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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와 푸르름

남진원 시 [고요]에 대한 논평 시시비비

작성자動友齎|작성시간26.01.21|조회수53 목록 댓글 0

 
                         

논평 시시비비

 

   2010년 최지훈씨가 나의 작품 고요에 대하여 논평을 한 글과 내 소견을 여기에 올린다.

 

   모든 사람은 소재의 제한을 받지 않는다. 홍길동이 어머니’나 '적막'이라는 제목으로 유명인이 되었다고 해서 김길동이 어머니’나 '적막'이라는 제목으로 작품을 못쓴다면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

 
 
 

고요
남진원

 

인적 드문 절간에

잎이 날린다

 

새가 한 바퀴 휘돌아 간다

 

석등(石燈) 하나가
눈을 뜨며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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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44 | 10.03.05 10:59 http://cafe.daum.net/kaocw/LTE4/1133

 

다음 글은 제 시 고요를 본 후, 최지훈씨의 소견이다.

 

남진원 씨의 작품 '고요'는 혹시 박용열 선배의 연작동시 <고요>를 위하여 한 편 더 보태는 작품인가요?

 

박 선배의 작품도 절간의 고요함을 소재로 또 주제로 한 43편의 연작이거든요.

 

 
한 두어 편 소개해 보일까요?

 
 

스님도 할일없이 / 하루종일 주저 앉은 / 눈이 오는 산골에

 

첩첩산 / 길이 막혀

 

나뭇가지에 / / / / 떨고 있네.

 

멧새 한 마리

 

-고요 1

 
 
 

비 개인 후 / 하늘은 더욱 밝아가고

 

목련꽃 향기로와 / 소소리 바람인가,

 

탁자 위에 / 부처님이 웃고 계시는데,

 

시름도 씻은듯이 / 아기중의 맑은 염불 소리.

 

-고요 41

 

 

 

어떻습니까?

 

남진원 씨의 작품이 이들 속에 섞이면 금방 다른 사람의 다른 시로 구별이 될까요?

 

박 선배의 작품과 뚜렷한 차별화나

 

확실하게 두드러져서 박 선배의 작품을 잊어버릴만한가요?

 

동시 <고요>라고 하면 '박용열' 대신에 '남진원'을 떠올리게 될까요?

 

확실히 그 점 자신 있습니까?

 

혹시 모방작이라는 말을 듣지는 않을까요?-저는 사실 그게 더 염려스럽습니다.

 

이런 작품을 소개할 만하다고 소개하시는 분도 그렇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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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연 박용열선생의 작품 고요연작은 43편이 아니라 165편입니다. 작품 전체를 받아 책을 만드는데 간여했기 때문에 정확이 분류하고 있습니다
   남진원의 작품 고요는 불교아동문학회 회보 수록용으로 최근에 보내온 작품으로 박용열의 선시와는 차별이 되는 내용입니다
   어느 특정인의 주제와 시재를 다루는 내용이 비슷하다고 해서 한 작품만 가지고 박용열 대신 남진원을 떠올리고 뭐고 하는 그런 사안은 비약입니다
   고요를 주제로 작품을 쓴 시인은 모두 41152편이며 시조로 다룬 분은 853편에 이릅니다
10여년전 모 아동문학평론가가 박용열 고요작품에 대한 시비로 박용열선생이 충격으로 쓰러지고 후배 전창열, 김동현, 등 변호사 8분이 명예회복을 위해 소송을 준비할 때 고요에 대한 많은 자료를 모을 수 있었습니다.
   최지훈선생께서는 이름을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이런 작품을 소개할만하다고 소개하는 분도 그렇다고 했는데'
   작품론을 쓰시려면 해당 작가의 전체적인 작품을 읽고 객관적 관점에서 지적해 주실 것을 부탁합니다.
   고요를 주제로 했다해서 남진원의 작품을 모방작으로는 볼 수 는 없습니다.
   보다 넓은 시야로 작품을 대하는 안목을 기대합니다. 10.03.05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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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지훈 아동문학평론가에게   보낸 글
                                                                                                      남진원

 
 

   먼저 소생의 졸작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져주신 데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아무 것도 아닌 작품을 그래도 유명한 평론가 선생님께서 짚어주시니 다른 분들이 ‘무슨 일인가?’ 하고 한 번 더 들여다보게 될 것이니 저로서는 큰 영광입니다.
 
