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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

봄의 한 가운데에서(양구,인제, 청리→907m,개골령,기룡산,543m→가아1리)

작성자악수|작성시간16.05.09|조회수307 목록 댓글 4

도솔지맥 909m봉에서 바라본 사명산


당신 품에 안겼다가 떠나갑니다. 진달래꽃 술렁술렁 배웅합니다.

앞서 흐르는 물소리로 길을 열며 사람들 마을로 돌아갑니다.

살아가면서, 늙어가면서, 삶에 지치면 먼발치로 당신을 바라다보고,

그래도 그리우면 당신 찾아가 품에 안겨보지요.

그렇게 살다가 영, 당신을 볼 수 없게 되는 날 당신 품에 안겨

당신이 될 수 있겠지요.

―― 함민복, 「산」


▶ 산행일시 : 2016년 5월 7일(토), 맑음, 황사, 바람

▶ 산행인원 : 11명(버들, 영희언니, 스틸영, 악수, 대간거사, 상고대, 두루, 신가이버, 불문,

                   대포, 메아리)


▶ 산행시간 : 9시간 5분

▶ 산행거리 : 도상 14.9km

▶ 교 통  편 : 두메 님 24인승 버스


▶ 구간별 시간(산의 표고는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에 따름)

06 : 28 - 동서울터미널 출발

08 : 25 - 양구군 남면 청리 강원아스콘, 산행시작

08 : 45 - 능선마루, 459m봉

09 : 04 - 527m봉

09 : 39 - 667m봉, 헬기장


10 : 33 - 군부대, 904m봉

11 : 04 - 도솔지맥, 909m봉, 헬기장

11 : 27 - 개골령, ┣자 갈림길, 오른쪽으로 감

11 : 55 ~ 12 : 35 - 계곡, 임도, 점심

12 : 46 - Y자 계곡, 헬기장


13 : 25 - 지능선 합류

13 : 37 - 850m봉

14 : 04 - 851m봉

15 : 14 - 안부

15 : 40 - 기룡산(起龍山, 940m)


16 : 55 - 555m봉

17 : 15 - ┫자 갈림길 안부, 왼쪽으로 감

17 : 30 - 인제군 인제읍 가아1리(개미산골마을), 산행종료

17 : 45 ~ 19 : 41 - 원통, 목욕, 저녁

22 : 15 - 동서울 강변역, 해산


1. 기룡산 정상에서


2. 멀리 오른쪽 희미한 산은 홍천 가리산


▶ 667m봉, 헬기장

인제군 남면 신남리에서 북진하는 46번 국도가 오대산 전후치 넘는 59번 국도 못지않은 대

단한 험로다. 소양호로 내리쏟는 산비탈을 깎아 잔도 같은 길을 내었다. 38선 표지 지나고 간

무봉 돌아 원리천에 이르기까지가 그렇다. 소양호가 수계에는 한참 멀었지만 많이 불었다.

그 위 봉화산 춘색은 현기증이 날만큼 찬란하다. 


양구터널 지나고 청리교 넘자마자 우회전하여 장막골 가기 전 강원아스콘 공장 옆의 느슨한

사면이 오늘 산행의 들머리다. 밭두렁 지나 잡목 숲 헤치고 펑퍼짐한 사면 쓸어 능선 붙잡는

다. 참호 지나고 삐삐선과 함께 군인의 길을 간다. 어제 내린 비로 흙과 갈잎 낙엽이 촉촉하

게 젖어 있어 걷기에 아주 좋다. 시원한 바람에 등 떠밀려 오른다.


459m봉 올라 가파름이 수그러들고 소나무 숲길이다. 지도를 보면 연이은 봉우리가 물수제

비 뜬 자국과 같다. 봉봉 짧게 내렸다가 길게 오르며 점차 고도를 높인다. 527m봉 정상 공터

에는 깃발 없는 깃대만 있다. 내릴 때 가쁜 숨 돌리고 오를 때는 막 간다. 그렇게 봉봉을 넘는

다. 철쭉꽃이 한창이다. 철쭉꽃 터널을 연속하여 지난다.


