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 류중영을 제사하는 글〔祭柳監司 仲郢 文〕
만력 원년 세차 계유(1573) 모월 모일에 이조 판서 김귀영(金貴榮), 참의 심의겸(沈義謙), 정랑 정지연(鄭芝衍), 좌랑 정탁과 김효원(金孝元) 등은 삼가 맑은 술과 제수를 올리고 돌아가신 첨지중추부사 유공 영령에 공경히 제사합니다.
오직 영령께서는 唯靈 유령
풍채가 준엄하고 風姿凝峻 풍자응준
기우가 근엄하셨으며 氣宇方嚴 기우방엄
일에 임해서는 강직하고 굳세었고 臨事剛毅 임사강의
처신함에 있어서는 낮추고 겸손하셨지요 處身卑謙 처신비겸
이름이 문과급제자 명부에 올라 名通桂籍 명통계적
여러 벼슬을 하셨는데 歷踐王官 역천왕관
미원(사간원)에서 백간을 담당했고 薇垣白簡 미원백간
백부(사헌부)에서 치관을 쓰셨지요 栢府豸冠 백부치관
중국에 사신을 다녀왔고 碧漢星槎 벽한성사
관서 지역을 굳게 지키셨으며 西關鎖鑰 서관쇄약
형조에서 심극하셨고 刑部審克 형부심극
황해도에서 선정을 펼치셨네 海西憩茇 해서게발
그래도 재능을 펴지 못한 채 猶淹展驥 유엄전기
오랫동안 낮은 지위에 머무르셨지만 久滯棲棘 구체서극
숨겨진 덕이 이윽고 드러나서 潛德俄彰 잠덕아창
조서가 여러 차례 내려졌지요 命書屢錫 명서누석
임금 말씀 대행하라는 명을 받아 命代王言 명대왕언
출납함에 오직 진실하셨고 出納唯允 출납유윤
예조와 병조의 일을 맡아서는 典禮典兵 전례전병
매우 신중하게 직책을 담당하셨지요 奉職唯謹 봉직유근
막 촉망을 받게 되었는데 人望方屬 인망방속
하늘의 앗아감이 어찌 이리 빠릅니까 天奪何速 천탈하속
한 병환이 끝내 낫지 않으셨으니 一疾未瘳 일질미추
백 사람의 몸으로도 바꿀 수 없군요 百身難贖 백신난속
저희들은 일찍이 둘째 자제를 좇아 等早從二郞 등조종이랑
훌륭한 의표를 자주 보았기에 屢挹丰儀 누읍봉의
비통한 마음 더욱더 깊은 것이 悲慟增深 비통증심
어찌 사사로운 정뿐이겠습니까 寧止我私 영지아사
장례 날이 다가와 卽遠有日 즉원유일
감히 변변찮은 제수를 바치오니 敢薦菲薄 감천비박
영령이 계신다면 英靈如在 영령여재
흠향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庶紆歆格 서우흠격
아, 슬프고 애통하구나 嗚呼哀哉 오호애재
[주1] 류중영柳仲郢(1515~1573) : 본관은 풍산(豐山), 자는 언우(彦遇), 호는 입암(立巖)이다. 류성룡의 부친으로, 1540년(중종35) 문과에 급제하였다. 1553년(명종8) 사헌부 장령을 거쳐 1564년 황해도 관찰사ㆍ경연관經筵官 등을 역임하였다. 저서에 입암집立巖集이 있다.
[주2] 강직하고 굳세었고 : 《논어》 〈자로(子路)〉에 “강하고 굳세고 질박하고 어눌한 것이 인에 가깝다.〔剛毅木訥 近仁〕”라고 하였다.
[주3] 백간(白簡) : 관리들의 비행을 규탄하는 글을 말한다.
[주4] 치관(豸冠) : 시비곡직(是非曲直)을 가릴 때 집정관이 쓰는 관을 말한다.
[주5] 중국에 사신을 다녀왔고 : 성사(星槎)는 은하수를 오가는 뗏목으로 사신이 타고 가는 배를 말한다. 《형초세시기(荊楚歲時記)》에 “무제(武帝)가 장건(張騫)으로 하여금 대하(大夏)에 사신으로 가서 황하(黃河)의 근원을 찾게 하였는데, 장건이 뗏목〔槎〕을 타고 가다가 견우(牽牛)와 직녀(織女)를 만났다.” 하였다.
[주6] 심극(審克) : 죄상과 실정을 빠트림 없이 자세히 조사함을 말한다.
[주7] 선정을 펼치셨네 : 게불(憩茇)은 훌륭한 정사를 경애(敬愛)하여 기리는 말로, 소백(召伯)이 백성을 위하여 일하면서 쉬었던 감당나무를 두고 그곳의 백성들이 베지도 꺾지도 말라고 노래하며 소백의 덕을 찬미한 데서 유래한다. 《詩經 召南 甘棠》
[주8] 재능을 펴지 : 전기(展驥)는 《삼국지(三國志)》 〈방통전(龐統傳)〉에 “방사원은 백리를 다스릴 인재가 아니므로, 치중ㆍ별가 등의 직임을 수행하게 해야만 비로소 준마의 발을 펼 수가 있을 것이다.〔龐士元非百里才也 使處治中別駕之任 始當展其驥足耳〕”라고 한 데서 온 말로 곧 사람이 재능을 펴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주9] 오랫동안 …… 머무르셨지만 : 후한(後漢) 때 고성 령(考城令) 왕환(王渙)이 엄맹(嚴猛)한 정사(政事)를 숭상하다가, 그 고을 포(蒲)의 정장(亭長)인 구람(仇覽)이 덕으로 사람을 교화시킨다는 말을 듣고 그를 주부(主簿)로 삼은 다음, 그에게 말하기를 “주부는 진원(陳元)이란 사람의 죄과를 듣고도 처벌하지 않고 그를 교화시켰다 하니, 응전(鷹鸇) 같은 맹렬한 뜻이 적은 게 아닌가?” 하니, 구람이 말하기를 “응전이 난봉(鸞鳳)만 못합니다.” 하므로, 왕환이 사과하고 그를 보내면서 말하기를 “가시나무는 난봉이 깃들 곳이 아니거니, 백 리 고을이 어찌 대현이 있을 곳이리오.〔枳棘非鸞鳳所棲 百里豈大賢之路〕”라고 했던 데서 온 말로, 전하여 현사(賢士)가 낮은 지위에 있음을 의미한다.
[주10] 둘째 자제 : 류중영의 둘째 아들인 서애 류성룡을 말한다.
[주11] 장례(葬禮) : 즉원(卽遠)은 장례를 가리킨다.
祭柳監司 仲郢 文
維萬曆元年歲次癸酉某月某日。吏曹判書金貴榮,參議沈義謙正郞鄭芝衍佐郞鄭琢金孝元等。謹以淸酌庶羞之奠。敬祭于卒僉知中樞府事柳公之靈。唯靈。風姿凝峻。氣宇方嚴。臨事剛毅。處身卑謙。名通桂籍。歷踐王官。薇垣白簡。栢府豸冠。碧漢星槎。西關鎖鑰。刑部審克。海西憩苃。猶淹展驥。久滯棲棘。潛 德俄彰。命書屢錫。命代王言。出納唯允。典禮典兵。奉職唯謹。人望方屬。天奪何速。一疾未瘳。百身難贖。等。早從二郞。屢挹丰儀。悲慟增深。寧止我私。卽遠有日。敢薦菲薄。英靈如在。庶紆歆格。嗚呼哀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