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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암 정인홍

음식물을 내려 주신 것에 사은하는 소

작성자향산 김문진|작성시간26.06.06|조회수16 목록 댓글 0

 

                                                   음식물을 내려 주신 것에 사은하는 소

                                                                                        계묘년(1603, 선조36) 정월 17일 〔謝恩食物疏 癸卯正月十七日

 

엎드려 생각건대, 이달 14일에 본도의 순찰사 이시발(李時發)이 고령 현감(高靈縣監) 신경익(申景翼)에게 성상의 유지를 전하고 음식물을 실어 보내게 하였는데, 신은 황송하여 감읍하며 절하고 받았습니다.

엎드려 스스로 생각건대, 신은 보잘것없는데 어찌 이런 특별한 은혜를 받습니까? 신은 노쇠하고 병든 것이 모두 심하여 거듭 소명을 받았지만, 직무를 수행하러 달려 나아갈 수 없습니다. 비록 형세상 그렇게 된 것이지만, 자취는 태만하고 불경한데 가깝고, 죄를 짓고 물러나 엎드려 있으면서 날마다 천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고향집에서 음식을 먹어도 오히려 스스로 편안하지 않은데, 어찌 은혜로운 하사물이 이를 줄 생각했겠습니까. 갑자기 넉넉해져 분수에 맞는 소망을 벗어나니 마치 단비가 시든 싹을 적시듯, 강하(江河)가 마른 물고기에 물대는 듯하였습니다.

신은 몸을 만지고 주위를 돌아보며 어찌할 줄 모르겠습니다. 스스로 진단(陳摶) 정균(鄭均)의 지행(志行)이 없는데도, 위문하고 구제하는 은전이 옛사람과 나란하게 융성합니다. 이는 천지가 생성해 주는 것 같은 성대한 덕에서 나온 것이지만, 신의 보잘것없는 분수와 의리에 있어 실로 감당하지 못할 바가 있습니다. 전하께서 또한 신이 실로 넉넉히 구휼할 만한 의를 행한 것이 없음을 어찌 모르시겠습니까. 시종 잊지 못하여 은총이 줄어들지 않으니, 신은 뼈가 가루가 되고 머리가 부서지더라도 어떻게 성은에 보답하겠습니까.

신의 노쇠함은 세월과 함께 지극해지고, 병은 나이와 함께 새로 생겨 아침저녁을 보전하기 어렵고 저의 정성을 다할 길도 없으니, 지금 한 말씀 아뢰어 특별한 은혜의 보답으로 삼아도 괜찮겠습니까?

신은 “해는 널리 비쳐서 한 사람에게만 따뜻하게 하지 않고, 뇌우(雷雨)는 못에 쏟아져 한 포기 풀에만 내리지 않는다.”라고 들었으니, 임금은 한 나라를 한 몸으로 여기고, 온 백성이 받는 은택을 큰 덕으로 여기십시오. 구름이 흘러가고 비가 내려 갖가지 사물들이 모두 형통한 연후에 바야흐로 천지와 더불어 유행할 수 있습니다.

엎드려 원컨대, 전하께서 이 몸을 불쌍히 여겨 구휼하신 뜻으로 널리 베푸십시오. 품어 보호함이 먼 곳까지 미치고 은택을 베푸는 것을 홀아비와 과부에게 행하여, 한 마음 안에 성행하고 천 리의 밖에 교화가 되어, 가난하고 의지할 데 없고 손발에 동상이 걸린 이들로 하여금 모두 그 마땅한 곳을 얻어 태평성대한 천지에서 춤추고 노래 부르게 하십시오, 그렇다면 신은 은택을 받은 것뿐만 아니라, 은혜로운 마음과 은혜로운 덕의 다스림을 오늘 다시 보는 것이니, 이와 같다면 신은 거의 성은에 우러러 보답하여 유감이 없을 것입니다. 더구나 신은 대나무 가지로 종을 치면 울리지 않을 수 없다고 들었는데, 전하께서 이미 위문하고 구제하는 예를 더하였으니 신이 진언하는 충성이 없을 수 있겠습니까.

신은 일찍이 생각건대, 전하께서는 국가의 어려운 운수를 당하여 실로 경륜(經綸)하여 다시 시작해야 할 때 입니다. 무릇 시행하는 것을 마땅히 나라를 개창(開創)하는 날처럼 한다면 거의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평소대로 옛것만 지켜 따르면서 구차하게 세월만 보낼 수 없을 뿐입니다. 전하께서는 어질고 명철하며, 영민하고 용감하시기 때문에 진실로 하루라도 분발하여 결단한다면, 천지가 크게 바뀔 것입니다. 한 번 깨우치는 사이에 성치(盛治)한 공은 절로 퇴곡(推轂)하게 하여, 거의 나라는 근심이 없게 하고 백성은 편안히 살게 할 것입니다. 무릇 생명이 있는 것이 모두 은택을 받아 그 삶을 즐긴다면, 신 또한 잠시라도 목숨을 연명하여 죽지 않고 살아서 온 나라의 백성과 함께하여 즐길 것이니, 신이 받은 은택은 여기에 이르러 더욱 커질 것입니다. 은총이 융성해질수록 신의 마음은 더욱 감격해집니다. 다만 전하의 사랑에 보답하고자 하지만, 말이 지루하게 되어 부월(斧鉞)의 처벌에 들어가게 됨을 스스로 알지 못하겠습니다. 신은 은혜를 품고 매우 감격함을 이기지 못하겠습니다. 삼가 죽음을 무릅쓰고 아룁니다.

