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유(春遊) - 사명산
앞 오른쪽은 죽엽산, 그 뒤 맨 왼쪽부터 종류산, 부용산, 오봉산
산에 꽃들이 어지럽게 피는 것도 싫지 않고
길가에 우거진 풀도 사랑스러운데
올 듯한 그 사람이 그예 오지 않으니
이 풀빛 술동이를 내사 어찌할거나
不禁山有亂
還憐徑草多
佳人期不至
奈此樽前何
―― 퇴계 이황(退溪 李滉 薛濤, 1501~1570), 「봄날 한가히 지내면서(春日閑居老村六絶句)」
▶ 산행일시 : 2026년 4월 25일(토), 맑음, 미세먼지 나쁨
▶ 산행인원 : 4명(악수,메아리,다훤,하운)
▶ 산행코스 : 웅진리,520m봉,804m봉,문바위봉,1,180m봉,사명산,용수암,임도,선정사,웅진리
▶ 산행거리 : 도상 12.0km
▶ 산행시간 : 07시간 22분(09 : 24 ~ 16 : 46)
▶ 갈 때 : 전철 타고 춘천역으로 가서, 춘천역 앞 버스정류장에서 양구 가는 시외버스 타고 웅진리에서 내림
(버스요금 4,900원)
▶ 올 때 : 웅진리 웅진2터널 앞 버스정류장에서 양구에서 오는 시외버스 타고 춘천터미널로 가서
(버스요금 5,400원), 남춘천역 근처에서 저녁 먹고 전철 타고 옴
▶ 구간별 시간
08 : 14 – 춘천역, 양구 가는 버스(08 : 50)
09 : 24 – 웅진리(雄津里), 산행시작
10 : 05 – 520m봉
11 : 45 – 804m봉, 점심( ~ 12 : 05)
12 : 42 – 문바위봉(1,004m)
13 : 02 – 1,005m봉
13 : 52 – 1,180m봉
14 : 23 – 사명산(四明山, △1,198m), 휴식( ~ 14 : 37)
14 : 47 - ┣자 갈림길, 오른쪽이 웅진리 4.70km, 오른쪽으로 감
15 : 29 – 임도, 사명산 1.9km, 웅진리 3.3km
15 : 45 – 임도, 용수암, 웅진리 2.6km, 휴식( ~ 16 : 00)
16 : 05 – 선정사
16 : 38 – 웅진리
16 : 46 – 웅진리 웅진2터널 앞 버스정류장, 산행종료, 춘천 가는 버스(16 : 50)
17 : 42 - 춘천터미널
2.1. 구글어스로 내려다본 사명산(이미지 날짜 2025.6.14. 내려다본 높이 10.95km)
2.2. 사명산 지도
2.3. 산행로
하루가 다르게 산색이 짙푸르게 변한다. 저 산을 어찌할 거나 조석으로 마음이 조급해진다. 오늘은 양구 사명산을
간다. 1화 2산 3채를 표방하지만 내심 채(菜)에 끌린다. 산길 가다가 눈에 밟히는 것이야 어쩔 수 없지 않겠는가.
상봉역에서 06시 53분발 춘천 가는 전철은 거의 다 찬다. 전에 본 적이 없는, 두 가닥 끝을 구부린 쇠가 달린 긴
대를 들고 가는 사람도 있다. 아마 산에 가서 두릅이나 엄나무 순을 따는 용도의 연장이다.
춘천역에 내려 자판기 커피 한 잔 마시고 춘천역사를 빠져나와 앞길 건너 버스정류장으로 간다. 동서울에서 출발하
여 춘천을 거쳐 양구 가는 시외버스다. 우등버스이다. 한산하다. 버스는 웅진리 웅진2터널 앞까지 30분이 약간 넘게
걸린다. 우리는 버스에 내리자마자 곧바로 계단 길로 구 도로를 향한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방지용 철조망문을 열고
나가면 구 도로이다. 이 도로에서 바라보는 소양호와 그 건너 산릉이 올 때마다 가경이다.
이 도로 따라 0.6km를 가면 웅진리 동구가 나오고, 대길교 건너 철조망 쪽문을 열고 등산로 방향표지판 안내에 따
라 능선에 달라붙는다. 매우 가파른 오르막이다. 양쪽 사면은 내려다보면 저절로 움찔하는 깊고 깎아지른 절벽이다.
능선의 가파름이 수그러들고 남쪽에서 서쪽으로 방향을 꺾는 520m봉까지 0.8km를 다섯 피치로 오른다. 세 피치는
군데군데 돌계단이 있고, 핸드레일도 설치되어 있다. 핸드레일을 움켜쥐고 죽자 사자 오르자니 가파른 슬랩을 고정
자일 잡고 오르는 것과 전혀 다를 바 없다.