봄날 별미인 엄나무 새순을 따기 위해 엄나무를 찾는 법. 엄나무가 무성한 참나무 속에 드물

게 섞여 있어 고개 들어 위만 보아서는 가려내기가 여간 어렵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칫하면

발밑 그루터기나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다. 땅바닥을 예의 살펴 작년의 엄나무 낙엽을 찾고

나서 위를 보면 찾기 쉽다. 스틸영 님과 상고대 님은 이 분야에도 달인이다.


667m봉 오르기 직전 공터가 나오고 그 옆 사면에서 엄나무를 발견하였기 아예 휴식한다.

엄나무 새순을 솎아준다. 만발한 철쭉꽃 그늘 아래 둘러앉아 입산주 탁주 마신다. 이 봄날

두보(杜甫)의 권주를 마다할까. 그의 「曲江(곡강)」중 일부다.


꽃잎 하나 날아도 봄이 줄어드는데                     一片花飛減却春

바람에 꽃잎 우수수 날려 시름겹게 하네              風飄萬點正愁人

꽃 오래 보고 싶으나 눈앞에서 사라져가니           且看欲盡花經眼

몸 상한다 물리지 말고 술 실컷 드세                   莫厭傷多酒入脣


얼근하여 오른 667m봉은 보도블록 깐 너른 헬기장이다. 보도블록 그 좁은 틈을 비집고 할미

꽃이 자라 꽃을 피웠다. 667m봉을 넘고부터는 줄곧 오르막이다. 가도 가도 철쭉 꽃길이다.

카메라 앵글 들이대면 봄바람 핑계하여 화판 살랑살랑 흔들어 사양한다. 아름드리 소나무 숲

지나고 깊은 골짜기 굽어보면 신록이 눈부시다.


3. 산행 초반 소나무 숲길


4. 667m봉 헬기장 보도블록 사이에 핀 할미꽃


5. 철쭉꽃


6. 철쭉꽃


7. 907m봉 오르는 길


8. 대암산, 907m봉에서


9. 도솔지맥 909m봉 오르는 중에 남쪽 조망


10. 도솔지맥 909m봉 오르는 중에 남쪽 조망


11. 봉화산일까?


12. 사명산


13. 사명산


▶ 도솔지맥 909m봉, 개골령

철책 두른 군사도로 옆 사면을 잡목 숲 뚫어 나아간다. 그러다 근무를 마치고 철수한다는 사

병 대여섯 명과 철책 사이로 잠시 한담하였다. 잘 가시라 인사하고 돌아서 어깨동무하며 내

려가는 그들의 호주머니에서 경쾌한 음악이 흘려 나온다. 격세지감을 느낀다. 나의 군대시절

에는 2인 이상이면 오와 열을 맞추었고, 2보 이상이면 구보하였으며, 노래는 오로지 ‘사나이

로 태어나서 할 일도 많다만’ 따위의 군가였다. 모처럼 술 마시는 회식자리에서조차 ‘전선야

곡’이었다.


907m봉은 군부대 시설이라 왼쪽 사면을 크게 돌아야 한다. 비로소 하늘이 트여 대암산 쪽을

바라보았으나 황사로 뿌옇다. 북사면 빽빽한 잡목 헤쳐 907m봉 동릉에 들어서니 군인의 길

이 도솔지맥과 동행한다. 길 좋다. 이따금 엄나무 새순 솎아주며 간다. 길게 오른 909m봉은

경점이다. 남쪽 사면을 벌목하여 시야가 훤히 트인다. 사명산이 신록 위로 불쑥 피어난 한 떨

기 꽃이다.


기룡산 가는 길. 오늘 산행의 하이라이트가 시작된다. 909m봉에서 북진하여 내린 개골령에

서 오른쪽 골짜기로 가서 기룡산 서릉을 오르는 것이다. 물론 기룡산은 주릉 타고 개골령을

지나고 광치령 가기 전 △902.4m봉에서 남동진하여 가는 수도 있지만 그건 길이 워낙 잘나

있어 우리 오지산행의 성미에 맞지 않는다.


