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는 선바위쪽으로 코스가 잡혔다. 아주 오래전 이곳을 갔었던 기억은 있는데, 언제 인지는 정확하지 않다. 또 많은 비가 예상된다고 하고, 예상지도를 보니 꽤 가파른 2 구간이 눈에 뛴다. 목요일 늦은 오후 출장으로 계속 미뤘던, 대상포진2차 접종을 맞았다. 백신 여파인지, 금요일 오후 부터 몸이 너무 아프다. 금요일 오전 원효로 미팅과 인천 점심 미팅을 끝낸 후 상암 오후 미팅을 기다리다, 잠시 단골 미용실에서 머리를 깎는데, 거의 까무라치듯이 일어나질 못했다. 원장님이 대리기사님을 호출 해 주시어, 차에 누워 집으로 왔다. 병원에 전화하니, 대게 2차 접종이 1차 접종 보다 더 불편하다고한다. 차라리 접종 하지 않고, 대상포진에 걸리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든다. 1차 접종때도 이틀 동안 불편한 시간을 보냈고, 2차 접종으로 인해, 내일 산에 가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에 불안하다. 오후 5시 부터 침대에 누었다. 감기 몸살 처럼 아프기는 한데, 잠은 오지 않는다. 넷플릭스를 보다 졸다 보다 졸다를 반복하니 어느덧 오후 9시다. 겨우 일어나 무엇이라도 먹어야 하는데 도무지 입맛이 없다. 와이프에게 교촌시킨 윙봉이 먹고 싶다고 말을 하고, 타이레놀 먹고 방으로 돌아와 눕는다. 얼마나 지났을까 배달이오고, 딱 4조각을 먹으니 더이상 들어가지 않았다. 유일하게 쉽게 넘어 가는 것은 콜라뿐이다. 콜라의 에너지로 내일 등산준비를 한다. 슬로우 모션으로 천천히 한다. 와이프가 그러는데 저녁 부터 꽤 많은 비가 내리고 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창밖으로 꽤 굵은 비가 쏟아진다. 내일 왠만하면 산에 가지 말라는 소리인데, 나도 수긍할 수 밖에 없다. 몸은 아프고, 비는 많이 온다고 하니. 자다 깨다 그렇게 토요일 새벽을 맞는다.
알람소리에 깬 것을 보니, 잠은 잔듯하다. 머리는 조금 무겁지만, 열은 거의 내린듯하다. 오지버스까지 가는데는 문제는 없을 것이다. 이 닦다 헛구역질 하다 조금 토하고 나니, 또 열감이 오른다. 아! 쉬는 것이 좋겠다. 다시 침대에 누워, 오늘 참석이 불가함을 카톡으로 보내려는데, 자연님도 비가많이 내려 오지 올까 말까를 고민한다는 메세지가 와 있다. 내가 안가면 자연님도 안갈까? "아픈몸 이끌고 오지가려 합니다. 오셔서 무불 챙겨주셔야죠. 중간에 내려오더라도!" 이렇게 메세지를 보내고 말았다.
챙겨놓은 옷 주섬 차려입고, 와이프 깨우러 와이프 방에 가니, 아무도 없다. 어둠에 잘 찾아보니, 거실 소파에 누워 자고 있다. 왜 나와서 자냐고 물었더니, 첫째 방에서 엉기어 자보려 시도하다 쫓겨나, 거실에 누워 있다 잠들었다고 한다. 최대한 공손히 차 태워 줄것을 부탁한다. 와이프는 당연, 삼성역까지 데려다 달라는 줄 알았나보다, 내가 강변역 이야기하자 살짝 짜증을 낸다. 가는 내내 잠실대교로 건너야 하는데, 네비가 잠실철교로 안내해서 헷갈린다고 투덜덴다. 시간 겨우 맞추어 도착한다. 와이프님 가시는 거 보고 오지버스에 오른다. 정신없이 인사하고 맨 뒷자리 가서 눕는다. 이제는 푹 잘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어느 도시락 가방에서 나는 김치 양념냄새로 속이 매쓱거린다. 빗소리에 오지버스 엔진음 그리고 타이어 마찰진동을 느끼며 자다가, 양념냄새에 깨다가를 반복한다. 오지버스는 빗속을 달려 오늘의 들머리인 영월 어느 곳에 닿는다. 약수공원 팻말이 보인다.
비가와서인지 조금더 쉽고 안전한 길로 들머리를 바꾸었나보다. 종이지도 들머리보다 더 올라와 있다. 고도는 이미 7백이 넘어선다. 센스쟁이 오모님. 그런데 언제나 뒷통수 칠 수 있으니, 긴장해야 한다. 오늘은 반나절만 긴장하다.
이끼와 습기로 꽤 미끄러운 등로를 오른다. 비를 막을 비바지와 우의로 인해, 안부터 젖는다. 고글은 습기로 성애가 낀다. 시야가 뿌옇다. 나로서는 최악이다. 덥고 안보이고. 선두에서 수담님이 먼저 우의 벗는다. 모든 팀원들이 걸음을 멈추고 우의를 벗는다. 나는 우의도 벗고, 윗도리도 갈아입는다. 이제가 살 것 같다.
