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악산 서릉 사면
종소리 사라져
꽃향기 울려 퍼지는
저녁이로세
鐘消て花の香は撞夕哉
――― 마스오 바쇼(松尾芭蕉, 1644~1694)
▶ 산행일시 : 2014년 3월 22일(토), 맑음, 오전에는 쌀쌀한 날씨
▶ 산행인원 : 2명(드류, 제임스)
▶ 산행시간 : 8시간 39분
▶ 산행거리 : 도상 12.2㎞
▶ 산행코스 : 황골탐방지원센터→입석사→비로봉→사다리병창→세렴폭포→천지봉
(△1,085.8m)→선녀탕→구룡사→구룡사 입구 버스정류장
▶ 갈 때 : 동서울터미널에서 원주 가는 06시 10분발 첫차 타고, 원주시외버스터미널에
서 택시 타고 황골탐방지원센터로 감(원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황골탐방지원
센터 쪽으로 가는 82번 시내버스가 있다는데 운행간격이 2시간이라고 한다.
택시 타면 등산로 입구인 탐방지원센터 앞까지 가고 요금은 미터기로 12,700
원 나온다)
▶ 올 때 : 구룡사 입구 버스정류장에서 20분 간격으로 운행하는 41번이나 41-1번 시내
버스 타고 한일주유소 앞에서 환승하여 원주시외버스터미널로 옴(환승정류장
과 환승버스는 버스기사님이 친절하게 알려준다. 소요시간 52분)
▶ 시간별 구간
06 : 10 – 동서울터미널
07 : 40 – 원주시외버스터미널
08 : 03 – 치악산 황골탐방지원센터
08 : 44 – 입석사, 입석대
09 : 13 – 지능선 마루
09 : 46 – 치악산 주릉 진입
10 : 10 - ┤자 능선 분기봉, 왼쪽은 삼봉능선
10 : 25 – 치악산 비로봉(飛蘆峰, 1,282m)
11 : 52 – 세렴폭포, 점심
13 : 58 – 천지봉(△1,085.8m)
16 : 03 – 선녀탕 근처
16 : 25 – 구룡사
16 : 42 – 구룡사 입구 버스정류장, 산행종료
1. 치악산 비로봉 남릉
▶ 비로봉(飛蘆峰, 1,282m)
“강원도원쥬경내에 제일일홈난산은치악산이다. 명낭한빗도업고 긔이한봉오리도업고 식거
문산이 너무 우즁충하게되얏더라. 즁즁첩첩하고 외외암암하야 웅장하기는 대단이웅장한산
이라 그산이금강산줄기로내린산이나 뇽두사미라 금강산은 문명한산이오 치악산은야만의산
이라고 일홈지을만한터이러라.
그산깁흔곳에는 백쥬에 호랑이가 덕시글덕시글하야 남의고기먹으려는 사냥포슈가 제고기
로 호랑의밥을 삼는일이종종잇더라. 하늘에닷드시 놉히소샤 동에셔부터 남으로 달려나려가
는그형세를 원쥬읍내셔보면 남편 하날밋헤푸른병풍친것갓더라.”
치악산의 대강을 묘사하는 글로 흔히 인용되는 국초 이인직(菊初 李人稙, 1862~1916)의
신소설인 『雉岳山』(1908)의 서두다. 불과 100여년전 당대 지식인이 구사한 우리글이 읽
기에 그다지 쉽지 않다. 혀가 꼬인다. 이인직이 치악산을 야만의 산이라고 하여 소설의 분위
기를 미리 암시했거니와 이는 고래로 치악산 산행의 전반적인 감상이기도 하다. 따지고 보
면 치악산을 갈 때마다 순탄하거나 수월한 적이 별로 없다.
요사이 국립공원은 산불방지를 위해 대부분의 등산로를 통제(3월 3일부터 5월 15일까지)하
고 있어, 치악산의 경우 그중 가장 긴 코스가 황골에서 비로봉을 올라 사다리병창으로 내려
구룡사로 가는 코스다. 거기를 간다. 아침공기가 쌀쌀하다. 황골탐방지원센터 앞 쉼터에서
단단히 산행채비 갖추고 출발한다.
입석사까지는 괜한 아스팔트포장도로다. 깊은 골짜기 양쪽의 준엄한 산릉을 다만 두리번거
리기만 하고 대로를 걸어간다. 우리 길이 아닌 남의 길을 가는 것 같다. 입석사까지 1.7㎞.
산자락 굽이굽이 돌아 오른다. 절개지 곳곳에 매달아놓은 ‘낙석주의’ 팻말을 올려다보니 대
책없이 섬뜩하다. 입석사가 찾는 이 드물어 고즈넉하다. 입석대 둘러보러 간다.