 
<1>

 

나뭇잎들이 물위에 사뿐히 내려앉았어
아아무 소리가 없이
바람이 무엇을 했느냐구?
가만히 나무 뒤에 숨어 구경만 했대

 

연못이 나뭇잎을 가만히 놓아두고
나뭇잎도 연못을 가만히 놓아두고
서로 틈을 두고 편안하게 있는 걸 구경만 했대
( 남진원의 ‘나뭇잎과 연못’ 전문 )

 

  『<도가도비상도(道可道非常道), 명가명비상명(名可名非常名)>이란 도교철학이 떠오르는 작품이다. 우리가 길이라고 하는 것이 항상 길이 될 수 없고, 이름이라 하는 것도 항상 이름이 될 수 없다는 도교의 철학. 무위자연설을 주장하는 도교철학이 이 작품의 밑바탕에 깔려있다고 볼 수 있다. 도교에서 주장하는 가장 상위의 선(善)은 <상선약수,上善藥水>이다. 인위가 전혀 개입되지 않아 물 흐름과 같이 자연스러워 막힘이 없는 것을 최고의 경지로 보는 것이다. 누구를 시비하지도, 누구에게도 간섭받지도 않는 삶, 자연스럽게 생겼다가 자연스럽게 스러지는 삶이 곧 도교에서 말하는 최고의 선, 최고의 삶이다. 이 작품에서 나뭇잎과 연못의 관계가 그러하다. 서로의 삶을 불편하게 하지 않고, 그저 조용한 관찰과 포용으로 받아주며 서로가 편안한 삶을 추구하는 것이다. 』

 

   혹시 작품의 전달에 도움이 될까 해서 한 편 올렸습니다.
   위의 글은 2006년 9월 3일 시조시인이며 문학박사인 김민정씨가 사단법인 한국시조문학진흥회 홈페이지에 소생의 시 ‘나뭇잎과 연못’을 올려놓고 간단한 작품 해설을 한 글입니다. 이 시의 큰 주제는 ‘고요’임을 읽으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작가는 의도에 따라 하나의 주제에 다양한 소주제를 포함하는 연작시를 쓰기도 합니다. 이 작품 또한 [고요]라는 큰 주제, 또는 소재에 불교적인 색채 뿐만 아니라 편안함, 지극한 즐거움, 관조적인 깨달음, 비어있음, 비인위(非人爲), 절대적인 자유로움과 넉넉함 등 불가와 도가적인 색채를 두루 담으려는 의도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문제가 된 작품 ‘고요(사실은 고요라는 큰 제목 밑에 작은 제목이 있었습니다.)’는 불교아동문학회 회보에 실으려고 보낸 작품이었습니다.

 

 
   작품에 대한 감상이나 평가는 누구나 할 수 있고 또 자유로워야 합니다. 그러나 작품을 대할 때에는 근본 자세가 매우 중요하다고 봅니다. 작품 자체에 대한 비평적인 안목에서 떠나 인격적인 모멸감을 줄 수 있는 언어들로 표현된다면 매우 비상식적이고 부적절하다고 태도라 여기게 됩니다. 또한 비평가로서의 자질을 문제 삼지 않을 수도 없을 것입니다.

 

   최지훈씨가 비평(?)한 작품 ‘고요’에 대해 첫 마디가 이렇게 시작됩니다. [ 남진원 씨의 작품 ‘고요’는 혹시 박용열 선배의 연작동시 <고요>를 위하여 한 편 더 보태는 작품인가요?] 이런 어투는 평생을 문학을 위해 글을 써 선생님께서 보내는 메시지치고는 색다른 감흥을 던져주고 있습니다. 마치 기다렸던 적을 만나 한 판 크게 붙어보자는 심산이 깔린 듯한 인상을 주었습니다. 비아냥거림으로 시작하는 그 모습에서 작품 보다는 먼저 모멸감부터 주고 시작하자는 다분히 공격적이고 감정적이며 전투적인 의도가 담겨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적을 제압하기 위한 수단으로 깔아뭉개는 수작을 던지는 어투 같았습니다. 아동문학이 어떤 한가지의 이념적인 도그마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문학의 보편주의를 주장하고 있는 분께서 본인의 사적 문제도 아닌 객관적인 작품을 두고 이런 비논리적이고 비보편적인 감정적인 언어의 칼을 휘두른다는 게 참으로 궁금합니다.

