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무산 가는 길의 조망, 왼쪽 멀리 흐릿한 산은 매화산, 그 앞은 한강기맥
우리들 젊은이들은 계시를 동경한다. 정상에서 그리고 눈과 바람과 추위와 싸우며 커다란 어
려움에 부딪칠 때 그 계시를 얻게 된다. ‘생명이 위험하다’는 것은 문제가 아니며, ‘여하튼 사
는 것’이 중요하다. 등산은 생과 사 사이에서 줄 타는 노름이 아니다. ‘위험’과 ‘곤란’은 엄격
이 다른 개념인데, 사람들은 그 둘을 같은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위험’은 자포자기하고 타
산적이며, ‘곤란’은 아주 건전하고 용감하다.
―― 가스통 레뷔파(Gaston Rebuffat, 1921~1985), 「사람들의 산」에서
▶ 산행일시 : 2016년 9월 10일(토), 맑음, 더운 날
▶ 참석인원 : 13명(자연, 모닥불, 악수, 대간거사, 더산, 두루, 김재홍, 맑은, 향상, 구당,
신가이버, 해마, 메아리)
▶ 산행거리 : 도상거리 14.1km(1부 6.5km, 2부 7.6km)
▶ 산행시간 : 9시간 2분
▶ 교 통 편 : 두메 님 24인승 버스
▶ 구간별 시간(산의 표고는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에 따름)
06 : 30 - 동서울터미널 출발
08 : 13 - 홍천군 동면 좌운리 좌운저수지, 장곡 마을, 산행시작
08 : 40 - 능선마루
08 : 57 - 580m봉, 능선 합류
09 : 12 - 640m봉
09 : 32 - 태의산(台議山, △675m)
10 : 30 - 614m봉, ┳자 능선 분기
10 : 47 - 652m봉
11 : 40 - 곧을골, 1부 산행종료, 점심, 이동
12 : 34 - 횡성군 갑천면 병지방리 주막거리, 2부 산행시작
12 : 52 - 송전탑
13 : 22 - 672m봉
13 : 57 - 743m봉
14 : 24 - 756m봉
15 : 12 - △840.7m봉
15 : 38 - 840m봉
16 : 08 - 병무산(兵無山, 920m)
17 : 15 - 대각정사(大覺正寺), 산행종료
19 : 07 ~ 20 : 05 - 홍천, 목욕, 저녁
21 : 28 - 동서울 강변역, 해산
2. 태의산 정상에서, 왼쪽부터 구당, 더산, 대간거사, 향상, 해마, 메아리, 모닥불, 맑은, 두루,
앉은 이 왼쪽부터 자연, 김재홍, 신가이버
3. 태의산 가는 길의 조망, 오른쪽 흐릿한 산은 병무산, 그 왼쪽은 발교산
4. 태의산 가는 길의 남서쪽 조망
▶ 태의산(台議山, △675m)
설악 태극종주는 한계리 모란골에서 시작하여(남교리에서 시작하기도 한다) 안산, 대승령,
귀때기청봉, 대청봉, 공룡능선, 황철봉을 넘고 울산바위 남쪽 밑을 돌아 달마봉, 주봉산, 청
대산을 넘고 속초 해맞이공원까지 가는 장장 58km에 이르는 태극모양의 산행을 말한다.
오지산행 불세출의 전사 해피 님이 조만간 지리산 태극종주라는 일대 거사를 앞두고 몸풀기
식으로 설악 태극종주를 간다고 하여 오늘 산행에 빠졌다. 해서 오늘 오지산행은 내내 심심
하리만치 조용하였다.
차창 밖 풍경은 확실히 가을이다. 좌운저수지 가는 길가의 한들거리는 코스모스는 조락의 계
절을 알리는 어쩐지 쓸쓸한 몸짓이다. 덩달아 차내 담소가 잠잠해진다. 좌운저수지 위쪽 장
곡 마을이 들머리다. 반트럭이 지나가다말고 우리 산행행렬에 다가와 약초꾼인지 묻는다.
근처 산양삼 재배를 경계하였음이다. 우리는 다만 산꾼임을 강조하여 염려를 덜어드린다.
농로 풀숲 아침이슬 헤친다. 풀숲은 비가 온 듯 함빡 젖었다. 스패츠를 가져오지 않은 게 아
쉽다. 산자락은 길게 철조망을 둘렀다. 군부대 철조망처럼 엄중하다. 철조망 따라 돌다 가파
른 사면을 한참 오른다. 이곳은 상당히 가물었다. 사실 오늘 산행은 추석 제수까지는 아니더
라도 능이, 꽃송이, 먹버섯 등의 추수를 기대했다. 더구나 잡석 섞인 사토이고 보면 애초에
싹수가 노랗다. 이럴 바에야 아예 사면 누비는 발품을 삼간다.
