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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

상춘(賞春) - 명지산(백둔봉,명지2봉,명지1봉,임산폭포)

작성자악수|작성시간26.05.04|조회수63 목록 댓글 3

상춘(賞春) - 명지산(백둔봉,명지2봉,명지1봉,임산폭포)

 

1. 광릉요강꽃, 산에서 본 것은 처음이다

 

엇그제 겨울지나 새봄이 돌아오니

도화행화(桃花杏花)는 석양리(夕陽裏)에 피어있고

녹양방초(綠楊芳草)는 세우중(細雨中)에 푸르도다

칼로 말아낸가 붓으로 그려낸가

조화신공(造化神功)이 물물(物物)마다 헌사롭다

수풀에 우는 새는 춘기(春氣)을 못내 겨워 소리마다 교태(嬌態)로다

물아일체(物我一體)어니 흥(興)이에 다를소냐

 

갓 괴여 닉은 술을 갈건(葛巾)으로 밧타노코

곳나모 가지 것거 수 노코 먹으리라

화풍(和風)이 건닷 부러 녹수(綠水) 건너오니

청향(淸香)은 잔에 지고 낙홍(落紅)은 옷새 진다.

―― 불우헌 정극인(不憂軒 丁克仁, 1401~1481), 「상춘곡(賞春曲)」에서

 

▶ 산행일시 : 2026년 5월 2일(토), 구름 많음, 짙은 연무

▶ 산행코스 : 익근리 명지산 입구,백둔봉능선,843m봉,953m봉,백둔봉,명지2봉,명지1봉,792m봉,

                    임산폭포(선녀폭포),논남

▶ 산행거리 : 도상 12.8km

▶ 산행시간 : 7시간 51분(08 : 26 ~ 16 : 17)

 

▶ 갈      때 : 가평역에서 용수동 가는 15-5번 군내버스 타고 익근리 명지산 입구에서 내림

▶ 올      때 : 논남에서 택시 타고 목동으로 가서(요금과 거리 27,800원, 15km), 1330-3번 청량리 가는 버스 타고

                    (요금 3,200원) 대성리역에서 내려, 전철 타고 옴

 

▶ 구간별 시간

07 : 45 – 가평역

08 : 26 – 익근리 명지산 입구, 산행시작

10 : 25 – 941m봉, 휴식( ~ 10 : 35)

10 : 53 – 953m봉

11 : 18 – 백둔봉(974m)

 

11 : 36 - ╋자 갈림길 안부, 왼쪽은 백둔리 2.3km, 명지2봉 1.6km

12 : 19 - ┣자 갈림길, 오른쪽은 등산로 입구 5.2km, 명지2봉 0.5km

12 : 31 - ╋자 갈림길, 왼쪽은 백둔리, 오른쪽은 등산로 입구 5.5km, 명지2봉 0.2km

12 : 40 – 명지2봉(△1,250m), 휴식( ~ 12 : 51)

13 : 30 – 명지1봉(1,267m)

 

14 : 48 – 792m봉, 휴식( ~ 15 : 00)

15 : 26 – 임산폭포(선녀폭포), 관폭( ~ 15 : 36)

15 : 50 – 임도

16 : 17 – 임산교, 논남, 산행종료

17 : 10 – 목동, 1330-3번 버스(17 : 45)

 

18 : 58 – 대성리역

 

2. 구글어스로 내려다본 명지산(이미지 날짜 2024.2.24., 내려다보는 높이 7.78km)

 

(산행지도)

 

 

 

 

▶ 백둔봉(974m)

오늘이 길일이다. 수주 전부터 벼르고 벼렸던 명지산에 광릉요강꽃을 보러간다. 간혹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를 보면,

명지산에서 찍었다는 광릉요강꽃의 사진을 저마다 감격스레 올리곤 하지만, 그 장소는 절대로 알려주지 않는다. 그

장소를 알리게 되면 많은 사람들이 찾아가게 되고, 이는 결코 그 꽃에 좋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캐서 가져가

지 않는다고 누가 보장하겠는가. 수일에 걸쳐 애써 찾아낸 끝에 백둔봉이라는 언급이 가장 근접한 장소다.