 
 

   <2>
   박용열 선생님의 작품 <고요 1>과 <고요 41>을 직접 제시하면서 이어지는 글이 점입가경(漸入佳境)입니다. <고요 1>과 <고요 41>의 원문은 최지훈 씨가 이미 제시하였기에 여기서는 생략합니다.

 

   [어떻습니까? 남진원 씨의 작품이 이들 속에 섞이면 금방 다른 사람의 다른 시로 구별이 될까요? ]
 
   박용열 선생님의 작품 <고요 1>과 <고요 41> 등의 작품 속에 있다면 구분이 되지 않는 다는 이야기입니다. ‘어떻습니까?’ 하는 말은 이제 모든 것을 다 밝혀놓았으니 한 번 보시라. 그렇지 않은가? 하고 자신에 찬 물음이군요. 정말 소생이 되묻고 싶은 말입니다. 구분이 안 되는 이유가 무엇인지 말입니다. 비평가라는 이유만으로 작품을 제시하고 ‘어떻습니까?’ 하고 감정으로 동조를 구하려는 태도는 상식 이하의 치졸한 방법이라고 여겨지지는 않는지요? 구분되지 않는 이유를 문학적인 논리로 설득시키지는 않은채 이런 감정적인 언어를 통해 공개적으로 한 작가의 명예를 추락시키려는 의도를 가져도 된다고 여기시는 지요.

 
 

   <3>
   작품의 차별화는 작가가 창작시에 유념해야 된다고 봅니다. 그러나 그것은 작가의 고유한 언어 감각의 흐름이나 표현에 있어의 형태적인 특성이나 사상성에 깃든 문제이지, 최지훈씨의 말처럼 소재가 비슷하고 주제가 같다고 해서 차별화가 되지 않았다고 여기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 아닐까 하고 염려해 봅니다. 검객이 비슷한 칼을 들고 싸웠다고 하여 똑 같은 검법을 사용했다고 하시는지요.
 
   [ 동시 <고요> 라고 하면 ‘박용열’ 대신에 ‘남진원’을 떠올리게 될까요? 확실히 그 점 자신있습니까? ]
 
   문학을 무슨 올림픽 경기 하는 것쯤으로 착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너’ 아니면 ‘내’라는 이분법적인 흑백논리는 진정으로 문학을 하는 사람이라면 위험한 생각입니다. 어찌 글의 소재에 특허를 낸 사람이 있을 수 있습니까? 또 그 방면에 앞서간 선배들이 있지만 그 길을 함께 가면서 새로운 길을 열어갈 수도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른 사람이 그렇게 했으니 나도 그렇게 해보자는 식도 안 되지만 다른 사람이 먼저 했으니 더 하면 안 된다는 것은 좋은 생각은 아닙니다. 하나의 주제에도 다양한 음색과 음율이 있는 게 더 좋은 것 아닐까요? 누구를 능가하고 누구를 이기고, 누구 대신 그 자리에 선다는 발상 자체가 문학의 본령을 넘어선 것이라고 여겨집니다. 물론 이런 뜻으로 하신 말씀이 아닌 것은 압니다. 그런데 참, 좀 황당하네요. ‘확실히 그 점 자신 있습니까?’ 뭐 제가 법정에 선 피고도 아니고, 선생님께서는 판사도 아닌데 그 어투가 마치 검사가 죄인을 심문할 때이나 판사의 질문 때에 들을 수 있는 말처럼 요즘 들어 휘귀한 말이기 때문입니다. 어느새 그렇게 권위적이고 문학의 폭력적인 카리스마를 갖고 계시게 되었는지 참 궁금합니다. 그리고 소재가 비슷하고 주제가 같다고 모방작이라고 여긴다면, 글쎄요...
 
   소생은 그저 제 길을 열심히 닦아나가려고 합니다. 모방적이라는 말을 들을 까 봐 염려가 된다고 하셨는데, 작품의 치열한 분석도 없이 이런 말을 하시니 그 저의에 고개가 갸우뚱거려집니다.

 

[이런 작품을 소개할 만하다고 소개하시는 분도 그렇네요.]
 