산자락 철계단 오르고 철다리 건너 입석대다. 높이 약 20m, 가로 세로 약 5m 되는 네모꼴의
석주가 30m가량 되는 절벽 위에 우뚝 서 있다. 김일성이만 탓할까. 암벽에 새긴 수 명의 이
름 석 자가 볼썽사납다. 산모퉁이 돌아 20m 가면 마애불좌상이 있다. 암벽에 부처를 부조
(浮彫, 돋을새김)하였다. 대좌 밑에 새긴 ‘원우(元祐) 5년’의 문구로 미루어 고려 선종 7년
(1090년) 때 작품이라고 한다. ‘원우(元祐)’는 중국 북송 철종 때 연호로 1086년부터 1094
년까지 사용했다고 한다.
1-1. 입석사 입석대
2. 입석대에서 바라본 원주시내 쪽
3. 입석사 위 골짜기
4. 입석사 마애불좌상, 정식 명칭은 ‘원주 흥양리 마애불좌상’이다
5. 삼봉(1,073.5m)
6. 치악산 주릉 오르는 계단길
7. 주릉에서 바라본 비로봉
8. 삼봉, 투구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9. 삼봉
10. 비로봉 가는 길
입석사 지나고도 주등로 따라 오른다. 산죽숲 지나 가파른 너덜길이 이어진다. 눈길을 간다.
엊그제 도심에서 흩뿌리던 비가 산에서는 눈으로 내렸다. 발목 덮게 쌓였다. 지능선 마루에
오르고부터는 온통 천지백 설국이다. 제임스 님과 마주앉아 권주하는 탁주 입산주가 하얀
산릉의 눈(眼) 안주 눈부셔 더욱 맛 난다.
주릉 진입. 남대봉에 이르는 서릉은 금줄 치고 막았기도 했지만 아무도 오가지 않았다. 그리
로 눈길이 조용하다. 한결 아쉬움 덜었다. 내 가리파재에서 오르지 않음을 은근히 자책했던
터다. 한 피치 오르면 왼쪽으로 삼봉, 투구봉, 토끼봉으로 가는 ┤자 능선 분기봉이다. 삼봉
가는 길은 금줄이 감당하지 못하여 철책으로 엄중하게 막았다.
봄볕 가득한 너른 헬기장(1,222m봉) 내리고 야트막한 ┤자 갈림길 안부 지나 데크계단 오
름이다. 등로 살짝 벗어난 전망 좋을 바위에는 잡목과 눈밭 헤치고 꼬박 들린다. 발돋움하여
기웃거리는 조망은 예고편이다. 마침내 비로봉. 우주의 중심에 선 듯 사위가 열린다. 뭇 산
이 다 발아래에서 읍한다.
▶ 천지봉(△1,085.8m)
비로봉 돌탑 3기는 원주 사람 용창중(1920∼1974) 씨가 쌓았다고 한다. 북쪽 칠성탑이 찬
바람 막아 그 의지하여 탁주로 정상주 분음한다. 배넘이고개 가는 동릉 역시 아무도 가지 않
았다. 퍽 다행이다. 안심하여 사다리병창으로 비로봉을 내린다. 급전직하. 계단길이 눈에 묻
혀 1급 슬로프로 변했다. 철봉난간 움켜쥐고도 미끄러진다.
‘병창’이란 ‘벼랑’의 이 고장 방언이라고 한다. 치악산의 야만스러움에 한 몫 하는 이름인데
그새 몰라보게 문명하였다. 예전에 발발 기었던 암릉을 데크계단으로 돌아간다. 뚝뚝 떨어
져 내린다. 숱하게 마주치는 등산객들은 우리에게 얼마나 더 가야 비로봉 정상인지 묻는다.
격려 차원에서 0 떼고 5분이라 알려준다.
골짜기에 이르고 세렴폭포 갈림길이다. 관폭하며 점심밥 먹을 양으로 들린다. 단체로 나들
이 온 학생들이 많다. 그들은 세렴폭포를 들여다보고 하나같이 애걔걔 하고 실망한다. 나도
그런다. 우리는 대담한 2부 산행을 모의한다. 이대로 구룡사로 간다면 너무 억울하다. 그래
도 오지산행의 일원이 아닌가 말이다.