깊은 교통호 넘고 넘어 909m봉 가파른 북릉을 내린다. 야트막한 안부가 개골령이다. 여영이

란 분이 ‘여기가 개골령입니다’라는 표지판을 달아놓았다. 오른쪽 사면에 비스듬히 임도가

났다. 임도 따른다. 임도는 곧 오른쪽 사면을 내려 골로 빠지고 우리는 개골령 바로 옆 808m

봉에서 이어지는 지능선을 붙들어 소나무 숲속 돌길을 간다.


이윽고 와폭 왁자한 계곡 옆 임도에 내리고 점심자리 편다. 요즘 산행은 초장이나 된장이 필

수품이다. 엄나무 새순을 데쳐 초장 찍어 먹는 그 맛이라니. 입안에 넣고 뽀드득 씹으면 삽싸

름하고 향긋한 맛이 금방 가득 찬다. 근래 우리나라 사람들의 사인 중 으뜸을 차지한 대장암

의 발병원인이 옛날부터 즐겨 먹었던 채소를 (그래서 대장도 그에 적합했다) 멀리하고 육식

을 즐기는 데 있다고 하여, 이 참에 반성도 하고 벌충하고자 데치기가 바쁘게 먹는다.   


기룡산 서릉은 임도 따라 내려가다 Y자 계곡 입구의 헬기장이 들머리다. 계류 건너 헬기장

동쪽 사면을 올려친다. 지도의 촘촘한 등고선 그대로 되게 가파르다. 갈지자 무수히 그리며

오른다. 얇던 지능선이 통통하게 살이 붙고 뒤돌아 건너편 940m봉 바라보며 내 오르는 고도

를 가늠한다. 메아리 대장님의 안내로 등로 한가운데 똬리 튼 독사를 비켜 간다. 올 들어 처

음 만나는 독사다.


군인의 길을 쫓아 온 능선과 합류하고 참호와 교통호 넘고 넘는다. 850m봉. 너른 공터다. 오

래 쉰다. 두루 님이 점심식사 후 특식이 있을 거라고 예고했었다.  식혜를 내놓는다. 갈증을

달래기에 그만이다. 이대로 진행하다가는 하산이 너무 일러 추가로 30분의 자유시간을 준다.

자유시간이라 하여 그냥 널브러져 쉬는 것이 아니라 배낭 벗어놓고 각자 사면 누비며 봄의

향연을 마음껏 즐긴다.


14. 사명산


15. 도솔지맥 909m봉 오르는 중에 남서쪽 조망


16. 도솔지맥 909m봉 오르는 중에 남쪽 조망


17. 임도가 지나는 계곡


18. 점심식사 후 기룡산 들머리로 이동


19. 미나리냉이


20. 기룡산 들머리에 바라본 맞은편


22. 우산나물


23. 홀아비꽃대


24. 기룡산 가는 길


25. 기룡산 가는 길에서 바라본 (909m봉의 남동쪽) 940m봉


▶ 기룡산(起龍山, 940m)

일단은 850m봉 북쪽에 있는 851m봉을 다녀오기로 한다. 오른쪽(동쪽) 사면은 산상화원이

다. 피나물꽃, 홀아비꽃대, 주먹 쥔 아가 손 같은 앙증한 고비, 우산나물, 박새, 각시붓꽃 등

등. 850m봉에서 동진하여 880m봉 넘고 남동진하여 내리는 길은 조망이 트인다. 오른쪽 사

면을 벌목하고 그야말로 피나게 깎았다. 멀리 하늘금은 좌가리 우사명이다.


바닥 친 안부 지나 기룡산 품에 든다. 가파르고 긴 오르막이다. 숨이 차면 등로 비켜 벌목한

사면에 들려 원근의 산첩첩 감상한다. 기룡산 정상은 요새다. 겹겹이 두른 교통호를 넘어야

한다. 그리고 노랑제비꽃이 무리지어 피어 있는 너른 초원이 기룡산 정상이다. 오늘로 세 번

째 오른다. 국토지리정보원의 지형도에는 기룡산을 명기하지 않았지만 예로부터 그 이름은

있었다.  


