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자유게시판

풀잎 하나 기도 하나

작성자이상익(안토니오)백합|작성시간20.04.25|조회수16 목록 댓글 0




풀잎 하나. 기도 하나




내가 사는 원주에는 농사짓는 사람들이 참 많다

농부들은 제때 비가 오지 않으면 애태우며 속을 끓인다

몇 년 전부터인지 장마철에도 거의 비가 오지 않았는데 작년도 마찬가지였다.



농작물은 가뭄에 시달리고 나무들도 잡초들도 모두 말라 지쳐 가고 있었다

땅도 더위에 신음하는 듯했다

길거리에는 사람들도 잘 안다녔다

성당으로 오가는 산 중턱 언저리의 어린나무와 잡초들도

잎이 말라 시들어가고 있었다.



풀잎 하나를 따서 손가락으로 비비니 그냥 바스려져 가루가 되었다

나는 그 자리에 서서 하느님께 기도를 드렸다.



하느님 보십시오...

이 어린나무와 잡초들이 메말라 다스러지네요

이 잡초들은 발이 없으니 물을 찾아 나설 수도 없고

입이 없으니 우리에게도 물 좀 주십시오..말도 못하고

하느님께 제발 비 좀 내려주십시오

애원도 못합니다.







농부들은 자기네 농작물이야 어떻게 해서라도 살려내려고

무슨 수를 쓰든 물을 끌어자 주더군요

그런데 이 잡초들은 그냥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

제발 비를 내리시어 이 어린나무와 잡초들도 살게 해주십시오.



성경에도 하느님께서는 선인에게나 악인에게나

똑같이 햇볕도 주시고 비도 주신다는 말씀이 있잖아요

그리고 이런 기도를 누구한테 하겠습니까?

어떤 유능한 물리학 박사도 공학 박사도

비 한 방울 못만들 테니까요.



공교롭게도 그날 해 질 녘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나는 내가 기도해서 비가 내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가뭄에 누군들 기도하지 않겠나.



그런데 만약에 백 명의 기도가 필요했는데

아흔아홉 명이 기도 했고 한 명의 기도가 모자랐따면

내가 그 한 명을 채워 비가 온 게 아닐까.



다음날도 계속 비가 내렸다

성당 가는 길에 보니 그 어린나무와 잡초들이 다 되살아나 있었다

그리고 바람결에 몸을 흔들며

데레사 아줌마 고마워요...라고 속삭이는 것 같았다.



나도 손을 흔들어 웃으며 답했다.

하느님께 감사해~~

그리고 살아나서 고마워~~



 

redefineLink();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