   이 부분은 참으로 당사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알뜰하게 모멸감을 느끼는 대목입니다. 선생님께서 한마디로 묵사발을 내시네요. 선생님께서 마치 이 카페의 지도자처럼 행세를 하시는 느낌입니다. 사실이 그런지는 몰라도 말입니다. 대지주가 잘못한 하인을 꾸짖는 듯한 인상도 느껴졌습니다. 불교에서만 ‘천상천하유아독존’이라는 말을 들었는데 이번에 또 한 번 새기게 되었습니다.

 
 

   [4]
   작가의 작품에 대한 비평은 한 두 편으로는 사실 힘듭니다. 장님이 코끼리 만지는 격이지요. 혹시 선생님께서 오해를 하실 것 같아 그간 발표한 것과 발표하지 않은 작품 ‘고요’에 대한 작품을 여기에 조심스럽게 선 보입니다. 여기 작품으로도 부족하시겠지만 현재 모아본 곳이기에 우선 올립니다. 선생님의 예리한 고견을 듣고 싶습니다.

 

남진원의 시 [고요]

 

고요
- 강 -
 

 

강물은
심심하고

 

다슬기는
바위에 탈싹 붙어 꼼짝 안한다.

 

고기들은 집을 비웠다.

 
 

고요
- 졸음 -
 
나비 한 송이
낮게 낮게
앉을락 말락
 
그 틈 사이로 새소리 두엇
가라앉듯 멀어지고....

 

고요
- 저녁 종소리 -

 

흐르는 듯
머무는 듯
 
열었다
닫았다

 

비었다가
가득하다가

 
 
 

고요
- 봄날 선방 -

 

스님들의
침묵 사이
 
형형한
선기(禪氣)가 들었다.

 

찻물이 달아오른다
고요 한 덩이

 

*형형(炯炯): 반짝반짝 빛나며 밝다는 뜻
*선기(禪氣): 깨달음의 기운

 
 

고요
- 명상 -

 

벽을
보고
 
뼈를 세운 한 자루 씩의
촛불

 

 

고요
- 산수유 -
 
절문 밖에서
산수유가 들여다보고 있다

 

속수무책 들여다보고 있다.

 

 

고요
- 절 집 -
 
 
절 집 한 채가
안개 속에서

 

빠졌다 솟구쳤다 한다

 

참으로 일 없이.

 

 

 
 

고요
- 겨울 지나고 나니 -

 

겨울 지나고 나니 산중이 젊어졌다

 

뜰에 내려서니 금 긋는 새소리 두엇

 

풋내가 난다.

 
 
 

고요
- 냄새 방울들 -
 
언뜻언뜻
풀벌레 소리
물방울에 스몄다
 
낮아지면서 반짝이는
저 귀엽고 동그란
무소유의 냄새 방울

 
 

고요
- 귀뚜라미 -

 

귀뚤귀뚤 길게 휘어지며
흐른다

 

부드러운
빛이다

 

읽다 만 금강경 한 줄처럼.

 
 

고요
- 산사 -

 

공양간 아궁이
나무 타는 불빛

 

천진스럽도록 환해지고

 

뒷산
낙엽 냄새

 

군불지피듯 천천히 따뜻해지고.

 
 

고요
- 녹차 -

 

차 잎이 물속에 스며든다

 

물푸레나무 사이로 한지 같은 눈이 내린다

 

하던 일 슬그머니 놓아둔다

 
 
 

고요
- 절간 -
 
인적이 드문 절간에 툭 잎이 날린다

 

새가 한 바퀴 휘돌아 간다

 

석등(石燈) 하나가 눈을 뜨고 앉았다

 
 

고요
- 풍경(風磬) -

 

아주 천천히
풀잎을
뒤적이는
풀벌레 소리

 

그 소리에
깨다가 졸다가 ·······.

 
 

고요
- 빗소리 -

 

바람,
한 점도 섞이지
않은가 보다.

 

맑음의 순도 99.9
숨결

 

내 귀만
두꺼워졌다, 얇아졌다
한다.

 
 

고요
- -

 

나무 밑에
앉으니

 

자꾸
삐져나오는 풀벌레 소리

 

나도
풀처럼 앉아 있고.

 
 
 

고요
- 노인 -

 

소나무 아래
앉은 노인

 

혼자
꾸벅 꾸벅

 

헌 옷가지
같이.

