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승편 서문〔玄繩編序〕
내가 우계(牛溪) 성혼(成渾), 율곡(栗谷) 이이(李珥)와 아주 친하게 지냈는데, 지금은 모두 세상을 떠나고 나만 홀로 살아남아 있으니, 앞으로 얼마나 더 살다가 그들을 따라서 죽을 것인가. 나의 못난 아들 취대(就大)가 일찍이 병화(兵火)로 인해 흩어지고 없어진 나머지에서 두 벗의 서척(書尺) 및 내가 답한 사고(私稿)와 잡록(雜錄) 몇 편을 수습하여 나에게 보여 주었다. 이에 드디어 이를 합해 권질을 만들어 내가 죽기 전에 보고서 느끼는 자료로 삼는 동시에 장차 우리 집안에 전하고자 한다.
만력(萬曆) 기해년(1599, 선조32) 중춘(仲春)에 송익필은 쓴다.
玄繩編序
吾與牛溪,栗谷最相善。今皆去世。吾獨生。能復幾日而隨死耶。迷子就大。曾於兵火散亡之餘。收拾二友書尺及吾所報答私稾及雜錄略干紙以示余。遂合以成帙。爲未死前觀感之資。且欲傳之一家云。萬曆己亥仲春。宋翼弼題。
현승편(玄繩編) : 구봉이 여러 우인과 주고받은 편지를 모아 놓은 것으로, 앞부분에 구봉이 1599년(선조32)에 지은 〈자서(自序)〉가 있으며, 상, 하 두 권으로 이루어져 있다. 상권에는 성혼, 이이, 정철(鄭澈), 허우(許雨), 민순(閔純), 김장생(金長生) 등과 주고받은 편지 29편이 실려 있고, 하권에는 성혼, 이이 외에 이산보(李山甫), 조헌(趙憲) 등과 주고받은 편지 32편이 실려 있다. 주요 내용은 예설(禮說)과 성리학적(性理學的) 논제(論題)로부터 서로의 저작에 대한 비평과 단순한 근황 및 시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현승(玄繩)에 대해서는 구봉의 호라는 설이 있으며, 현(玄)은 현묘(玄妙)를 뜻하고 승(繩)은 준칙(準則)을 뜻한다는 설도 있다. 현승은 남조(南朝) 양(梁)나라 오균(吳均)의 〈등수양팔공산(登壽陽八公山)〉에 나오는 “요승으로 현묘함과 은미함을 묶고, 금검으로 기이한 편을 봉한다.[瑤繩盡玄秘, 金檢上奇篇.]”라고 한 구절에서 따온 듯하다. 이 시로 인해 후대에 요승이나 금검이 문고(文藁)에 대한 미칭(美稱)을 뜻하는 말이 되었는바, 현묘하고 아름답고 귀중한 글을 모아놓은 편을 말하는 듯하다.
[주] 취대(就大) : 구봉의 둘째 아들로 측실 소생이다. 자세한 이력은 미상이며, 그의 딸 성옥(成玉)이 허균(許筠)의 첩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