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잎 하나. 기도 하나
내가 사는 원주에는 농사짓는 사람들이 참 많다
농부들은 제때 비가 오지 않으면 애태우며 속을 끓인다
몇 년 전부터인지 장마철에도 거의 비가 오지 않았는데 작년도 마찬가지였다.
농작물은 가뭄에 시달리고 나무들도 잡초들도 모두 말라 지쳐 가고 있었다
땅도 더위에 신음하는 듯했다
길거리에는 사람들도 잘 안다녔다
성당으로 오가는 산 중턱 언저리의 어린나무와 잡초들도
잎이 말라 시들어가고 있었다.
풀잎 하나를 따서 손가락으로 비비니 그냥 바스려져 가루가 되었다
나는 그 자리에 서서 하느님께 기도를 드렸다.
하느님 보십시오...
이 어린나무와 잡초들이 메말라 다스러지네요
이 잡초들은 발이 없으니 물을 찾아 나설 수도 없고
입이 없으니 우리에게도 물 좀 주십시오..말도 못하고
하느님께 제발 비 좀 내려주십시오
애원도 못합니다.
농부들은 자기네 농작물이야 어떻게 해서라도 살려내려고
무슨 수를 쓰든 물을 끌어자 주더군요
그런데 이 잡초들은 그냥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
제발 비를 내리시어 이 어린나무와 잡초들도 살게 해주십시오.
성경에도 하느님께서는 선인에게나 악인에게나
똑같이 햇볕도 주시고 비도 주신다는 말씀이 있잖아요
그리고 이런 기도를 누구한테 하겠습니까?
어떤 유능한 물리학 박사도 공학 박사도
비 한 방울 못만들 테니까요.
공교롭게도 그날 해 질 녘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나는 내가 기도해서 비가 내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가뭄에 누군들 기도하지 않겠나.
그런데 만약에 백 명의 기도가 필요했는데
아흔아홉 명이 기도 했고 한 명의 기도가 모자랐따면
내가 그 한 명을 채워 비가 온 게 아닐까.
다음날도 계속 비가 내렸다
성당 가는 길에 보니 그 어린나무와 잡초들이 다 되살아나 있었다
그리고 바람결에 몸을 흔들며
데레사 아줌마 고마워요...라고 속삭이는 것 같았다.
나도 손을 흔들어 웃으며 답했다.
하느님께 감사해~~
그리고 살아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