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지봉 이수광

중전의 책례를 행한 뒤 반포하는 교서

작성자향산 김문진|작성시간26.06.11|조회수29 목록 댓글 0

 

                                    중전의 책례를 행한 뒤 반포하는 교서〔中殿冊禮後頒敎書〕

 

왕은 이르노라.

 

곤(坤)이 건(乾)을 받들어 황극(皇極)에 짝함은 군자가 단서를 만드는 것이요, 달이 해와 짝하여 밝음이 됨은 성인(聖人)이 법으로 취하는 것이다. 이에 교서를 널리 반포하여 다 함께 기뻐함을 표하고자 한다.

 

생각건대, 나는 과덕한 몸으로 외람되이 왕위를 잇게 되었다. 집안과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그 도(道)가 인륜보다 중한 것이 없으며, 교화의 터전이 되는 것은 그 공이 반드시 내치(內治)에 의뢰한다. 바야흐로 중궁을 세울 때를 당하니 고검(古劍)에 대한 생각이 몹시 간절하다.

 

아, 왕비 한씨(韓氏)는 계통이 예법의 집안에서 나와 지극히 어려운 대업을 크게 도왔다. 유순하고 정숙한 덕을 지니니 선왕(先王)께서 간택하셨고, 선(善)을 쌓아 좋은 경사가 많으니 훌륭한 자손을 낳았다. 집안일을 주관한 지 14년 만에 후손이 번성하여 장차 천만년토록 이어지게 하였으니, 이미 자전(慈殿)께 명을 받아 이에 중궁전의 왕비로 책봉하게 되었다. 궁중의 적위(翟褘)를 입으니 예복이 잘 어울리고, 하늘의 헌룡(軒龍)에 응하니 뭇 별이 환하게 빛난다.

 

이에 길일을 잡아 예물을 갖추고 의식을 마련하여 마침내 올해 8월 16일 갑술(甲戌)에 책보(冊寶)를 주니, 옥첩(玉牒)에서 향기가 넘쳐흐르고 궁궐에 희색이 만연하다. 도산씨(塗山氏)의 성대한 공렬은 하(夏)나라를 열 수 있었고, 태사씨(太姒氏)의 아름다운 덕은 주(周)나라를 흥기시킬 수 있었다.

 

막 대례(大禮)를 마쳤으니 만방에 널리 고한다. 아아, 현자를 찾아 구하고 관직을 살펴 주남(周南)과 소남(召南)의 교화를 드러내고, 백성을 인도하고 미풍(美風)을 이루어 삼대(三代)의 풍교를 볼 수 있기를 고대한다.

 

 

[주1] 중전(中殿)의 …… 교서 : ‘중전’은 인조(仁祖)의 비인 인열왕후(仁烈王后, 1594~1635) 한씨(韓氏)를 가리킨다. 인열왕후의 본관은 청주(淸州)로, 영돈녕부사 한준겸(韓浚謙)의 딸이다. 1623년(인조 원년) 8월 16일에 중전을 책봉(冊封)하는 예를 행하였다. 《仁祖實錄 1年 8月 16日》

 

[주2] 고검(古劍)에 대한 생각이 : ‘고검’은 용천(龍泉)과 태아(太阿)라는 두 보검을 가리키는 듯하다. 진(晉)나라 장화(張華)와 뇌환(雷煥)이 이 두 보검을 각각 소유하고 있었는데, 그들이 죽자 두 보검이 저절로 연평진(延平津) 속으로 날아 들어가 두 마리 용으로 변한 뒤 유유히 사라졌다고 한다. 이후에 이를 ‘연진검합(延津劍合)’ 또는 ‘연진지합(延津之合)’이라 하여 다시 합하게 되는 인연이나 부부가 죽은 뒤에 합장하는 것을 비유하게 되었는데, 여기서는 인조가 인열왕후와 계속하여 부부의 연을 맺고 있음을 두고 말한 듯하다. 《晉書 卷36 張華列傳》

 

[주3] 적위(翟褘) : 꿩의 무늬를 수놓은 왕비의 예복이다.

 

[주4] 헌룡(軒龍) : 태양을 가리키는 말로, 전하여 제왕(帝王)을 뜻한다.

 

[주5] 도산씨(塗山氏)의 …… 있었다 : ‘도산씨’는 하(夏)나라를 창건한 우(禹) 임금의 후비이며, ‘태사씨(太姒氏)’는 주(周)나라를 창건한 문왕(文王)의 후비이다. 인열왕후를 중전으로 책봉한 일로 이렇게 말한 것이다.

 

[주6] 현자를 …… 드러내고 : 〈권이(卷耳)〉는 《시경》 주남(周南)의 편명인데, 모서(毛序)에서 이 시를 두고 후비(后妃)의 뜻을 읊은 것이라 하며 “마땅히 군자를 보좌하여 현자를 찾고 관직을 살펴 신하들의 수고로움을 알아야 한다.[當輔佐君子, 求賢審官, 知臣下之勤勞.]”라고 하였다. 여기서는 인조가 인열왕후에게 이처럼 하기를 힘써 서주(西周) 시대의 교화를 드러낼 수 있기를 기대한 것이다.

 

 

                                                           中殿冊禮後頒敎書

 

王若曰。坤承乾以配極。君子造端。月儷日而爲明。聖人取則。玆揚渙號。用表同歡。念予寡躬。叨纘丕緖。家邦以御。道莫重於彝倫。敎化攸基。功必資於內治。方屬秋宮之建。冞切故劍之思。咨惟王妃韓氏。系出禮法之門。光贊艱難之業。柔嘉淑德。簡自先王。善慶休祥。篤生後胤。主中饋迨十四歲。衍本支將千萬年。旣受命於慈闈。爰正名於壼掖。襲宮中之褘翟。象服是宜。應天上之軒龍。星文載耀。涓辰協吉。備物加儀。乃於本年八月十六日甲戌。授以冊寶。玉牒流芳。璇閨動色。塗山盛烈。能啓夏家。太姒徽音。足興周室。訖成大禮。誕告多方。於戲。求賢審官。式彰二南之化。牖民成俗。佇見三代之風。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