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릿 파일 서해전쟁 / 김종대 / 메디치 (초판 1쇄)
책을 읽는 내내 ‘불편함’ 아니 ‘막막함’이 떠나지 않았다. 심각하군!
나의 심정이 이러니 책의 독후감을 적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메모를 보아도 책을 다시 뒤적거려보아도 답답하기만 하다. 지금은 조금 개선되었을까?
국 가안보에는 좌우가 없다. 진보성향으로 알려진 자신에게 기꺼이 시간을 할애해준 많은 군관계자들에게 저자는 감사를 표시한다. 그가 책에서 밝힌 군 문제는 군(육/해/공)의 문제만이 아니며 안보를 이용한 정치세력 그리고 언론의 문제점도 함께 다루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동일한 내용의 텍스트를 접하더라도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다르게 해석 될 수 있으니 독자가 알아서 판단 할 몫이다. 나의 경우는 최소한 스스로 결정할 위치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 개인이건 한 국가건 간에 그 위치에 서지 않았다면 스스로를 포기한 것이리라.
안
보의 모든 것을 미군에 의존해온 우리 군의 아주 독특하고 이상한 행동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연평도 사건에 대한 대응이 유엔사
교전규칙에 관한 사항인가, 아니면 자위권에 관한 사항인가? 이것을 두고 국방부와 합참 내부에서 대혼란이 벌어진 것이다. 교전 다음
날로 여겨지는 시점에 한민구 합참의장이 월터 샤프 한미연합사 사령관이 긴급 접촉을 했다. 한의장이 이런 질문을 했다.
“우리는 항공력으로 연평도 포격을 감행한 북한에 대해 응징하는 계획을 구상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연합사령관의 의견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샤프 사령관이 짜증스런 표정으로 대꾸했다.
“그건 한국 정부가 알아서 판단할 자위권에 문제이다. 왜 나한테 그런 걸 묻는가? 한국 정부가 알아서 판단하라.” – 302쪽
여 러분은 의아해할 것이다. 위기가 발생했는데 우리 군이 이처럼 우왕좌왕하면서 미군에 일일이 물어보는 일이 벌어졌다는 건 외형적으로는 65만 대군에다가 세계 6위의 국방비를 사용하는 군대라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 훗날 나는 한민국 의장에게 “왜 연평도 사건 당시에 교전규칙이 그처럼 논란이 되었느냐”고 질문했다. 그는 “이제껏 우리 군이 교전규칙에 따라 훈련하고 전투준비를 해온 오랜 역사가 있는데 그것이 어떻게 무시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작전통제권이 없는 군대의 아주 오래된 조직문화였다. – 306쪽
조 직과 개인의 이익을 위해 진실을 마구 조작할 수 있는 것이 군 조직이라면 “대잠수함 준비태세를 준비했느냐”와 같은 사소한 문제에서만 조작이 일어났겠는가? 허위보고를 하고 진실을 바꾸는 조직이라면 자신의 안위를 위해 그보다 더한 일도 못한다는 보장이 있겠는가? – 244쪽
스스로 판단하고 스스로 결정하고 스스로 행동할 수 있는 위치에 섰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은 스스로 할 수 있는 조직과 정보 그리고 의사 결정 시스템과 더불어 결정한 내용을 스스로 수행 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나 는 육군 병장으로 전역을 했다. 그래서 해군이나 공군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다. 단지 영화를 통해서 접한 것이 전부이리라. 책에서는 그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군의 문제를 지적한다. 합참의장이 바뀔 때마다 보이는 신문기사중의 하나는 미국의 합참의장은 지명이 된 후, 인계인수를 할 때까지 약 6개월 동안 교육을 받는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는 단 하루에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능력이 뛰어나서 그런가? 