노산 이은상 선생이 동아일보에 연재했던 「雪嶽行脚」(1933년 10월 22일) 중에 인제를 소

개하는 대목에 인제 북쪽의 기룡산이 나온다.


“이 疊疊山中에 자리를 잡은 麟蹄란 고을은 옛날 高句麗에서는 猪足縣, 新羅 때에는 口蹄縣,

高麗 때에 今名을 얻은 곳으로 우리 全國에서도 次席을 설어할 深山僻郡입니다. 東으로는 飛

峰山이 하늘을 찔럿고, 南으로는 八峰連嶂이 부채살을 펴엇는데, 西으로는 峨嵋山이 키 자랑

하고 北으로는 起龍山(古名 伏龍山)이 점잔도 하십니다.”


확실히 기룡산은 점잔도 하시다. 인제의 주산이기도 한 기룡산은 육산으로 멀리서나 가까이

서나 사방 산세가 중후하다. 기룡산 동쪽 능선이 그간 우리로서는 미답이다. 오늘 간다. 나뭇

가지 사이일망정 대암산과 설악 서북주릉 기웃거릴 데 찾으려고 서둘러 간다. 아름드리 열주

소나무 숲을 지난다. 이런 길은 당장은 물론 훗날 두고두고 생각할 때마다 기분이 상쾌하다.

쭈욱 내렸다가 555m봉에서 멈칫한다. 배낭 털어 먹고 마신다.


철쭉 꽃길이 얼마 남지 않았다. 아껴 걷는다. 543m봉 넘고 한 피치 길게 내린 안부는 ┫자

갈림길이 나 있다. 왼쪽 사면 내리는 길로 하산한다. 소로는 사면 돌아 지능선 마루로 이어지

고 가팔라 밧줄 잡고 뚝뚝 떨어진다. 산자락 덤불숲 헤치니 밭두렁이다. 양풍의 별장 지나 농

로 내리면 지도의 송정리(솔정리) 마을이다. 인제 군내 버스정류장의 이름은 가아1리 개미

산골마을이다. 


26. 기룡산 남서릉의 880m봉


27. 기룡산 남서릉의 880m봉의 서쪽 사면


28. 기룡산 오르면서 남서쪽 조망, 맨 오른쪽 희미한 산은 가리산


29. 멀리 가운데는 가리산


30. 멀리 왼쪽은 가리산, 오른쪽은 사명산


31. 멀리 가운데는 가리산


32. 기룡산 오르는 대포 님


33. 설악 서북주릉의 안산, 대승령과 귀때기청봉


34. 하산 중에 만난 아름드리 소나무 숲길


35. 대암산


36. 인제읍 서쪽 외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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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두루(종주) | 작성시간 16.05.10 산행기를 읽고나면 다녀온 산길이 머리속에 쏙쏙 자리잡힙니다. 이후에 혼자 가도 될 듯합니다. 항상 산행기를 통해 복기합니다~ 고맙습니다 !!! 댓글 첨부 이미지 이미지 확대
  • 작성자메아리(김남연) | 작성시간 16.05.10 언제 사명산도 담았네요,,개골령에서의 오름길이 그날의 절정이었죠^.^...빨리 미세먼지가 사라져야 할텐데...흐릿한 조망이 안타깝습니다.ㅠㅠ
  • 작성자불문(박중현) | 작성시간 16.05.10 황사도 오월의 신록을 막진 못하였습니다. 연초록이 물씬 느껴지는 산행기 감사 합니다.
    이런 싯구절이 있더군요. '내 나이를 세어 무엇하리 나는 오월속에 있다.'
    이번주 쌍실도 화이팅! 항상 화이팅 입니다^^

  • 작성자명카 | 작성시간 16.05.28 멋진곳이 숨어있군요수고하셨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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