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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

봄날은 간다_평창 백적산_26년 4월 25일 당일

작성자무불(지현수)|작성시간26.04.26|조회수81 목록 댓글 0

지난주 정선 왕재산에 이어 이번주는 평창에 있는 백적산으로 향한다. 평창, 진부, 정선 이 세 지역은 최근 빈번이 가는 곳인데, 나로서는 어떻게 특징을 지을 수가 없다. 다 비슷 비슷하다. 전문가님이 있으시면 특징을 지어주시면 감사드립니다.
골프모임, 출장, 마라톤 회의로 몸 상태가 그야말로 바닥이다. 몸에 열감은 없는데 너무 피곤하다. 겨우 일어나 지하철역으로 향한다. 지난주만 하더라도 새벽 5시 30분은 약간의 어둠이 있었지만, 이번주는 그야말로 환하다. 화창하다. 왠지 게을러진 듯한 느낌마저 든다. 오늘따라 배낭은 왜이리 무거운지, 물과 버너를 가져오라는 주문과 함께, 더워질 날씨를 감안해, 물을 얼렸고 또 맥주로 넣었다. 실수다. 거지는 거지의 길을 가야하는 법. 다음 부터 다시는 거짓 코스프레를 하지 않으련다.
2호선 올라 자리를 찾는다. 이왕이면 등산복 차림의 승객 옆에 앉으려 한다. 이유는 배낭도 크고, 배낭끈도 삐죽 나오기에 ,같은 등산인들은 그정도의 불편은 이해해 줄꺼라 믿기에....   가만 보니 스카이님이다. 반갑게 인사는 하지만, 너무 오랜만이라 서먹하기도 하다. 새벽에 알레르기 약과 기관지확장재를 먹어서 인지, 너무 피곤해서 눈감는다.
오지버스는 이래저래 9명 정도가 모였다. 대간거사님은 단톡내용을 보고 오늘은 4명 산행을 예상했더란다. 예전 처럼 발디딜틈 없는 오지버스보다는 훨씬 편하지만, 오늘 같은 날은 예전의 북적거림이 그립니다. 예전의 그 사람들과 함께... 이미 이세상에 없으신 분도........
오늘 산행지도를 보니, 코스 모양이 네안데르탈인 얼굴이다. 등고선을 보니 힘들어도 완주는 하겠다는 생각을 하며, 잠든다.
잠결에 어느 휴게소를 지났고, 또 평창인근에 들어선 듯 한다. 상고대님 보며, 잠깬다. 한결 몸이 가벼워진 느낌이다.
상고대님 안내로 무리없이 들머리에 들어서고, 바로 빡센 오름이 시작된다. 배낭이 너무 무겁다. 이내 제일 뒤로 처진다. 한 걸음 한걸음이 천근만근이다. 그래도 날은 맑디 맑다. 

연녹색 여린 나뭇잎아래 거친 오름을 오른다.
진달래가 한창이고 철쭈도 피기 시작한다. 이렇게 봄날은 가고 있다.

긴 한피치를 맨 뒤에서 천천히 오르니, 팀원들이 모여서 휴식하고 있다. 신가이버대장님이 포항에서 왔다는 왕골벵이를 삶아 왔다. 헐~~ 진따 크다. 골뱅이탕에 소주가 생각나는 찰라, 누군가 마가목주를 건넨다. 마시면 더 힘들텐데 하면서 한잔 쭈~욱 들이킨다. 기관지가 확 열리는 느낌이다. 다들 골벵이의 크기에 감탄하며, 맛있게 먹는다. 왕골벵이는 신가이버대장님의 철저한 감독하에 팅커벨님이 삶으셨다는데, 당연 반대이겠지. 마가목주 힘으로 다시 힘차게 오른다. 하지만 이내 뒤쳐진다.

하늘은 파랗디 파랗다.

팀원들은 흩어져 각자의 산행을 한다. 나는 그저 천천히 걷는다. 하늘 보고, 산 보고, 나무 보고, 꽃 보고, 그리고 혼자 멀리 떨어지지 않았나 싶어, 종이지도 보고 오룩스 맵 보고. 1018봉을 지나, 1057 봉을 오른다. 1000 미터 고도 올리고 나니, 자잘한 오르내림이 반복된다. 어디든지 잘 뻗은 임도가 보이니, 마음은 가볍다. 여차하면, 내려갈 수도 있다. 그래서 인지 꾸욱 힘듦을 참고, 진행한다. 
1057봉을 지나 주능선 갈림길에 다다랐을 때, 나와 소백님이 중간에 남게 되었다. 소리질러 위치 확인한다. 선두는 이미 멀리 간 듯 하고, 뒤에 있는 팀들도 꽤 거리가 있는 듯하다. 지도상으로는 오른쪽 능선을 잡아가야 하나, 선두 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더 직진한다. 오룩스맵 보기도 힘들다. 쭈욱 뻗은길이고 발자국이 선명하여 의심하지 않고 간다. 약간의 내리막이라 쉬이 쉬이 간다. 갑자기 발자국이 없다. 소리쳐 본다. 적막하다. 오룩스맵 열어보니 진행방향 반대방향으로 내리는 것을 확인했다. 아~~~~. 소백님 너무 죄송합니다.
다시 1057 봉 방향으로 돌아가는 길이 왜 이리도 힘든지. 약간의 내리막길은 반대로 엄청난 오르막으로 느껴진다. 한참을 지나 능선에 다다라서도 제대로 방향을 못 잡아 우왕자왕하고 있는데, 신가이버대장님이 우리를 찾으러 되돌아 왔다. 눈물나는 재회는 까지는 아니지만, 너무 기쁘고 고맙다. 소백님께는 너무 죄송하고. 우리 영원한 신마담, 신가이버대장님께 뽀뽀 보낸다.
오늘 점심은 엄나무순 데쳐서 따뜻한 비빔면에 곁들인다. 컨디션이 안좋아서인지 맛도 모르겠다. 상고대님, 대간거사님이 억지로 먹여주신다. 억지로 먹으니 맛있다. ㅋㅋㅋ. 강한 쓴맛으로 독초를 한꺼번에 먹은듯하여 은근 걱정도 되지만, 선배들이 손수 따서 챙겨주신 약초라, 몸이 건강해 지는 기분이다. 

