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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야 / 고-임언기 신부님 ~

작성자이상익(안토니오)백합|작성시간19.01.20|조회수17 목록 댓글 0



뉴욕에서 교포사목할 때 나는 시간이 나면,

공원과 학교 운동장을 찾았다.

뱃살도 빼고 기도와 묵상도 하면서,

조용히 걷는 시간이 

너무나도 소중한 시간이었다.

빽빽하게 들어선 아파트촌이 밀집해 있는

한국보다도, 동네마다 크고 작은 공원이 있는

뉴욕이 정신 건강에는 더 좋은 것 같다.

사실 경제와 문화의 중심지인 

뉴욕의 맨하탄도 고층 빌딩에, 수많은 

사람들과 교통체증에 질리기 딱 좋지만,

그래도 맨하탄이 맨하탄다운 것은

그 중심에 센트럴 파크가 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 곳에서 독서도 하고,

산책도 운동도 하고,

일광욕도 하면서 숨을 쉬고 안식을 취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영육간에 에너지를

재충전할 빈 공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서울이 아름다운 건,

남산 중턱에 긴 산책로가 있기 때문이다.

푸르른 수목을 옆으로 하고,

한 두시간 기도하면서 걸으면 기분이 

한결 좋다. 서울 안팎에 있는 복지관에서 

시각 장애인들을 그 곳에 데려다 주면, 

차가 다니지 않기 때문에, 시각 장애인들이

 마음대로 대화하며 활보한다.



 


내가 있는 미리내성지도 아름다운 건,

김 대건 안드레아신부님 유택이 모셔져 있는

넓은 광장 때문이 아니다.

나는 더 좋은 장소를 알고 있다.

김 대건 안드레아신부님의 무덤에서

가까운 곳에 애덕고개가 있다.

김 대건 신부님이 사목하실 때 다녔던 곳이고,

이 민식 빈첸시오가 김 대건 신부님의 시신을

새남터에서 모셔다 올 때

마지막으로 넘었던 고개요,

김 대건 신부님의 어머니 고 우술라가

아들 무덤에서 아들의 순교가 헛되지 않고

조국의 복음화를 위해 밑거름이 되도록,

울며 기도하기 위해 넘었던 고개다. 

그 애덕 고개를 넘으면, 비포장된 좋은 길이

산 중턱에 한도 끝도 없이 잘 닦여져 있다.  

그 곳에서 나는 점심 후에,

묵상도 하고 기도도 하고 한 두 시간 걷는다.

아무도 없어 너무도 좋은 곳이다.

땅을 밟아서 좋고, 

신선한 공기를 마셔서 좋고, 푸르른 수목과 

맑은 하늘을 바라볼 수 있어서 좋다.





우리는 우리 삶의 자리에서 주변에

이런 빈 공간을 찾아야 하고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그 곳에서 광야체험을 하고,

하느님 말씀을 들어야 한다.

아무리 바빠도 그런 장소,

그런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광야에서 침묵의 소중함을 체험하고,

내 마음에 들려주시는

하느님 말씀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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