11. 비로봉
12. 비로봉 남릉
13. 멀리 왼쪽이 남대봉
14. 치악산 서릉 사면
15. 치악산 비로봉에서
16. 치악산 비로봉에서
17. 멀리 가운데는 구룡산, 그 앞 오른쪽은 회봉산
18. 멀리는 남대봉
19. 치악산 주릉 북쪽 지능선
20. 천지봉
성에 찰까마는 천지봉이라도 개척하여 오르기로 한다. 세렴폭포 왼쪽의 수직사면을 산죽 한
사코 부여잡고 올라 날등에 선다. ‘산행은 이런 맛이다’ 하고. 줄곧 가파른 오름길, 수적 쫓는
다. 바윗길이 나오면 제임스 님 척후와 견인으로 직등한다. 눈밭 이슥하게 러셀하고서 천지
봉이다. 정상표지판 겸 이정표가 있다. 삼각점은 안흥 444, 1985 재설. 조망은 나무숲 둘러
무망하다.
산정(山情)은 수레넘이고개 지나 매화산을 넘고 전재로 가자하나 냉정하여 발길 돌린다. 하
산! 서진한다. 주릉 잡아 황장금표로 내렸다가는 공단직원에게 걸릴지도 모를 일이라 미리
방향 꺾는다. 813m봉 넘고 왼쪽 사면으로 길게 트래버스 하여 지능선을 붙든다. 얼씨구, 내
하는 일이 이렇다. 암릉이 나온다. 바닥이 보이지 않는 절벽이다. 이곳저곳 기웃거리다 협곡
으로 내린다. 수북한 낙엽 덮은 눈이 무릎을 넘는다.
협곡도 가파르다. 스틱 박아 지탱하며 한 발 한 발 계단 만들어 내린다. 어렵게 능선으로 올
라서서 안도의 한숨 돌리려 치면 다시 암릉이 막아선다. 슬링 걸어 내린다. 나 혼자 왔더라
면 아주 고약할 뻔하여 서늘한 가슴 쓸어내린다. 자는 능선 깨울라 살금살금 내린다. 경사가
좀 느슨해지자 낙엽 쓸어 쏟는다. 지계곡 너덜 잠깐 내리고 대로, 선녀탕 근처다. 세렴폭포
에서 0.9㎞를 에둘러 왔다.
구룡사 가는 길. 성급한 상춘객들이 오간다. 잣나무숲 지나고 다리 건너 구룡사를 들린다.
절집 마당에서 건너편 천지봉 자락 더듬어 우리의 발자취를 흐뭇이 가늠해본다. 큰골 계류
가 연주하는 봄의 교향악을 들으며 금강송 숲길을 간다.
【추기 : 더덕의 효능】
하산이 너무 일러 동서울에 와서 터미널 근처 순대국집에서 저녁을 먹었다. 제임스 님이 천
지봉 정상 부근에서 캔 더덕으로 생더덕주를 조제하는데 음식점 안팎에 더덕향이 진동하고,
우리의 대폿잔 건배에 여러 시선이 꽂혔다. 옆 식탁의 손님들에게는 물론 주방 안의 사장님
에게도 술잔을 돌렸다. 음식점 사장님 내외와 친하여 잠시 들렸다는 광진구 장 회장님(쥐띠
라고 하는데 여걸이다)이 고맙다며 술잔을 받더니 아예 의자를 당겨 우리와 합세하였다.
술값은 굳이 자기가 계산하겠단다. 주전자에 술을 거듭 부어 더덕 향을 알뜰히 우려내었다.
7병이던가? 오토바이로 고기 배달하는 중년의 남자도 헬멧 벗고 합석하였다. 웃고 또 웃고,
침침하던 음식점 안이 더덕주 몇 잔으로 화기애애해졌다. 생면부지의 남들과도 금방 친해질
수 있다는 게 바로 더덕의 효능이다.
21. 세렴폭포 상단
22. 천지봉 정상 주변
23. 비로봉, 가운데 급전직하하는 도드라진 능선이 사다리병창이다
24. 구룡사 가는 길
25. 구룡사에서 바라본 천지봉 자락
26. 우리집 정원에 핀 매화
27. 우리집 정원에 핀 매화
28.우리집 정원에 핀 산수유
29. 구글어스로 내려다본 산행로
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제임스(이성렬) 작성시간 14.03.25 아마도 올해엔 마지막 심설산행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짜릿했던 천지봉 오르내림이 눈에 삼삼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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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캐이 작성시간 14.03.26 ㅎㅎ 더덕주에 작업(?)까정...지두 마지막 눈 구경이나 하렸는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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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신가이버(신만수) 작성시간 14.03.26 더덕의 효능!
완죤 만병통치약 이네요 -
작성자메아리(김남연) 작성시간 14.03.26 아니 그렇게 좋을 수가,,,마지막에 짜릿한 산행을 하셨네요^.^ 하산주도 짭짤하고,,즐거우셨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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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감악산(임동철) 작성시간 14.03.26 두분이 가도 거시기는 안빠지네요.....ㅎ 그쪽은 아직도 눈세상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