목회자를 정성으로 섬기며 기도해주는 성도들이 있다는 것이 참 감사하다. 우리 교인들 한 사람 한 사람을 그리스도 안에서 완전한 자로 세우기 위해 내 안에서 역사하시는 성령님의 역사를 따라 나도 힘을 다해 수고하기를 다짐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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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에게 전한 말씀대로, 그렇게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