능선 곳 곳에 진달래가 가득이다.

점심먹고 또 다른 고행길에 나선다. 큰 오름은 없어서 힘은 들지 않지만, 속도를 낼 수는 없다. 지난번 어느해 설악종주하다 한계령즈음에서 포기할 때 딱 그상태의 느낌이다. 한발 내딛기가 힘이드는. 묵묵히 간다. 묵묵히 가니 갈만하다. 

임도 절개지에 모여있는 오지팀. 나는 위쪽 그늘에서 잠시 눈붙인다.

오늘도 지난주 처럼, 좀처럼 그늘을 찾기가 힘들다. 빨리 잎이 쑥쑥자라 시원한 그늘이 만들어 졌으면 한다. 이제 벌레들이 윙윙덴다. 연신 벌레기피제 뿌린다. 익숙한 냄새인데, 시간이 지나니 썩 좋지는 않다.

사진찍는 스카니님, 힘들어 하는 산정무한님

오늘의 최고봉 백적산으로 간다. 아침에는 갈 수 있다는 마음이었고, 오전에는 못 갈 것 같다는 마음이었고, 이제는 죽기 살기로 가고 싶은 봉우리이다. 그냥 소걸음으로 천천히 우직히 오른다. 뒤에 있던 산정무한님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걱정은 안한다. 내가 걱정이지. 선두는 한번도 쉬지 않고 백적산으로 향했나 보다. 가도 가도 선두는 보이지 않는다.

진행방향 오른 쪽 조망
진행방향 왼쪽 조망

정선.평창 이곳은 어디를 둘러보아도 산이고 산이다. 정말 좋은 곳이다. 그리 거칠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보드랍지도 않고 적당하다. 이 곳은 사계절 어느때라도 산행이 좋은 곳이다. 

백적산 푯말은 있는데, 우리팀은 어디에 있노~~
푯말 지나 오르니 팀원들이 모여있다.

백적산 정상 푯말을 있는데, 오지팀은 안보인다. 어~~ 이거 내가 또 잘못 왔다. 다른 봉우리인가? 백적산? 백작산? 백덕산? 기우다 조금 오르니 너른 곳에 팀원들이 모여있다. 대간거사님이 산정무한님 위치를 묻는다. 내 뒤에 있을거라고 했지만, 이내 걱정되어 전화한다. 오르다 부정맥이 뛰어 잠시쉬며, 임도로 내려간다고 했다. 다들 자기만의 강한 면과 약한 면을 가지고 있다. 그저 오래도록 같이 즐겁게 산행하고 싶다. 

오지 아랑드롱_수담님
다올, 신가이버대장, 스카이, 일보, 상고대, 소백, 대간거사, 수담

가장 빠른 길로 내리고 싶다. 더이상은 무리다. 다행히 상고대님이 가장 짧은 길로 안내해 주신다. 30분 내려와 산정무한님과 만나, 바로 계곡으로 내린다. 총 1시간이 걸리지 않았는데 벌써 마을길에 다다른다. 한적한 곳에 어느 마을집에 섹스폰 소리가 들린다. 스피커 연결하여 꽤 묵직하고 크게 들린다.  익숙한 노래인데 그때는 알았는데, 지금은 모르겠다. 동네 개들이 짖고, 우리가 우르르 지나가서인지. 섹스폰 소리가 뚝 끊긴다. 센스있는 대간거사님이 끊긴 그 지점을 이어 힘차게 노래이어간다. 산행 들머리, 날머리 지날때면 항상 조용히, 공손하게 지나가라는 말을 달고 다니시는 분이, 오늘은 왜일까? 조금 부끄럽기도 하지만, 그래도 센스있는 영감이라는 생각도 해본다.

소백님과 대간거사님
4월 25일 봄날은 이렇게 흐른다.

하이파이브하고 오지버스 오른다. 아~~ 힘들다.
오늘은 진부 육미화로구이 사장님이 맛있는 봄나물을 많이 준비해준다고 한다. 기대된다. 
 

네안데르탈인 얼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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