 

고요
- 산막에서 -

 

  채의 
 산막에서 할아버지는 겨울을 나시네
 
 나무고 짐승이고 어리석어서
 하염없이 순하다네
 
 장독대랑 쌓인 눈이랑
 오늘은 제멋대로 잠속에 뒹구네
 
나도 방구들에 벌러덩 드러누웠네
 
나무 타는 냄새만 종일 안개와 쏘다니네
  

 

고요
- 옥천동에서 -
 
요놈 새소리가
나무 사이로 날아다닌다, 혹 나뭇가지에
앉기도 한다.

 

가만히
앉아 듣는 재미가 있다.

 
 

고요
- 새싹 -

 

흙 위로
새 싹이 돋았다.

 

노스님 잇몸에서도
뽀얀 새 이가 나더니,

 

제 속 다 허물고 나서야
흙의 잇몸에서
돋아나며

 

마악, 입 열려고 하네.

 
 
 

고요
- -

 


하나가

 

마음대로

 

들락
날락

 
 

고요
- 까치 -

 

까치가 짖는다

 

맑아서

 

짖는 소리를
쳐다보네.
 
멍하니 ·······

 
 
  

고요
- -

 

산위에 둥둥
달이 떴다

 

차 향기
같은
 

 

고요
- 물 잎 -
  
 바람이 물을 건드린다
 
 물 잎
 사이
 
 산이 흔들린다
 
 
고요
- 연못 옆에서 -
  
연잎도 잠잠해지고
 
나무도 잠잠해지고
 
연못 옆에 선 나도 심심해졌다
 
모두 할 일 없어져 우두커니 있다
 
 
 
 
고요
- 개구리 -
 
공기 방울에 섞여
 
한창 얇아지는
 
푸른 글자.......
 
어둠이 점점 또렸해진다
 
고요
- 인사 -
 
새가 찾아와
목청을 돋운다.
그 소리가 반가와
나도 감나무 아래에 서서
눈인사를 보낸다.
 
무심한 즐거움이다.

 
 

고요
- 매화 -

 

다기(茶器)에 찻물

 

흘러내리는 소리
 
매화 그림자 몇 송이
 
고요함을 더한다
 

 

고요
- -
 
연못에 와서
하늘을 만났다
  
흘러가도
소리 내지 않는 하늘
 
한참 동안 텅 빈
벗을  만났다
 
 
고요
- 안개 -
 
 아무도 없는
 깊은 산
 
 나무 태우며 밥 짓는 연기가 난다
 
 
 고요
- 나뭇잎과 연못 -
  
 나뭇잎들이 물 위에 사뿐히 내려앉았어
 아무 소리가 없이
 
 바람이 무엇을 했느냐구?
 가만히 나무 뒤에 숨어 구경만 했어
 
 연못이 나뭇잎을 가만히 놓아두고
 나뭇잎도 연못을 가만히 놓아두고
 
 편안하게 있는 게
 좋아서
구경만 했어.
 
 고요
- 봄 산사 -
 
너무 조용하여
풀향기에 마취당해
 
주 가볍게 우는 새소리는
목소리를 1/10 쯤만 열어놓았지.

 

어쩔 수 없이, 이럴 땐
나도 돌탑처럼 참해진다.

 

 
 고요
- 도라지꽃 -
 
 
가만히
네가 나를 본다
 
난 숨어버리지
네 속에 숨어버리지.
 
 
 고요
- 강물 -
 
 가을 하루가
풀잎에 떠내려 왔구나

 

하늘 내려다보는
즐거움 있네.

 
 

고요
- 첫눈 -

 

야아!
첫 눈이 온다.
 
아이들 목소리도 하얗게 나무가 되어 섰다.
 

 
 

고요
- 빈 방에서 -

 

숨어 있다
이야기소리
웃음소리

 

짜증내던 엄마
목소리까지
숨고,

 

꽃향기마저
멈춰 있지만

 

다들 고스란히
모두 제 자리에서
마악 튀어나올 것 같다.

 
 
 

고요
- 고향집 눈발 -

 

깨꽃 같은 눈 잎이 날리기 시작하더니

 

포옥 포옥 마을을 감싸 덮는다.

 

나는 이불을 뒤집어 쓰고 빼곰이 밖을 내다본다.

 

한 겹 한 겹 부침개를 부쳐놓듯이 눈이 자꾸 쌓인다.
 