 

막연하지만 백둔봉은 일반 등산객들이 좀처럼 가지 않으니 그럴 듯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등로 주변에 있지 않을

까 했다. 내가 오늘 광릉요강꽃을 보게 된 경위를 미리 말하련다.

천우신조였다. 하늘이 돕고 신령이 도왔다. 광릉요강꽃이 멀리 있지 않은 등로에서 서울에서 왔다는, 야생화를 전문

으로 찍으려 다닌다는 부부 사진작가를 만났다. 몇 마디 말을 나누어 보니 야생화에 대하여 아주 해박한 줄을 알겠

다. 프로다.

 

내 앞서가는 그분들에게 수인사 먼저 건네고 광릉요강꽃을 보러 오셨느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한다. 그분들은

수년래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올해는 지난주에 왔고 오늘 또 온다고 한다. 지난주에는 광릉요강꽃이 덜 피었더라고

한다. 얼마쯤 가다가 내가 앞장서게 되고 언덕바지를 씩씩하게 올랐더니만, 그렇게 계속가면 안 된다고 하며, 낙엽

이 수북이 쌓여 있는 가파른 사면을 골로 갈 듯이 돌아가는 게 아닌가.

 

그러면서 인적이 있으니 누구라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한다. 그러나 그 말씀은 그분들 작가들이야 자주 오니 그럴

수 있지만 나로서는 가망 없는 노릇이다. 여기까지 오는 도중에 좌우 사면에 인적(수적과 구분이 되지 않는다)이

어디 한 두 곳이던가. 거기를 다 가서 살핀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여기만 해도 나 혼자 왔더라면 당연히 지나쳤고,

아마 있지도 않은 백둔봉 정상 근처에서 헤맸을 것이다. 광릉요강꽃은 등로와는 뚝 떨어진 비탈진 사면에서 그들만

의 은일한 세상을 구가하고 있었다. 이때의 환희란 오래도록 휘휘하고 울적할 때 생각하면 단박에 기분이 좋아질 것

같았다.

 

매년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오늘은 모처럼 우리뿐이다. 두 곳 중 아래쪽에는 개체수가 확 줄었는데

사람의 소행인 것 같지는 않다. 더러 사진발이 더욱 잘 받게 하려고 위쪽의 고비와 낙엽 등을 치우는 사람도 있다기

에, 야생화를 볼 자격이 터럭만큼도 없는 사람이라고 함께 성토하였다. 그 부부 사진작가는 이 광릉요강꽃만 보고

온 길을 내려갈 거라고 한다. 이 꽃을 보려고 이 먼 산길을 힘들게 오른다니 대단한 정성이 아닐 수 없다. 나는 산꾼

이라 산을 간다.

 

3. 등로 주변의 봄빛이 화려 찬란하다

 

 

5. 광릉요강꽃, 산에서 이들을 처음 본 그 환희는 울적한 마음이 들 때면 즐겁게 할 것이다.

 

 

 

 

 

 

11. 보고 또 본다. 가까이서 멀리서 또 옆에서

 

날이 비라도 뿌릴 듯 우중충하다. 가평역에서 용수동 가는 07시 45분발 버스를 타려면 새벽부터 서둘러야 한다.

아침밥을 거르고 전철을 탄다. 가평 가는 전철에는 배낭 멘 등산객들이 많지만, 가평역에서 용수동 가는 버스를 타

는 등산객은 나와 또 한 사람뿐이다. 그 사람도 명지산 입구에서 내린다. 그 사람은 승천사 쪽으로 가고, 나는 곧바

로 주차장 왼쪽에 있는 다리를 건너 농가 뒤쪽으로 접근한다.

 

여기던가 저기던가 두리번거리다가 한봉 벌집이 놓인 바위 아래 왼쪽 소로를 찾아낸다. 여러 사람이 낙엽 덮인 가파

른 흙길을 엎어지며 올랐다. 광릉요강꽃을 보러가는 출사객들의 흔적이다. 광릉요강꽃이 있는 데를 지난 능선에는

이처럼의 인적이 없다. 처음 곧추선 두 피치가 길기도 하여 오르기가 무척 힘들다. 허벅지에 쥐가 날듯하여 몇 번이

나 걸음 멈추고 진정시킨다. 이 길이 초행이 아닌데 점점 세월의 무게가 버거운 게 아닐까 한다.