아니지 않는가? 서해 교전을 통해서 그 결과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해 상 군사력 운용은 공격성과 기동성, 융통성을 특징으로 한다, 선제공격하지 않으면 바로 자신의 생명이 위태로워지기 때문에 선제공격 성향이 강한 해군 함정은 적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야 비로소 자신의 의지대로 작전을 할 수 있다. 이 점을 무시하고 자꾸 적에게 무언가를 과시하고자 하는 상급 기관의 부당한 개입은 일선 전투원들에게 북한의 위협보다 위험한 존재였다. 이 책을 쓰기 위해 인터뷰한 해군 관계자들에게서 거듭 확인되는 진실이다. – 342쪽
미 국의 외교력D, 정보력I, 경제력E, 군사력M이 유기적으로 통합된 ‘DIEM’을 통해 북한과 같은 ‘실패국가’의 정치P, 경제E, 시스템S, 군사력M, 정보I, 사회기반I이라는 여섯 개 분야에 종합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식, 이러한 전략을 일컬어 ‘DIEM on PESMII’라고 한다. – 257쪽
북 한을 PESMII라는 여섯 개의 모듈로 각기 평가하여 시스템으로 종합하는 미국과 달리 한국에는 북한 정세에 대한 종합적인 판단 기능과 시스템이 없다. 우리 정부 내에서 북한 정보를 다루는 기관을 보면 국방부는 군사정보, 통일부는 북한의 일반적 공개정보, 외교부는 국제정세를 수집하고, 국정원은 필요에 따라 정보지원을 한다. 그러나 북한의 다양한 측면을 종합하여 정세를 판단하는 절차와 시스템이 한국 정부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 257~258쪽
평 소에 그렇게 했기 때문이다. 그건 국가가 전쟁이 나든 북한이 쳐들어오든 그 어떤 가능성과 상관없다. 평소에 그렇게 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조직의 일상적 업무는 국가적 차원의 합리성을 추구하는 ‘결과의 논리’를 추종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평소 하던 대로 하는 ‘적당의 논리’에 머물러 변화하지 않으려는 속성을 드러낸다. – 284쪽
이 사태를 통해 북이 같은 무기로 포격 거리를 늘였다, 줄였다 하면 우리의 사격을 통제하는 지휘체계가 달라진다는 황당한 사실만 드러났다. – 327쪽
군 조직간의 문제뿐만 아니라 정부와의 관계도 문제가 된다. 군의 특성과 안보/외교/정치 모든 면을 조율하여야 하는 정부 사이의 미묘한 입장 차이가 생사를 가늠하는 현장에서 적용 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현대전은 전면적이라고 하지만 이제는 첨단전이다. 그런데 군의 기술은 민간을 따라가지 못한다고 한다, 이미 많은 전쟁에서 이를 증명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의 전쟁학자 피터 W. 싱어는 그의 저서 [하이테크 전쟁]에서 누구나 민간 기술로 전쟁하는 시대가 되었다고 설명하며 ‘전쟁 기술의 평준화가 이루어졌다”고 선언했다. – 277쪽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자리를 원하지 않는 군, 그 것이 이 책의 제목을 장식하는 “시크릿”의 핵심을 말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끝으로 에필로그에서 눈에 띄는 글이 있어 옮겨본다.
20 세기 평화지도자 중에 임기를 제대로 마친 지도자가 거의 없다. 이제껏 적과 협력하여 평화를 추구한 지도자는 누구나 불행하게 정치를 마감하면서 그 자신은 희생되었으나 그 대신 전 세계가 전쟁을 초월하여 승리자가 되게 만들었다. – 347쪽
참, 에필로그에 ‘서해 평화가 파괴되는 일곱 가지 이유‘가 있는데 초판에는 ‘이유 6. 안보 실패를 국내 정치적 논란으로 확대한 정치권력이야말로 가정 큰 평화의 적이다.’로 끝이 난다. 삭제되었던 부분을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진실을 조작하고 감춘 결과 영웅은 속출하고 평화는 파괴됐다.”
(2016년 8월 20일 평상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