 

고요
- 엄마가 아프다 1 -

 
 

병원에 입원하신 엄마
복도에서 의사선생님을 만나려고 기다리다

 

선생님은 병실 복도에서 다른 환자의 보호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계신다. 엄마는 의사선생님의 말씀이 끝나길 옆에서 기다리고 있다. 고개를 쳐들고 의사선생님만을 바라본다.

 

링거액도 우두커니 옆에 붙어 서 있다. 나도 우두커니 기다리고 있다. 가지런히 묶은 엄마 뒷머리까지 어릴 때 소녀로 돌아가 예쁘게 정지되어 있다.

 

 
 고요
- 엄마가 아프다 2 -

 

병실에 엄마를 홀로 남겨 두고 학교에 왔다

 

엄마 얼굴이 부었다

 

얼굴이 부으면 안 좋다던데……
공부 시간 내내
내 생각도 퉁퉁 부어 있다.

 

고요
- 엄마가 아프다 3 -

 

갑자기 휴대폰이 진동한다
엄마다!

 

언제 와?’
마른 실 같은 목소리

 

지금 가고 있어.
그래놓고 나니,
내 마음은 버스 보다 더 빨리 달린다.

 

무중력 상태다.

 
 

고요
- 엄마가 아프다 4 -

 

무균실 방문객 제한
663호 병실 앞에 붙어 있는 글씨
그 안에 엄마가 있다

 

주사 바늘에 찔리고
약물에 헐어가는 아픔이 이어질 때마다
 
겨울나무처럼 견뎌내는
엄마의 침묵도 이어진다.
 
 
 
고요
- 엄마가 아프다 5 -
 
눈발이 내려앉는다.

 

병원 엘리베이터에서 50대 초반 쯤의 아주머니가 말했다.
우리 아저씨 폐암으로 돌아가셨어.
울먹이며 옆 친구를 보면서 하던 말

 

눈발이 내려앉는다
그 말도 떨리며 앉는다
한동안 내 생각도 얼음처럼 하얘진다.

 
 
 
 

고요
- 병원 치료실 -

 

‘많이 아프네요!’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며 간호사들은
침대에 뉘인 환자를 치료실로 데려간다

 

거기는
이승의 끝자락

 

병실에 남아 있는 환자들 누구 하나
말 꺼내지 못한다

 

침묵을 어루만지며 누운 659호 병실 사람들

 

떠나간 빈 자리만 눈 환히 뜨고 있다.

 
 
 
 
 
 

고요
- 겨울 대관령 -
 
눈이 내리는 골짜기에 안개가 떠돈다.
 
자부룩이
자부룩이

 

한참 만에, 흰 애벌레 같은 자동차 한 대
구물구물 지나간다.
 
모두 어질어서
잠잠하다.

 

 
 
 
남진원의 시 [고요]

 

고요
- 강 -
 

 

강물은
심심하고

 

다슬기는
바위에 탈싹 붙어 꼼짝 안한다.

 

고기들은 집을 비웠다.

 
 

고요
- 졸음 -
 
나비 한 송이
낮게 낮게
앉을락 말락
 
그 틈 사이로 새소리 두엇
가라앉듯 멀어지고....

 

고요
- 저녁 종소리 -

 

흐르는 듯
머무는 듯
 
열었다
닫았다

 

비었다가
가득하다가

 
 
 

고요
- 봄날 선방 -

 

스님들의
침묵 사이
 
형형한
선기(禪氣)가 들었다.

 

찻물이 달아오른다
고요 한 덩이

 

*형형(炯炯): 반짝반짝 빛나며 밝다는 뜻
*선기(禪氣): 깨달음의 기운

 
 

고요
- 명상 -

 

벽을
보고
 
뼈를 세운 한 자루 씩의
촛불

 

 

고요
- 산수유 -
 
절문 밖에서
산수유가 들여다보고 있다

 

속수무책 들여다보고 있다.

 

 

고요
- 절 집 -
 
 
절 집 한 채가
안개 속에서

 

빠졌다 솟구쳤다 한다

 

참으로 일 없이.

 

 

 
 

고요
- 겨울 지나고 나니 -

 

겨울 지나고 나니 산중이 젊어졌다

 

뜰에 내려서니 금 긋는 새소리 두엇

 

풋내가 난다.

 
 
 

고요
- 냄새 방울들 -
 
언뜻언뜻
풀벌레 소리
물방울에 스몄다
 
낮아지면서 반짝이는
저 귀엽고 동그란
무소유의 냄새 방울

 
 

고요
- 귀뚜라미 -

 

귀뚤귀뚤 길게 휘어지며
흐른다

 

부드러운
빛이다

 

읽다 만 금강경 한 줄처럼.

