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재발견①
서울 낙산 순성길 산책
서울 한양도성길은 우리나라의 역사와 자연, 그리고 서울의 아름다움을 함께 만날 수 있는 최고의 산책길 가운데 하나다.
오랫동안 북악산 성곽길은 1968년 1·21 사태 이후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되었다가 최근 전면 개방되면서 많은 시민들이 찾고 있다.
북악산 성곽길에서 바라보는 한양의 풍광도 아름답지만, 이번에 걸은 낙산 순성길 또한 색다른 매력을 품고 있었다.
한양은 경복궁을 중심으로 좌청룡·우백호의 형세를 갖춘 명당으로 알려져 있다.
우백호인 인왕산이 든든하게 서 있다면, 좌청룡에 해당하는 낙산은 해발 124m의 낮고 부드러운 능선이다.
그래서인지 낙산길은 웅장함보다는 아늑함과 친근함이 먼저 다가온다.
이번 산책은 동대문(흥인지문)에서 출발하여 옛 이화여자대학교 대학병원 부지 인근과 낙산공원,
한성대학교 방향으로 이어지는 순성길을 걸었다.
오래전에 찾았던 기억이 있었지만, 새롭게 정비된 낙산 성곽길은 기대 이상으로 아름답고 매혹적이었다.
성곽 아래로 피어난 들꽃과 산수국은 초여름의 정취를 더해 주었고,
골목 담장을 따라 흐드러지게 핀 능소화는 걷는 이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성곽과 꽃, 그리고 푸른 하늘이 어우러진 풍경은 서울 한복판이라는 사실을 잠시 잊게 만들었다.
이화마을로 이어지는 골목길도 인상적이었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낮은 집들과 개성 넘치는 카페,
아담한 음식점들이 조화를 이루며 정겨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낙산의 높이는 124m로 프랑스 파리의 몽마르트 언덕과 비슷하다고 한다.
언젠가는 이곳이 '한국의 몽마르트'라 불리며 더욱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성곽길에서는 북서울의 빌딩 숲과 종묘, 도심의 현대식 건물들, 그리고 멀리 북악산과 보현봉, 삼각산 능선까지 한눈에 들어왔다.
과거와 현재가 한 화면 속에 공존하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특히 성곽 곳곳에서 만난 각자성석(刻字城石)은 눈길을 끌었다.
돌에 새겨진 글씨는 공사 구간과 책임자를 기록한 것으로, 선조들의 철저한 책임 의식과 축성 기술을 보여 준다.
이를 보며 오늘날에도 부실시공 없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동대문역에서 한성대입구역 방향까지 천천히 걸어도 약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중간중간 카페에 들러 쉬고, 골목길 풍경을 감상하며 걷는다면 더욱 여유로운 시간이 될 것이다.
서울을 새롭게 발견하고 싶은 분들에게 낙산 순성길 산책을 권하고 싶다.
나 역시 머지않아 다시 이 길을 찾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