등로에 수북하게 쌓인 낙엽이 미끄럽기도 하려니와, 그 낙엽을 땅에 코 박은 거친 숨과 함께 헤치니 흙먼지를 뒤집
어쓴다. 금방 비지땀 흥건히 쏟으며 허덕인다. 오랜만에 나온 다훤 님은 무려 1년 만에 산행하려니 보통 힘이 드는
게 아니라고 하는데, 엄살로 들린다. 매일 북한산 승가봉 또는 대남문을 오르내린다 하니 그보다 더한 산행이 있을
까 싶다. 네 번째 피치는 평탄하여 가쁜 숨 진정하고, 다시 가파른 다섯 번째 피치를 기어오르면 520m봉이다.
520m봉 노송 그늘에 들어 휴식한다. 냉탁주로 목 축인다. 아까는 빼빼한 능선이었는데 이제는 제법 살이 오른 통통
한 능선이다. 서쪽으로 방향 틀어 봉봉을 오르고 내린다. 가파름이 수그러들었다고 하지만 봉우리 정상 즈음해서는
곧추선 오르막이다. 진달래꽃은 졌다. 그 낙화가 혹시 내가 보지 못한 꽃인가 하고 몇 번이나 엎드려 들여다보게 된
다. 각시붓꽃(Iris rossii Baker)이 줄이어 반기지만 각시라고 하기는 약간 멋쩍다. 늙었다. 각시붓꽃의 속명 아이리
스(Iris)는 그리스어 무지개에서 유래했다. 그리스 신화에서 신들의 전령이자 무지개를 의인화한 여신 ‘이리스
(Iris)’의 이름이라고 한다.
종소명인 로시이(rossii)는 19세기 후반 중국과 한국 일대에서 선교사와 식물채집가로 활동했던 스코틀랜드 출신의
존 로스(John Ross, 1842~1915)를 기리기 위해 붙여진 이름이고, 명명자 베이커(Baker)는 영국인 식물학자인
허버트 조지 베이커(Herbert George Baker, 1920~2001)이다.
3. 웅진리에서 바라본 소양호 맨 뒤 왼쪽은 계명산
4. 웅진리 주변
5. 각시붓꽃
6. 사명산 동쪽 능선
7. 족도리풀
8. 사명산 동쪽 능선, 뒤 왼쪽은 대암산
10. 멀리는 가리산
11. 태백제비꽃(?)
12. 중간 왼쪽은 봉화산
804m봉은 오른쪽 사면 잡목을 헤치고 오른다. 앳된 고비가 많기도 하다. 귀한 산나물이라고 하는데 무거워서 감당
하지 못할 것 같아 바라만 본다. 능선에 올라 평평한 풀밭에서 휴식 겸 점심밥 먹는다. 작년 이맘때 비 내리는 날 여
기에서 타프 치고 점심밥을 먹었다. 그때 이곳에 안경을 두고 갔다. 그 잃어버린 안경이 아직 있을까 주변을 살피고
또 살폈으나 없다. 어쩌면 낙엽에 깊이 묻혔을지도 모르겠다. 언제 찾으러가나 벼렸던 안경을 비로소 잊게 되었다.
이 다음 1,004m봉은 길고 가파른 오르막의 연속이다. 1,004m봉을 ‘문바위봉’이라고 한다. 1,004m봉 남서쪽으로
1km 정도 내려가면 조망 트이는 문바위가 있다. 사명산 정상을 넘어온 도솔지맥은 여기서 문바위로 내려가서 운수
현을 지나 죽엽산으로 간다. 산나물은 오는 길에 엄나무 순따기를 해주는 것으로 얼추 마쳤다. 이제는 산행에 집중
한다. 고도가 1,000m를 넘어서자 여태와는 다른 겨울 끝자락 분위기이다. 나뭇잎은 움트려고 애쓴다.
1,180m봉 응달진 데 다소곳이 자리 잡은 처녀치마가 할머니치마다. 사명산 정상이 가까워지고 걸음마다 경점이다.
뭇 산들은 색동옷 갈아입고 맹주인 사명산을 향하여 읍하는 모습이다. 바위지대 잠깐 오르고 사명산 정상이다. 사방
으로 조망이 훤히 트인다. 산정 가득한 땡볕이 서늘한 대기로 오히려 따뜻하다. 한 젊은 등산객이 쉬고 있다. 웅진리
에서 올랐다고 한다. 간편한 차림이다. 마치 우리 인증사진을 찍어주려고 온 것 같다. 우리 넷 사진 찍어주고는 곧바
로 내려간다. 우리는 먹고 마시고 오래 휴식한다.