 
 

고요
- 산사 -

 

공양간 아궁이
나무 타는 불빛

 

천진스럽도록 환해지고

 

뒷산
낙엽 냄새

 

군불지피듯 천천히 따뜻해지고.

 
 

고요
- 녹차 -

 

차 잎이 물속에 스며든다

 

물푸레나무 사이로 한지 같은 눈이 내린다

 

하던 일 슬그머니 놓아둔다

 
 
 

고요
- 절간 -
 
인적이 드문 절간에 툭 잎이 날린다

 

새가 한 바퀴 휘돌아 간다

 

석등(石燈) 하나가 눈을 뜨고 앉았다

 
 

고요
- 풍경(風磬) -

 

아주 천천히
풀잎을
뒤적이는
풀벌레 소리

 

그 소리에
깨다가 졸다가 ·······.

 
 

고요
- 빗소리 -

 

바람,
한 점도 섞이지
않은가 보다.

 

맑음의 순도 99.9
숨결

 

내 귀만
두꺼워졌다, 얇아졌다
한다.

 
 

고요
- -

 

나무 밑에
앉으니

 

자꾸
삐져나오는 풀벌레 소리

 

나도
풀처럼 앉아 있고.

 
 
 

고요
- 노인 -

 

소나무 아래
앉은 노인

 

혼자
꾸벅 꾸벅

 

헌 옷가지
같이.

 

고요
- 산막에서 -

 

  채의 
 산막에서 할아버지는 겨울을 나시네
 
 나무고 짐승이고 어리석어서
 하염없이 순하다네
 
 장독대랑 쌓인 눈이랑
 오늘은 제멋대로 잠속에 뒹구네
 
나도 방구들에 벌러덩 드러누웠네
 
나무 타는 냄새만 종일 안개와 쏘다니네
  

 

고요
- 옥천동에서 -
 
요놈 새소리가
나무 사이로 날아다닌다, 혹 나뭇가지에
앉기도 한다.

 

가만히
앉아 듣는 재미가 있다.

 
 

고요
- 새싹 -

 

흙 위로
새 싹이 돋았다.

 

노스님 잇몸에서도
뽀얀 새 이가 나더니,

 

제 속 다 허물고 나서야
흙의 잇몸에서
돋아나며

 

마악, 입 열려고 하네.

 
 
 

고요
- -

 


하나가

 

마음대로

 

들락
날락

 
 

고요
- 까치 -

 

까치가 짖는다

 

맑아서

 

짖는 소리를
쳐다보네.
 
멍하니 ·······

 
 
  

고요
- -

 

산위에 둥둥
달이 떴다

 

차 향기
같은
 

 

고요
- 물 잎 -
  
 바람이 물을 건드린다
 
 물 잎
 사이
 
 산이 흔들린다
 
 
고요
- 연못 옆에서 -
  
연잎도 잠잠해지고
 
나무도 잠잠해지고
 
연못 옆에 선 나도 심심해졌다
 
모두 할 일 없어져 우두커니 있다
 
 
 
 
고요
- 개구리 -
 
공기 방울에 섞여
 
한창 얇아지는
 
푸른 글자.......
 
어둠이 점점 또렸해진다
 
고요
- 인사 -
 
새가 찾아와
목청을 돋운다.
그 소리가 반가와
나도 감나무 아래에 서서
눈인사를 보낸다.
 
무심한 즐거움이다.

 
 

고요
- 매화 -

 

다기(茶器)에 찻물

 

흘러내리는 소리
 
매화 그림자 몇 송이
 
고요함을 더한다
 

 

고요
- -
 
연못에 와서
하늘을 만났다
  
흘러가도
소리 내지 않는 하늘
 
한참 동안 텅 빈
벗을  만났다
 
 
고요
- 안개 -
 
 아무도 없는
 깊은 산
 
 나무 태우며 밥 짓는 연기가 난다
 
 
 고요
- 나뭇잎과 연못 -
  
 나뭇잎들이 물 위에 사뿐히 내려앉았어
 아무 소리가 없이
 
 바람이 무엇을 했느냐구?
 가만히 나무 뒤에 숨어 구경만 했어
 
 연못이 나뭇잎을 가만히 놓아두고
 나뭇잎도 연못을 가만히 놓아두고
 
 편안하게 있는 게
 좋아서
구경만 했어.
 