비답하기를 “상소를 살펴보니, 매우 가상하다. 진계한 말은 마땅히 경을 위해 체념하겠다.”라고 하였다.

 

[주1] 마른 물고기 : 곤경에 처해서 다급하게 구원을 청하는 사람을 말한다. 붕어 한 마리가 수레바퀴 자국의 고인 물에 있으면서 길 가는 장주(莊周)에게, 한 말이나 한 되쯤 되는 물을 가져다가 자기를 살려줄 수 있겠느냐고 하므로, 장주가 장차 오월(吳越) 지방으로 가서 서강(西江)의 물을 끌어다 대주겠다고 하자, 그 붕어가 화를 내며 말하기를 “나는 지금 당장 한 말이나 한 되쯤의 물만 얻으면 살 수 있는데, 당신이 이렇게 엉뚱한 말을 하니, 일찌감치 나를 건어물 가게에서 찾는 것이 낫겠다.〔吾得斗升之水然活耳 君乃言此 曾不如早索我於枯魚之肆〕”라고 했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莊子 外物》

 

[주2] 진단(陳摶) : 871~989. 자는 도남(圖南), 호는 부요자(扶搖子), 사호는 희이 선생(希夷先生)이다. 오대(五代) 송(宋)나라의 은사(隱士)이다. 그는 세상이 어지러워지자 화산(華山)에 가 살면서 도를 닦고 벽곡(辟穀)의 술을 익혀 몇 백 일이고 계속 잠을 잤으며, 송 태조(宋太祖)가 등극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이제 세상이 안정을 되찾았다고 하면서 웃었다고 한다. 《宋史 卷457 陳摶列傳》

 

[주3] 정균(鄭均) : 자는 중우(仲虞)이다. 한나라 장제(章帝) 때에 청렴하고 행실이 착하기로 이름이 있었다. 벼슬이 상서에 이르렀다가 그만두고 고향에 돌아가 있었는데, 임금이 동방을 순시하다가 그의 집으로 찾아가 보고 종신토록 상서(尙書)의 녹(祿)을 주게 하였다.

 

[주4] 태평성대한 : 원문의 ‘함포격양(含哺擊壤)’은 실컷 먹고 배를 두드린다는 뜻으로, 태평성대에 백성들이 풍족한 생활을 하는 것을 말한다.

 

[주5] 퇴곡(推轂) : 장수에 대한 임금의 극진한 예우를 뜻하는데, 여기서는 모든 신하를 예우한다는 의미이다. 옛날 출정하는 장수를 전송할 때 임금이 수레바퀴를 손수 밀어주면서〔推轂〕 “곤내(閫內)는 과인이 처리할 테니 곤외(閫外)는 장군이 알아서 하라.”라고 말한 데에서 유래한 것이다. 《史記 卷102 張釋之馮唐列傳》

 

 

 

                                                                  謝恩食物疏 癸卯正月十七日

 

伏以臣於本月十四日。本道巡察使李時發。令高靈縣監申景翼。來宣聖旨。輸致食物。臣惶悚感泣拜受訖。伏自思惟臣之無狀。何以得此殊恩。臣衰病俱極。荐被召命。未能趨造供職。勢雖使然。跡近逋慢。負罪屛伏。日竢天誅。食毛田廬。猶不自安。豈謂恩賜之及。遽優於分望之外。如霖雨沾於枯苗。江河灌於涸鱗也。臣撫躬環顧。自無陳摶,鄭均之志行。而存恤之恩。竝隆於古人。此雖出於覆載生成之盛德。在臣區區分義。實有所不堪者焉。殿下亦豈不知臣實無行義可以優恤也。終始眷眷。恩寵不衰。臣粉骨碎首。何以報聖恩也。臣衰與時極。病與年新。莫保朝夕。自效無路。今陳一言。用爲殊 恩之報可乎。臣聞大陽普照。不偏襖於一人。雷雨霈澤。不偏施於一草。人君以一國爲一身。以萬民受賜爲大德。雲行雨施。品物咸亨。然後方爲與天地同流之化矣。伏願殿下。以憐恤一身之意而博施之。懷保及於幽遠。惠鮮行於鰥寡。雷行於一心之內。風動於千里之外。使顚連皸瘃。咸得其所。歌舞於含哺擊壤之天地。則臣不獨受賜。而惠心惠德之治。復見於今日。如此則臣庶得仰報聖恩而無憾矣。況臣聞承筳鍾。不得不鳴。殿下旣加以存恤之禮。臣可無進言之忠乎。臣嘗竊以爲。殿下當國家屯艱之運。 實經論更始之秋。凡所施爲。當如開創之日。庶或可望。不可循常守舊。苟度時月而已也。以殿下仁明英武。誠能一日奮發睿斷。則乾旋坤轉。在一警咳之間。盛治之功。自可推轂而成。庶使海宇無虞。生民奠居。凡有血氣。咸受賜而樂其生。則臣亦庶得須臾無死。共一國民庶而樂。臣之受賜至此尤大矣。恩寵愈隆。愚衷愈激。只欲報答聖眷。自不知言涉支離而入於斧鉞之誅焉。臣不勝銜恩。感激之至。謹昧死以聞。答曰。省疏。深用嘉焉。陳戒之言。當爲卿體念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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