사명산은 금강산 남쪽 백두대간상의 마기라산(磨耆羅山, 지금의 향로봉, 1,296m)에서 갈라진 지맥이 도솔산과
봉화산을 일으킨 후 웅진리에 우뚝 솟은 산이다. 사명산이란 이름은 이 산에 오르면 사방으로 인제군, 양구군 등
4개 군이 자세히 내려다보인다 하여 붙여졌다고 한다. 산으로 따진다면 미세먼지로 원경이 흐릿한 오늘 대충 둘러
보아도 양양군 설악산, 가평군 화악산, 춘성군 용화산, 양구군 대암산, 인제군 가리봉, 홍천군 가리산, 화천군 일산
등등 7개 군을 헤아린다.
하산한다. 동진한다. 완만하게 0.5km 정도 내리면 ┣자 갈림길이 나온다. 직진은 도솔지맥으로 1,031m봉을 넘어
월북현(越北峴)으로 간다. 우리는 오른쪽 옅은 지능선을 내린다. 등로 바로 옆에서 보기 드문 노랑무늬붓꽃을 본다.
딱 한 개체다. 노랑무늬붓꽃(Iris odaesanensis Y.N.Lee)은 환경부에서 지정한 얼마 되지 않는 보호식물이고,
산림청에서는 희귀식물 취약종(VU, Vulnerable)으로 지정한, 우리나라 특산식물이다. 식물학자인 이영노 박사가
오대산에서 처음 채집하였다.
13. 피나물
14. 멀리 왼쪽 흐릿한 산은 용문산, 오른쪽 앞은 종류산, 그 뒤는 부용산
15. 앞은 죽엽산, 그 뒤는 용화산 연릉, 그 뒤 오른쪽은 화악산
16. 중간 가운데는 종류산, 그 뒤 오른쪽은 부용산
17. 멀리 왼쪽은 화악산, 그 앞은 용화산 매봉, 그 앞은 병풍산
18. 멀리 가운데는 화악산, 그 앞은 용화산
19. 노루귀
21. 양지꽃
22. 지나온 능선, 뒤가 1,180m봉
선정사로 내리는 이 길이 매우 험하다. 가파른 돌길이라 곳곳에 핸드레일과 목재계단을 설치했다. 목재계단은 하도
오래되어 계단을 지탱하기 위해 양쪽 끝에 박아놓은 철근 쇠말뚝이 일제히 불쑥 튀어나와 뜻밖의 흉기로 변했다.
주춤주춤 내린다. 핸드레일이 끝나고 고즈넉한 산길이 보이면 다 내렸나 보다 했더니 다시 그런 길이 반복되곤 한
다. 임도 나오고 곧바로 임도 건너 아프리카돼지열병 방지용 철조망 옆으로 내린다.
아까와는 달리 완만하지만 울퉁불퉁한 돌길이다. 특히나 지난주에 용문산 너덜에서 굴러 무릎을 다쳤던 터라 한 걸
음 한 걸음이 퍽 조심스럽다. 길섶에 핀 미나리냉이, 제비꽃, 금낭화를 곁눈질이 아닌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들여다
본다. 개조심 팻말을 앞세운 용수암을 지나면 승용차가 올라올 수 있는 임도와 만난다. 그 아래는 선정사다. 폐사처
럼 조용하다. 조금 더 내린, 임도 따라 돈 산모롱이에는 무량사가 있다.
임도를 내리며 둘러보는 좌우 산릉의 봄빛이 눈부시게 화려하다. 조선 중기 문신이자 당대 최고의 학자라는 월정
윤근수(月汀 尹根壽, 1537~1616)의 「늦봄에 화담 가에서 노닐다(暮春遊花潭上)」가 이 길에 구름이 있다면 영락
없는 우리의 춘유다.
지팡이 짚고 구름 속을 느릿느릿 걸어가니
산꽃들은 울긋불긋 은거할 날 기다리네
바람 안개 소매에 담고 느지막이 돌아오니
아득한 앞 교외에 해가 지는 무렵일세
藜杖穿雲步步遲
山花紅紫待幽期
風煙滿袖歸來晩
漠漠前郊落日時
ⓒ 단국대학교 동양학연구원 | 김영봉 (역) | 2014
23. 뒤쪽이 종류산과 부용산
24. 사명산 정상에서
25. 중간 왼쪽이 봉화산
26. 앞 오른쪽이 죽엽산
27. 파로호와 일산(해산)
28. 멀리 가운데는 화악산
29. 노랑무늬붓꽃(Iris odaesanensis Y.N.Lee), 환경부 지정 보호식물이고, 산림청 지정 희귀식물이다.
30. 큰구슬붕이
31. 선정사 위쪽 계곡
32. 오전에 가운데 능선(대각선)을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