얼마 오르지 않아 벌써 선바위 조망 포인트에 다다른다. 신성한 곳에서 정갈한 마음으로 기도드려야 하는데, 다들 진지함이 없다. 가령 대포님이 이런저럭 이유로 인해 오지팀에 다시 돌아오기를.... 또는 나이 칠십에 막둥이를 보게 해 달라는 둥..... 어이없다. 그 김치냄새의 주인공은 내 배낭에 들어 있다. 빨리 점심 먹어 냄새 비우고 싶은 생각밖에 없다. 이게 나의 진실한 기도이다.
비는 계속 내리나, 그리 굵지 않다. 맞을 만하다. 드디어 점심자리 펴고, 문제의 김치냄새의 주인공인 총각김치를 맛있게 먹었다. 점심을 먹고 나니 조금 어지럽다. 열감도 있는 것 같고. 아마 처음부터 점심먹고 내려오고자 하는 마음이 컸기때문이겠지? 새벽 5시 30분에 맺은 자연님과의 동맹을 깰 수는 없다. 자연님이 먼저 하산 선언을 하고, 나도 스윽 따른다. 우리는 올랐던 길 그대로 내려온다. 내려오니 오후 1시다. 두메님 방해하지 않으려, 약수공원 정자에서 누워서 이런 저런 이야기 하며 쉰다. 처마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한참 듣는다. 노곤하다. 더 노곤해 지면 잠이 올 것 같다. 자리정리하고 오지버스 오른다. 나는 마른 옷 대충 갈아입고, 단독군장 꾸려, 혼자 산책간다.
오룩스 지도보며, 가장 먼 농노길 잡아 오른다. 빗소리, 새소리 들린다. 구름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갈 수 있는 만큼 끝가지 간다. 감자밭, 배추밭, 태양광 밭 지나 끝까지 오르니, 점심먹고 내렸던 봉우리 바로 왼쪽 아래까지 다다른다. OK. 오지팀원들 한번 불러 본다. 대답없다. 내려온다. 내려오다 다시 다른 농노길 오른다. 또 끝까지 오른다. 이번엔 그리 멀지 않다. 끝에서 OK. 오지팀원들 불러 본다. 대답없다. 내려온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같이 갈껄? 아니다 몸도 좋지 않은데, 괜히 미끄러지면 다른 팀원들 산행 방해할 뿐이다. 탁월한 선택이다.
3시 30분까지 오지버스가 있는 약수공원으로 도착하면 된다. 문득 카펜터스의 노래가 듣고 싶다. 젊은 나이에 요절한 모든 천재 예술가들을 하나 하나 생각하며, 카펜터스 노래 들으며, 비 맞으며 천천히 내려온다.
진행하는 오지팀의 하산시간을 지키기 위해 3시 30분 약수공원에 도착한 나는 정자 및 처마에서 비 피하며, 정자 돌기를 한다. 얼마나 돌았을까, 자연님이 나를 부른다. 오지팀이 하산장소가 정해졌나보다. 부랴 부랴 버스올라, 너저분한 자리 치우며, 팀원들을 위한 공간을 확보한다. 그래야 완주한 팀원들이 정리할 공간이 더 생기니. 산행을 완주하지 못한 미안함과 작은 배려일 것이다. 오지팀은 내가 홀로 산책했던 갈림길에 내려와 있다. 반갑고 미안한 하이파이브 하고, 씻으러 출발한다. 잠시 식당을 정하지 못해 주춤했으나, 바로 정리하고 예약한다.
항상 그렇듯 완주하지 못하면 찝찝하고 미안한 마음이 크다. 하지만 오늘은 그 마음이 조금은 덜하다. 나는 비오는 날 산행을 싫어한다. 하지만 오늘은 진짜, 다른팀원들 산행 진행을 위하는 마음이 훨씬 컸다는 것을.......
비오는 미끄러운날 안전하고 즐거운 산행을 했다. 중간에 내려왔어도, 마음만은 끝까지 같이 해서 더욱 행복한 산행이었다. 다음주도 비가 왔으며 좋겠다. 새로산 비바지 계속 입어야지.
에피소드 I : 어제 밤 와이프가 그랬는데, 몸도 안좋은데 비맞으며 등산할꺼야 라고 물으니, 내 눈빛이 잠시 흔들리길래, 아프긴 한가 보다 라고 생각했었단다. 그런데 새벽에 강변역까지 태워달라고 하니, 진짜 아프구나 해서 걱정을 많이 했다고 했다. 점심 먹고 내려와서 톡을 보냈더니, 잘했다고 했다. 중포하고 칭찬받는 기분. 웬지 쩝!
에피소드 II : 대상포진은 1차 2차를 맞아야 하는데, 2차가 통상 더 아프다고 한다. 물론 전혀 아프지 않는 사람도 있다. 비용은 생백신, 사백신에 따라 다른데 비용은 최대 55만원이다. 강남구 주민은 65세 이상면 1회 5만원 최대 2회 지원금을 준다고 한다. 무료는 아니라는 이야기다. 대상포진 백신접종을 의료보험으로 무료 제청합니다. 의료 보편복지로서는 탈모보다는 대상포진이 더 적합할 것 같은데. 절대 정치적 성향의 맨트는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