능선은 예전에 벌목하여 모수가 듬성듬성하고 풀숲이 잔뜩 우거졌다. 능선 오르는 도중 숨
돌리느라 뒤돌아보니 눈 아래 가을아침의 가경이 펼쳐진다. 심산유곡이다. 대학산 주변의 고
산준봉이 운무에 둘러싸였다. 금계천 건너 만대산, 응곡산, 덕구산으로 이어지는 한강기맥은
운무가 넘실거린다. 걸음걸음 달라지는 그 경치를 살피느라 수직으로 가파른 사면을 조금도
힘든 줄 모르고 오른다.
580m봉. 3개 지능선이 만나는 첨봉이다. 공터 나무그늘 아래에 들어 입산주 탁주 마시면서
휴식한다. 아직 한여름의 여운이 진하여 마른 목 추기기에는 냉탁주가 그만이다. 이제부터의
산행은 작년 가을 비 오던 날(11월 7일)에 갔던 길과 똑같다. 그때는 이 580m봉을 예의촌에
서 올랐다. 그때는 안개가 자욱하게 끼여 원경은 물론 근경조차도 분간하기 어려웠다. 오늘
자세히 복기한다. 그때와 전혀 다른 산을 간다.
4. 태의산 들머리인 좌운저수지 주변의 코스모스
5. 산행시작, 농가 벗어나 농로로 간다
6. 태의산 가는 길에 뒤돌아 본 좌운저수지, 운무 넘나드는 능선은 묵방산(맨 왼쪽)에서
응곡산, 덕구산으로 이어지는 한강기맥
7. 멀리 오른쪽 산은 대학산
8. 멀리 오른쪽 산은 대학산
9. 멀리 가운데 산은 대학산, 그 오른쪽은 수리봉
10. 멀리 오른쪽 산은 대학산
11. 멀리 오른쪽은 병무산, 그 왼쪽은 발교산
복분자 가시덤불 헤치며 한 피치 오른 640m봉은 묵은 헬기장이다. 능선 남쪽으로 벌목하여
시야가 훤히 트인다. 변발한 능선 수림 위로 어답산이 두둥실 떠오른다. 어답산은 1부 산행
의 등대다. 산천경개 구경하며 평탄한 풀숲을 헤집다 태의산이 가까워서 한 피치 바짝 오르
면 정상이다. 새마포등산클럽에서 태의산 표지판을 달아놓았다. 삼각점은 ‘청일 314, 1989
재설’이다.
태의산(台議山)이란 이름의 유래가 궁금하다. 이 근처 산들의 이름은 해득하기 어렵다. 대학
산(大學山)이 그렇고 병무산(兵無山)과 발교산(髮校山)이 그렇다. 옹색하지만 태의산은 한
자에 충실하자면 ‘별들이 모여 있는 산’ 그런 높은 산이라는 뜻이 아닐까 한다. 하산. 당초에
는 태의산 남릉을 타고 홍문터 근처로 내리려고 했으나 시간이 너무 일러 태의산 북동쪽의
614m봉과 652m봉을 돌아내리기로 한다.
태의산에서 북동쪽 군계(홍천군과 횡성군) 따라 완만하게 한 피치 내리면 650m봉인데 이
봉우리 내리막이 무척 껄끄럽다. 마치 골로 갈듯이 엄청 가파르게 쏟아져 내린다. 작년에도
그랬다. 자세 낮추고 갈지자 연속해서 그린다. 바닥 치고 약간 오르면 좌우로 전망 좋은 릿지
성 등로가 이어진다. 왼쪽으로는 공작산이 오른쪽으로는 어답산이 단연 준봉이다. 잡석 깔린
등로 따라 봉봉을 오르내린다.
614m봉에서 인원 점검하고 방향 틀어 남서진한다. 능선 마루금은 652m봉을 오르기 전에
오른쪽(남쪽)으로 사정없이 꺾어든다. 작년에는 무심코 아니 당연히 652m봉을 올랐다가 대
알바를 하였다. 아무래도 허기져서 703m봉은 넘기 어렵다. Y자 능선이 분기하는 558m봉에
서 그만 오른쪽 능선으로 내린다. 등로는 흐릿하지만 좌우사면을 눈으로 훑어보아 손맛 볼
일이 없을 것 같아서 막 간다.
