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리
2021년 9월 12일(일) 외, 맑음, 강남 세곡근린공원 주변
고마리(Persicaria thunbergii (Siebold & Zucc.) H.Gross)는 메밀꽃 필 무렵이면 메밀꽃이 핀 것처럼 핀다.
주로 개울 근처에 무리지어 피는 고마리는 오가는 사람들이 지나치기 쉽지만 그 꽃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짐에 찬탄하게 된다.
고마리는 마디풀과의 한해살이풀로 높이는 70~100cm로, 가시가 있으며 흰색 또는 흰색 바탕에 끝에 붉은빛이 도는
꽃이 가지 끝이나 잎겨드랑이에 뭉쳐서 핀다. 열매는 수과(瘦果)를 맺으며 들이나 골짜기에 나는데 한국, 우수리강,
일본, 중국 등지에 분포한다.(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주) 수과(瘦果)는 폐과(閉果)의 하나로 씨가 하나로 모양이 작고 익어도 터지지 않는다. 미나리아재비, 민들레, 해바
라기 따위의 열매가 있다.
고마리는 깨끗한 곳에서 더러운 곳까지 살 수 있는 수질 범위가 넓은 편이다. 전통 농경의 평균 수질에서 흔하게 출현
한다. 소똥 찌꺼기가 섞인 수질에서는 살 수 있지만, 산업폐수가 섞인 물터에서는 결코 살지 못한다.
고마리는 고만이, 고만잇대, 꼬마리 등으로도 부른다. 이름의 유래는 불분명하다. 고마리 잎 모양에서 소 얼굴에 가면
처럼 덧씌우던 옛날 옷가지 고만이에서 유래를 찾기도 한다. 이런 사실을 뒷받침하는 이야기가 일본에 있다. 일본명
은 미조소바(ミゾソバ, 溝蕎麥) 또는 우시노하타이(牛の額)이다. 미조소바는 도랑이나 고랑(溝)에서 사는 메밀이라는
뜻이고, 우시노하타이는 잎 모양이 소의 얼굴(面像)을 닮은 데서 비롯한 말이다.
한편 고마리의 한자명 극협료(戟叶蓼)는 갈라진 창 모양처럼 생긴 잎 모양에서 붙여졌고, 녹제초(鹿蹄草)는 사슴
발굽을 닮았다는 잎 모양에서 유래한다.
개골, 개골창, 개울, 골, 고랑, 구렁 등은 모두 동원어인데, 물의 뜻을 포함한 고에 잇닿아 있다. 논이나 밭에 물을 대
거나 빼기 위해 만든 좁은 통로, 즉 고랑과 이어지는 물길을 ‘물꼬’ 또는 ‘고’라고 한다. 고마리는 바로 이 ‘고’에서 사는
‘만이’들인 것이다. 결국 고마리는 ‘고랑에서 흔하게 사는 생명체’이기에 생겨난 이름으로 추정된다.(김종원, 『한국
식물생태보감1』)
이와는 달리 권순경(덕성여자대학교 약학대학 명예교수)은 고마리는 오염된 물을 깨끗하게 정화시켜 주는 식물로
알려져 있는데, 너무나 ‘고마운 풀’이라는 말에서 ‘고마리’가 되었다고 한다.
실제로 축산 농가에서 주변에 고마리를 대량으로 심어 폐수를 정화하는 데 활용하기도 한다. 또는 ‘고만고만’한 풀들
이 무더기로 모여서 꽃을 피우는 식물이라는 뜻에서 ‘고마리’가 유래되었다는 설도 있고 또는 번식률이 매우 강해서
“그만 자라도 됐다”는 뜻에서 ‘그만이’이라고 하다가 ‘고마니’를 거쳐서 ‘고마리’가 되었다는 설도 있다.
속명 페르지카리아(Persicaria)는 라틴어로 복숭아인 페르지쿰(persicum)에서 비롯되었는데 꽃 색이 동일한 연한
분홍색이다.
종소명 툰베르기(thunbergii)는 스웨덴의 동식물연구가이자 린네의 사도로 알려진 Carl Peter Thunberg
(1743~1828)를 기념한 이름이다. 툰베르그는 그의 활동영역에서의 뛰어난 업적으로 남아프리카 식물의 아버지,
일본에서 서구 의학의 개척자, 일본의 린네로 불린다.
학명의 명명자 지볼트와 주카리니(Siebold & Zucc.)는 전에 자세히 소개한 바 있다. 그로스(H.Gross)는 독일 식물
학자인 휴고 그로스(Hugo Gross, 1888~1968)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