 고요
- 봄 산사 -
 
너무 조용하여
풀향기에 마취당해
 
주 가볍게 우는 새소리는
목소리를 1/10 쯤만 열어놓았지.

 

어쩔 수 없이, 이럴 땐
나도 돌탑처럼 참해진다.

 

 
 고요
- 도라지꽃 -
 
 
가만히
네가 나를 본다
 
난 숨어버리지
네 속에 숨어버리지.
 
 
 고요
- 강물 -
 
 가을 하루가
풀잎에 떠내려 왔구나

 

하늘 내려다보는
즐거움 있네.

 
 

고요
- 첫눈 -

 

야아!
첫 눈이 온다.
 
아이들 목소리도 하얗게 나무가 되어 섰다.
 

 
 

고요
- 빈 방에서 -

 

숨어 있다
이야기소리
웃음소리

 

짜증내던 엄마
목소리까지
숨고,

 

꽃향기마저
멈춰 있지만

 

다들 고스란히
모두 제 자리에서
마악 튀어나올 것 같다.

 
 
 

고요
- 고향집 눈발 -

 

깨꽃 같은 눈 잎이 날리기 시작하더니

 

포옥 포옥 마을을 감싸 덮는다.

 

나는 이불을 뒤집어 쓰고 빼곰이 밖을 내다본다.

 

한 겹 한 겹 부침개를 부쳐놓듯이 눈이 자꾸 쌓인다.
 

 

고요
- 엄마가 아프다 1 -

 
 

병원에 입원하신 엄마
복도에서 의사선생님을 만나려고 기다리다

 

선생님은 병실 복도에서 다른 환자의 보호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계신다. 엄마는 의사선생님의 말씀이 끝나길 옆에서 기다리고 있다. 고개를 쳐들고 의사선생님만을 바라본다.

 

링거액도 우두커니 옆에 붙어 서 있다. 나도 우두커니 기다리고 있다. 가지런히 묶은 엄마 뒷머리까지 어릴 때 소녀로 돌아가 예쁘게 정지되어 있다.

 
 
 

고요
- 엄마가 아프다 2 -

 

병실에 엄마를 홀로 남겨 두고 학교에 왔다

 

엄마 얼굴이 부었다

 

얼굴이 부으면 안 좋다던데……
공부 시간 내내
내 생각도 퉁퉁 부어 있다.

 

고요
- 엄마가 아프다 3 -

 

갑자기 휴대폰이 진동한다
엄마다!

 

언제 와?’
마른 실 같은 목소리

 

지금 가고 있어.
그래놓고 나니,
내 마음은 버스 보다 더 빨리 달린다.

 

무중력 상태다.

 
 

고요
- 엄마가 아프다 4 -

 

무균실 방문객 제한
663호 병실 앞에 붙어 있는 글씨
그 안에 엄마가 있다

 

주사 바늘에 찔리고
약물에 헐어가는 아픔이 이어질 때마다
 
겨울나무처럼 견뎌내는
엄마의 침묵도 이어진다.
 
 
 
고요
- 엄마가 아프다 5 -
 
눈발이 내려앉는다.

 

병원 엘리베이터에서 50대 초반 쯤의 아주머니가 말했다.
우리 아저씨 폐암으로 돌아가셨어.
울먹이며 옆 친구를 보면서 하던 말

 

눈발이 내려앉는다
그 말도 떨리며 앉는다
한동안 내 생각도 얼음처럼 하얘진다.

 
 
 
 

고요
- 병원 치료실 -

 

‘많이 아프네요!’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며 간호사들은
침대에 뉘인 환자를 치료실로 데려간다

 

거기는
이승의 끝자락

 

병실에 남아 있는 환자들 누구 하나
말 꺼내지 못한다

 

침묵을 어루만지며 누운 659호 병실 사람들

 

떠나간 빈 자리만 눈 환히 뜨고 있다.

 
 
 
 
 
 

고요
- 겨울 대관령 -
 
눈이 내리는 골짜기에 안개가 떠돈다.
 
자부룩이
자부룩이

 

한참 만에, 흰 애벌레 같은 자동차 한 대
구물구물 지나간다.
 
모두 어질어서
잠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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