이윽고 능선이 맥을 놓고 Y자 계곡과 임도가 만나고 곧 농로로 이어진다. 우리 버스를 돌릴
만한 공터가 나올 때까지 간다. 곧을골 다리 앞 농원 입구가 널찍하고 그 바로 옆 계곡이 점
심자리로 명당이다. 연락받은 두메 님이 버스 몰고 달려온다. 단풍 든 물가는 제법 서늘하여
라면이 맛 나는 계절이다. 신가이버 님이 셰프에다 마담까지 겸하여 바쁘다. 서둘러 먹고 마
시고 2부 산행지인 병무산 들머리로 이동한다.
12. 멀리 오른쪽은 병무산, 그 왼쪽은 발교산, 앞 능선은 태의산에서 북동진한다
13. 태의산 가는 길에 바라본 어답산
14. 태의산
15. 태의산 가는 길의 남서쪽 조망
16. 태의산 가는 길의 남서쪽 조망
17. 어답산
18. 큰갓버섯, 삼겹살 불판에 구워먹는 것이 가장 맛있다. 향기와 식감이 좋다
19. 큰갓버섯, 저녁에 이 버섯들로 잔치를 벌였다.
20. 어답산
21. 곧을골 메밀밭
▶ 병무산(兵無山, 920m)
병지방계곡 주막거리가 병무산 들머리다. 큼지막한 병무산 등산 안내판이 있다. 병지방1리
삼림문화관 앞 ┫자 삼거리다. 왼쪽 계곡 길은 대각정사로 가고 직진은 장승골 또는 샘골로
간다. 병무산은 그 가운데 능선이다. 이정표가 안내하는 등로 5.8km는 아주 잘났다. 대간거
사 님이 “우리 오지산행으로서 이런 등로보다는 조금 더 가서 낯선 지능선을 치고 오르는 게
좀 좋지 않겠느냐?” 라고 솔깃하게 권유하였지만 어디 한두 번이던가 흔한 말로 대장 따르다
개고생할라 다수가 잘난 등로를 택한다.
672m봉까지 오늘 산행의 하이라이트가 시작된다. 한 피치 가파르게 오르고 나서 평탄하여
사뭇 발걸음이 여유로웠는데 만수산처럼 칡덩굴이 우거진 송전탑 밑을 지나고부터 아연 사
정이 달라진다. 수직사면이다. 달달 긴다. 비지땀 쏟는다. 금방 온몸이 푹 젖는다. 여태의 된
고역과 비교한다. 쌍실종주 형제봉, 화대종주 제석봉, 거문산 등등. 저 앞에서 선두(대간거
사, 신가이버, 메아리 대장, 해마)가 견인하여 오른다.
그래도 주저앉아 쉬면 올라가기 더 힘들어질까봐 느릿느릿할망정 계속 간다. 짭짤한 오르막
이다. 입안에 흘러드는 땀도 짭짤하다. 하도 이를 앙다물어 흔들거린다. 선두의 수런거리는
소리가 환청처럼 들리더니 공제선 너머 672m봉 아래 평평한 초원에서 쉬고 있다. 살았다!
절묘한 타이밍에 대간거사 님이 냉환타를 건네준다. 오늘 역시 판타스틱한 맛이다.
봉우리 근처 능선 갈림길에는 이정표가 있다. 숫자 이정표는 300m 간격이다. 672m봉을 간
단히 넘고 내리막에서 숨 고르며 그 반동하여 743m봉을 대깍 넘는다. 나이프 릿지성 등로가
나온다. 무딘 나이프다. 거대한 암벽 암봉이 가로 막는다. 왼쪽 슬랩의 밧줄 잡고 오른다. 조
망이 트일까 등로 살짝 벗어난 암봉에 잡목 숲 뚫고 들려보지만 소나무 숲에 가렸다.
756m봉 올라 면계(갑천면과 청일면) 따라 왼쪽으로 방향 튼다. 넙데데한 등로 주변의 풀숲
과 무덤가에서 큰갓버섯을 줍는다. 1부 산행 때의 그것보다 훨씬 크고 많다. 주로 직경 15cm
다. 큰갓버섯은 삼겹살 불판에 살짝 구워서 참기름 소금을 찍어 먹으면 아주 맛있다. 버섯 대
도 쫄깃하니 맛있다. 식감과 향기가 여느 버섯 못지않게 일품이다.
22. 참나무 옹이구멍에 자라는 애주름버섯속
23. 발교산
24. 병무산 가는 길의 조망, 멀리 왼쪽은 흐릿한 산은 매화산(751.9m), 그 앞은 묵방산,
응곡산, 덕구산으로 이어지는 한강기맥
25. 앞은 태의산 남동쪽의 703m봉, 1부 산행에 오르려고 했다가 그만 두었다
26. 앞은 태의산에서 북동쪽 늘목재로 뻗은 능선
27. 병무산 가는 길, 가을이다. 더산 님
28. 병무산 정상에서 조망, 멀리 가운데는 운무산
29. 멀리 왼쪽은 운무산, 오른쪽은 봉복산
30. 대학산
31. 오른쪽은 대학산, 멀리 왼쪽은 공작산
782m봉 넘고 등로에서 왼쪽으로 170m나 비켜 있는 △840.7m봉을 들릴 것인가 말 것인가
산행시작부터 큰 고민하다 들리기로 한다. 거기에 삼각점이 있다. 잡목 숲을 헤치고 오른다.