 

두 피치를 오르면 가파름은 한결 수그러든다. 때로는 평탄한 산길을 간다. 이런 때는 주변의 사면을 훑어본다. 언뜻

사면에 풀숲이 보이면 다가가 광릉요강꽃이 있을까 하고 자세히 들여다본다. 고개 들면 하늘 가린 나무숲의 봄빛이

찬란하다. 정극인의 상춘곡 그대로다. 멀리 보이는 공제선이 백둔봉 전위봉인 953m봉이 아닐까 하고 박차 올라가

보면 다만 산등성이다. 이러기를 반복한다.

 

두 분이 다정하게 걸어가는 등산객을 만난다. 위에서 말한 부부 사진작가이다. 대번에 광릉요강꽃을 보러 가는 줄

알았다. 그들도 나를 그렇게 알았으나 처음이라고 하자 나의 무모함에 놀란다. 남자 분은 카메라에 우주망원경 같은

커다란 렌즈를 장착하였다. 삼각대 설치하고 다양하게 촬영한다. 명지산 정상을 올라 그 북쪽 임산계곡의 임산폭포

를 보러갈 거라고 하자, 그 근처에도 광릉요강꽃이 서식한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한다.

 

임산폭포 보러가는 길이 광릉요강꽃을 탐사하는 길을 겸했다. 그들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광릉요강꽃도 만나지 못했

을 거라고 몇 번이고 인사했다. 이제 산행이다. 가파른 생사면을 달달 기어서 능선에 오른다. 능선에 올라도 조망은

나무숲에 가렸다. 어쩌다 나무숲 사이로 보는 먼 산은 연무가 자욱하여 흐릿하다. 백둔봉 가는 길이 이렇게 험했던

가 싶은 정도다. 오르지 못할 암릉을 자주 만난다. 왼쪽 사면으로 뚝 떨어졌다가 용을 쓰고 한참 기어오른다.

 

그런 암릉에서 말발도리를 흔하게 본다. 그게 매화말발도리인지 바위말발도리인지 나는 구분하지 못한다. 둘 다

바위틈에서 자란다. 매화말발도리는 우리나라 전 지역 산에서 흔하게 볼 수 있지만 바위말발도리는 경기북부 지역

산이나 한탄강 바위지대에서 간간히 보인다고 한다. 매화말발도리는 꽃대가 묵은 가지 옆에 달리고 꽃대가 짧거나

거의 없는 반면, 바위말발도리는 꽃대가 햇가지 끝에 달리고 꽃대가 긴 게 가장 큰 차이라고 한다. 산에 가면 이 차

이를 잊고 만다.

 

평평한 등로 약간의 풀숲에는 각시붓꽃이 무리지어 피어 있다. 이들도 모른 채 할 수 없어 엎드려 눈맞춤 한다. 준봉

세 좌를 넘어 백둔봉이다. 키 큰 나무숲에 가려 조망은 없다. ‘생태보전지역’이라는 팻말이 있다. 특히 광릉요강꽃이

살고 있어서가 아닐까?

 

12. 노루삼, 광릉요강꽃 이웃이다

 

13. 각시붓꽃, 평지 초지가 나오면 이들이 반긴다

 

 

15. 등로 주변 봄빛

 

16. 얼레지, 명지산에 이렇게 얼레지가 많은 줄 예전에는 미처 몰랐다

 

 

 

 

 

21. 명지2봉에서 바라본 멀리 화악산 오른쪽 뒤 매봉이 환영처럼 보인다

 

22. 뒤가 명지1봉

 

▶ 명지2봉(△1,250m)

헬기장 지나고 가파른 내리막이다. 두 차례 겁나게 떨어진다. 아깝다. 명지2봉을 잔뜩 높인다. 무심코 고개 들어

명지2봉을 보고 말았다. 반공에 솟은 거대한 장벽이다. 예전에는 저기를 오른다고 호승심에 으쓱하여 어서 가자 발

걸음을 채근했는데, 지금은 저기를 올라야 하다니 지레 겁먹고 주눅이 들어 미적미적한 발걸음이다. 이외수의 말이

두고두고 생각난다. 전라도 광주에 사는 한 남자가 다목리 감성마을을 어떻게 가는 것이 가장 빠르냐고 묻자, 사랑

하는 사람과 함께 가는 것이 가장 빠르다고 했다.

 

바닥 친 안부는 ╋자 갈림길이다. 누군가 종이에 다음과 같은 내용을 수기가 아닌 컴퓨터 워드프로세스로 작성하여

비닐봉투에 넣어 나뭇가지에 달아놓았다.

“이 이정표를 보면 백둔리로 하산하는 등로 표기가 되어 있는데 이 길로 하산해서는 안 됩니다. 중간에 길이 끊겨

개고생합니다. 여기서 5분 정도 명지산 방향으로 더 진행하다가 암봉 갈림길에서 좌측 능선으로 하산하는 것이 더

좋습니다.”

 

안부가 넙데데하여 백둔리 양지말을 왼쪽 사면으로 가려는 유혹이 일겠다. 명지2봉 품에 든다. 인적은 뜸하다. 잔잔

하게 오르다 슬랩구간을 지난다. 바위 슬랩에는 색 바랜 산행표지기가 안내한다. 예전에는 산행표지기를 보면 산속

이물질로 여겨 좋지 않은 인상이었는데 지금은 그와 정반대다. 인적 드문 산길을 안내하여 반갑고, 우리도 이 길을

갔노라, 하니 당신도 가실 수 있다, 힘내시라는 메시지로 보인다.

 

등로는 1,000m봉을 오르지 않고 왼쪽 산모롱이로 길게 돌아 넘는다. 능선에는 잡목이 심하다. 성곽처럼 길게 뻗은

오를 수 없는 암릉과 맞닥뜨린다. 오른쪽 암릉 밑으로 인적이 흐릿하게 보인다. 얼마쯤 가다가 잘록한 허물어진

암문(?)이 보이기에 냉큼 너덜을 올랐더니 반대편은 낭떠러지이고 암릉은 오를 수 없다. 뒤돌아 계속해서 암릉 밑을

간다. 마침내 더 갈 수 없는 암벽에 막히고 너덜 섞인 등로는 암릉을 쉽게 오른다.

 

명지계곡을 오가는 ┣자 갈림길과 만난다. 명지2봉 0.5km. 등로는 완전히 풀렸다. 아울러 얼레지 화원에 들어선다.

그 원로를 간다. 얼레지 화원은 명지2봉을 넘고 명지1봉 가까이까지 이어진다. 명지산에 이렇게 얼레지가 많은 줄을

예전에는 미처 몰랐다. 그러고 보니 봄에 명지산을 오른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얼레지 들여다보느라 발걸음이 사뭇

더디지만 명지2봉이 금방이다. 명지2봉 정상은 데크전망대다. 여러 등산객들이 올랐다.

 

이때는 전망대에 가득한 땡볕이 덥지 않고 살랑살랑 봄바람이 일어 도리어 따스하다. 명지2봉은 일대 경점인데

원경은 연무에 가렸다. 아무리 눈을 비벼도 화악산, 매봉, 국망봉, 청계산, 연인산 등이 환영(幻影)처럼 보인다. 벤치

에 앉아 오래 휴식한다. 점심밥 먹는다. 빵과 인절미이다. 입에 닿지 않지만 조망하느라 맛 모른다.

 

23. 오른쪽은 귀목봉. 맨 왼쪽 청계산이 아득하게 보인다

 

24. 왼쪽이 명지3봉, 사면 산색이 곱다

 

25. 명지1봉

 

26. 얼레지

 

27. 멀리 가운데는 청계산, 그 앞 오른쪽은 귀목봉

 

28. 명지2봉, 맨 오른쪽은 명지3봉

 

29. 나도개감채, 등로 한가운데 노목 밑동이다. 무척 반가웠다

 

30. 명지1봉에서 바라본 화악산, 그 뒤 오른쪽은 매봉

 

31. 사향봉능선

 

32. 명지1봉 정상표지석

 

33. 는쟁이냉이

 

▶ 명지1봉(1,267m), 임산폭포(선녀폭포)

명지1봉을 향한다. 얼레지 꽃길은 계속 이어진다. 너른 초지가 나오면 얼레지가 봄바람의 부추김에 군무를 추는

모습이란 장관이다. 꽃말이 맞다. 저러니 바람난 여인들이다. 망연히 바라보곤 한다. 내년에도 잊지 말고 꼭 와야지

다짐한다. 데크계단을 오르고 내린다. 오르는 봉봉마다 경점이다. 지난겨울에는 설경이 눈부셨다. 연무가 봄날 가경

을 다 가릴 수는 없다. 야트막한 안부는 명지1봉과 2봉간 딱 중간이다. 이제 오르막의 연속이다.