정상은 풀숲 주위로 나무숲 둘러 하늘만 약간 뚫렸을 뿐 아무 조망이 없다. 삼각점은 부엽토
에 묻혀 있다. 발굴한다. 청일 440, 1989 재설. 북진한다. 840m봉 넘고 드디어 병무산이 눈
에 잡힌다.
잠시 바윗길이 오늘 산행 최고의 경점이다. 느닷없이 펼쳐지는 원근 산첩첩 수묵농담의 가경
에 일제히 아! 하고 합창한다. 이 한 경치로 병무산을 오르는 값한다. 약간 내렸다가 완만하
고 긴 오르막이다. 등로의 미역줄나무덩굴도 쇠하였다. 그들의 결속이 흐트러졌다. 갈잎 먼
저 가을이다. 병무산 정상. 나무숲속 좁은 공터에 조그만 정상 표지석이 있다.
병무산은 암봉이다. 절벽 위에 서면 동쪽으로 조망이 훤히 트여 봉복산 운무산이 가깝고, 잡
목 숲 헤치고 북쪽 절벽에 다가가면 발교산과 대학산, 공작산 연릉이 거침없이 보인다.
‘병무산’이란 이름에 대해서는 양설이 있다. 하나는 진한의 태기왕을 추격하던 적병들이 산
세를 보고 태기왕 병사들이 있을 것이라 예측하고 정상까지 추격하였지만 병사들이 없었다
고 해서 ‘병무산(兵無山)’이라고 불렀다는 설이고. 다른 하나는 태기왕의 병사들이 이 산에
서 무술을 연마하였다고 해서 ‘병무산(兵武山)’이라고 불렀다는 설이다.(『한국지명유래집
중부편』)
병무산에서 대각정사까지는 내리막길 1.5km다. 느긋하다. 배낭 털어 먹고 마신다. 면계 따라
북진하다 발교산으로 이어지는 등로를 버리고 왼쪽의 펑퍼짐한 사면을 쓸어내린다. 인적 없
는 정겨운 우리의 길이다. 분위기는 좋다만 아무리 누벼도 빈눈 빈손이다. 개 짖는 소리가 들
린 건 대각정사 개들이 우리의 기척을 알아채서다. 이 깊숙한 산중까지 미치는 대단한 청각
이다.
잡목 숲 긴 터널을 빠져나오니 대각정사다. 큰 절이다. 2011년 가을에 준공했다. “부처님 법
빛내는 일천진불 인연 층층이 보탑도량 펼치다 한 생각 숨을 본다”라는 효경 스님의 석비가
모색에도 찬연하다. 절이 병무산 아래에 있으면서도 일주문 현판에 ‘발교산 대각정사’라고
쓴 것은 발교산이 병무산보다 더 높아서 일 것. 절에는 보통 사람들도 산다. 절집 뜰과 화단
에 코스모스, 백일홍, 맨드라미 등 여러 가지 화초를 심었다. 탐스런 달리아의 배웅을 받으며
일주문을 나선다.
32. 왼쪽은 대학산
33. 발교산
34. 병무산 정상에서
35. 두루사단, 고등학교 동기동창이다
36. 대각정사 화단의 코스모스
37. 달리아, 대각정사 화단에서
38. 달리아, 대각정사 화단에서
39. 메밀밭, 대각정사 앞개울 건너
40. 메밀밭, 대각정사 앞개울 건너
41. 메밀꽃
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모닥불(소원자) 작성시간 16.09.12 와 그 환타 맛 잊지 못하겠어요.
혼미한 정신이 번쩍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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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두루(輝輝) 작성시간 16.09.13 산행중에는 알 수 없는~ 내가 가는 산행길의 이력 !!
어디가 어디인지 모르고 댕겨오는 그 산길을,
악수 형님의 산글을 보면서
다녀온 산길을 조금이나마 알게되는
이 즐거움에 매주 화요일이 즐겁습니다 !!!
추석 명절하시고~ 토에 뵙겠습니다... -
작성자메아리(김남연) 작성시간 16.09.13 아직은 남아있는 여름의 끄트머리에서 땀도 좌악흘리고, 조망도 괜찮은 하루였습니다!!.다만 거시기가 없어서 조금은 아쉬웠던^^ 추석 잘 보내시고, 토요일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