 

등로 한가운데 거목 밑동에 자리 잡은 나도개감채를 본다. 뜻밖이다. 주변에 그 동료들이 있을까 살폈으나 찾지 못

했다. 가파른 돌길 한 피치 오르면 ┣자 갈림길인 데크계단이 나온다. 데크계단 오르면 왼쪽으로 등로를 살짝 벗어

난 암반이 경점이다. 당연히 들른다. 눈이 시원하다. 0.1km 더 오르면 명지1봉 정상이다. 배낭 벗어놓고 암봉에

올라 사방 뭇 산들 일람한다. 연무는 여전히 사방 조망을 가렸다.

 

임산폭포를 보러갈 차례다. 내 깐에는 대담한 시도를 한다. 명지1봉에서 북동쪽으로 내렸다가 북진하여 사향봉능선

에서 북서진하는 등로를 따르지 않고, 명지1봉에서 바로 북진하여 임산폭포 쪽 등로와 만나는 것이다. 직선거리이

다. 지도를 전적으로 믿을 바는 못 된다. 지도에는 펑퍼짐하게 보여도 바위 절벽이 있는 급박한 내리막이 잦고, 무엇

보다 등고선이 약간 휘어졌을 뿐인데 깊은 골짜기인 경우가 허다하다.

 

수적이리라. 그 흔적이 어지럽다. 뚝뚝 떨어져 내린다. 푸른 초원을 지나기도 한다. 골짜기는 너덜에다 울창한 덩굴

숲이다. 요리조리 몸을 비틀어가며 뚫는다. 바위지대에는 는쟁이냉이가 흔하다. 하얀 꽃이 미나리냉이보다 더 크다.

이우철의 『한국 식물명의 유래』(일조각, 2005)에 따르면, 는쟁이냉이(Cardamine komarovii Nakai)는 이명으

로 주걱냉이, 숟가락냉이, 숟가락황새냉이라고 하며, 그 이름 유래는 ‘미상’이라고 한다.

 

AI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잎의 모양이 명아주의 방언인 ‘는쟁이(능쟁이)’를 닮았고, 꽃은 냉이를 닮아 붙여진

이름이며, 깊은 산이나 계곡 가에서 자라는 식물로, 매콤한 맛이 갓과 비슷하여 ‘산갓’이라고도 불리는 귀한 나물이

다.”

종소명 코마로비(komarovii)는 러시아의 식물학자 블라디미르 코마로프(Vladimir Komarov, 1869~1945)를

기리기 위해서 명명되었다. 그는 한국 식물에 대해서도 깊이 연구했다고 한다.

 

지도에서는 불분명한 골짜기와 지능선을 세 곳이나 지나서야 분명한 인적을 만난다. 대체 어디로 무엇을 하러 가는

인적인지 그것이 알고 싶다. 등로에 올라선다. 등로라고 해도 상당히 사납다. 곳곳 날등은 지나기 어려워 좌우사면

을 번갈라 간다. 쭈욱 내렸다가 완만하게 올라 792m봉이다. 여기서 서진한다. 외길이다. 가파른 내리막이 자주 출

몰한다. 바위지대 내리막은 산행표지기가 그중 나은 데를 안내한다. 오른쪽 사면은 울창한 잣나무 숲이다.

 

임산폭포가 가까워졌다. 아까부터 광릉요강꽃이 있는지 좌우사면을 둘러 먼저 인적 유무를 확인했다. 인적부터 없

다. 임산폭포 가는 길을 찾기가 쉽지 않다. 지도에 눈 박고 간다. 잣나무 숲길이 완만해지고 왼쪽 사면을 돈다. 인적

이 흐릿하다. 이내 가파른 내리막을 돌고 돈다. 낮은 자세로 살금살금 지난다. 청아한 물소리가 들리고 임산폭포(선

녀폭포)다. 비록 수량이 적지만 아름다움은 여전하다. 임산폭포는 2단이다. 하단이 주폭이다. 폭포 주변에는 는쟁이

냉이들이 모여 관폭한다. 오늘 산행의 두 가지 미션은 완벽하게 소화했다. 논남 가는 발걸음이 한층 가볍다.

 

선녀폭포 아래 계류 따라 내린다. 1km 정도 가면 한국무속보존협회 기도원 표지석이 나오고 그 앞 임도가 논남으

로 간다. 논남 가는 임도가 꽤 길다. 1.7km나 된다. 도중에 쉬고(?) 있는 산불감시차량을 만났다. 서로 인사 나누었

다. 나더러 이런 데를 혼자 다니느냐고 걱정한다. 나는 혹시 목동이나 가평 쪽으로 가시면 태워주실 수 있는지 물었

다. 가지 않는다며 웃는다. 가평 가는 군내버스 진작 떠났다. 임산교 건너 논남 버스정류장이다.

 

정작 서울 가는 길이 멀다. 지금 시각 16시 17분이다. 15-5번 버스는 18시 20분께에 있다. 일단 택시 불러 목동까지

가기로 한다. 거기서는 가평 가는 버스가 자주 있을 것이다. 카카오택시는 암만 불러도 대답하지 않는다. 목동 콜택

시 부른다. 30분 걸려 도착한다. 목동 가는 길, 택시기사님이 한탄하는 신세가 안타깝다. 1979년 16살 때 화전민(?)

이 해체되고 남들은 모두 서울로 떠났는데 자기 부친은 가평에서 살기로 했단다. 그때 서울로 떠난 자기 친구들은

행세하며 잘 사는데 자기는 여태 이 모양이란다. 그게 억울하다고 한다. 그때 나이트클럽 점원으로 일했는데, 밤에

는 클럽에서 일하고 낮에는 오토바이 타고 외상 술값을 수금하러 다녔다고 한다. 그때 오토바이 사고로 크게 다쳐

발음이 어눌하게 되었다고 한다. 아닌 게 아니라 말을 알아듣기 힘들다.

 

목동 도착 17시 10분. 가평역 가는 군내버스는 18시에 있다. 17시 45분에 청량리 가는 1330-3번 버스가 있다.

이 버스는 가평역과 청평역은 들르지 않는다. 내 나름대로 머리를 굴렸다. 이 버스는 군내버스처럼 마을마다 서는

게 아니라 주요 마을만 서고, 또한 요금이 비싸니 타려는 승객도 있을 것 같지 않다. 그렇다면 쾌속으로 대성리역까

지 가서 전철을 타면 되겠다고 하고 1330-3번 버스를 탔다.

 

가평터미널까지는 밀리지 않고 잘 갔다. 청평까지도 그런대로 교통신호를 착실히 받으며 갔다. 청평에서 대성리

가는 게 어려웠다. 차량들이 몰려들어 밀리기 시작한다. 버스가 움직이는가 싶더니 곧 멈추기를 반복한다. 차라리

목동에서 50분 기다렸다가 18시에 군내버스를 타고 가평역으로 가서 전철을 타는 편이 백번 나았다. 기껏 망할 꾀

만 썼다.

 

34. 골짜기 봄빛이 곱다

 

 

36. 임산폭포(선녀폭포), 나는 명지산 제1폭포라고 주장한다

 

 

38. 임산폭포 상단

 

39. 임산폭포는 2단이다

 

40. 천남성

 

 

42. 한국무속보존협회 표지석, 이 앞이 임도다

 

43. 당개지치

 

44. 논남 가는 임도에서 뒤돌아본 명지산(맨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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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메아리(김남연) | 작성시간 26.05.04 new 큰 행운을 만나셨군요..축하드립니다..이제 매년 기분 좋은 숙제가 하나 더 생겨 좋겠네요^^
  • 답댓글 작성자악수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5.04 new 감사합니다.
    기분 나이스인 산행이었습니다.^^
  • 작성자벽하 | 작성시간 26.05.04 new 광릉요강꽃 첫사진 너무 좋습니다. 빌려가고 싶네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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