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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곤X운스이] 코스프레.

작성자올리|작성시간07.11.11|조회수247 목록 댓글 0

십여년전.

정과 사의 대전이 일어나.

천하가 혈겁에 휩싸이고,

멸망의 암운이 짙게 드리울때,

홀연히 백마를 타고 나타난 영웅 있어,

난세를 평정하고 마왕을 무릎꿇게 하니,

평화가 도래하도다.

적국을 평정한 용사는 자비를 베풀어 악마국을 존속케 하고, 화평의 증거로 마왕의
자식을 데려와 자신의 양자로 삼고 차별없이 키웠다. 그의 이름은 雲水.
지금은 자신조차 과거를 잊고, 청안의 선자로써 사람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으며 선도를
살고 있다. 하늘과 가장 가까운 신룡사에서...





카닥카닥. 산악용 철마가 신룡사 입구에 멈춰섰다. 거기서 내린 것은 정복이 아닌 실전용
위장복을 갖춘 한무리의 군인이었다. 미리 언질을 받았는지 누구도 그들의 발을 막아 서지 않는다.
심상치 않은 그들의 등장에 주변의 분위기가 금방이라도 끊어질듯 팽팽해졌다.

덜컹. 그들은 방장실 문지방을 넘을 때까지도 베레모를 벗지 않았다.

"이런, 이런, 이 적막한 산사에까지, 어찌 귀한 발걸음 하셨는가. 마르코 준장."

안에서부터 들려오는 고승의 소리에, 그제야 마르코는 머리에 두르고 있던 베레모를 벗어
가슴에 들었다.

"실례를..."

"허허, 마음에도 없는 소리 마시게나. 일단 앉으시게."

"아닙니다, 시안이 촉박한지라...
이대로 본론만 말하겠습니다. 신용사가 보호중인 17세 소년을 우리 군에 인도해 주십시오.
이름은 콘고 운스이. 설마 모른다고 하시진 않으시겠지요?"

센도다는 하얗게 센 수염을 쓰다듬었다.

"으흠, 물론 모르는 바는 아니외나...지금은 줄 수 없소이다."

"뭐...?!"

"이곳에 없기 때문이라네. 아랫마을 가축들에게 역병이 돌아 그것을 살피고 오라 명했소만.
아마, 지금쯤이면 무사히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일거요."

"이런 바보같은!!
그런 악마의 자식을 자유롭게 풀어놨다고? 가오우! 키사라기! 어서 마을로 연락을!"

마르코의 명이 떨어지기 무섭게 그의 뒤에 시립해 있던 심상치 않은 인상의 부관 둘이
대당을 뛰쳐나갔다. 서둘러 뒤따르려던 마르코에게 센도다가 의미심장한 말을 건냈다.

"운스이는 결코 흉폭한 아이가 아니라네. 난같이 조용한 아이지."

마르코의 입술이 비죽. 한쪽으로만 올라갔다.

"글쎄, 그건 당신이 나머지 한쪽을 못봐서 인것 같은데.
얌전한 난일지, 숨죽이고 있는 식충식물일지...그냥 두고봐선 모르는 일 아냐?
키사라기! 아직도 거기 있나? 어서 뛰어!"

"선재, 선재..."

무전기가 있는 차로 돌아간 마르코는 확 줄어보이는 인원에 키사라기를 다그쳤다.

"가오우, 어디갔어?"

"그게 저...직접 잡아온다고 뛰쳐나갔는데요. 아시다시피, 그 성질을 제가 어떻게 막습니까."

"후우..."

마르코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느 놈 하나 제대로 계획대로 되는 일이 없군."






군인들이 찾는 운스이는 센리와 함께 가축 전염병을 무사히 구제하고 샛길을 통해 절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아, 운스이. 이 앞에 쓰러진 나무가 있어."

"그래? 내려올땐 없었는데. 벼락이라도 떨어진 걸까?"

"글쎄...벼락을 맞을 만큼 큰 나무도 아닌것 같은데...그냥 넘어가자."

"응, 고마워. 센리."

"뭐, 이런 일 가지고 일일이......위험해!!"

쿠웅! 센리와 운스이가 피한 자리에 소운석이라도 떨어진듯 깊은 크레이터가 생겼다.
그 무시무시한 위력에 센리의 얼굴이 핼쓱해졌다.

"잉게 무슨 짓이야!"

센리가 운스이의 앞을 가로막으며 석장을 든다.
일단은 대항해볼 심산이지만, 상대가 나빴다. 반인반수의 거대한 몸집에 상의를 입고 있진
않지만, 아래는 정글무느의 바지와 목이 올라와 있는 검은 군화다.

군인을 상대로 해선 승산이 없다. 그런데도 센리는 물러날 수 없었다. 거대한 몸집의 군인이
내뿜고 있는 살기...이대로 등을 보인다면, 분명 물어뜯길 것이다. 센리의 등으로 식은 땀이
흘렀다.

"으릉..."

방금전 실패한 일격에 대한 경계 때문인지 정체불명의 군인도 금방 달려들지 않고, 경계했다.
그의 손에 들린 거대한 철퇴. 저런 것에 맞는다면 한방에 등뼈가 부러질 것이다. 대치가 길어지려
할때 군인의 엉덩이에 꽂혀 있던 통신기가 울렸다.

"아, 아, 가오우, 가오우 나와라, 오바. 대체 어딨는 거야?
스탠딩 플레이 하지 말라고 몇번이나 말했어? 아니면, 그렇고 그런 플레이가 하고 싶던거야?
진작 말하지 그랬어, 그렇다면 내가..."

와작! 심각한 수준의 음담패설이 전개되기 직전 통신기가 박살났다.
아직 산 정상에 머물러 있던 마르코는 폭발하듯 터져나온 노이즈에 얼른 통신기에서 귀를 땠다.
레이다를 주시하고 있던 키사라기가 한 점을 가리킨다.

"바로 근첩니다. 통신기의 도력장치가 파손되면서 방출된 에너지가 잡혔어요."

"예상대로군. 어서 가지."

한편 운스이 등은 충분히 썰렁해질 상황임에도 조금도 분위기가 나아지지 않고 있었다.
통신기를 손아귀 힘만으로 박살낸 가오우의 눈엔 핏발이 서있었다.

'나빠! 너무 나빠!!'

탐색에서 완전히 찢어죽여 버리겠다는 각오로 바뀐 것을 알아챈 센리가 마음 속으로 절규했다.

'어차피 틀린거라면...선수필승!'

"하압!!"

각오를 다진 센리가 10여장 거리의 간격을 단숨에 날아 석장을 휘둘렀다.

"아앗?"

그러나 가오우는 그 덩치에서 나오는 것이라곤 상상할 수 없는 빠르기로 센리를 지나쳐 곧장
뒤에 있는 운스이를 향해 철퇴를 휘둘렀다. 무방비 상태의 운스이가 피떡이 되는 장면이 센리의
머리속에 그려졌다.

"운스이!!"

카강!

"?!"

차마 끔찍한 모습을 보지 못하고 눈을 돌렸던 센리는 의외의 금속성에 고개를 들었다.
가느다랗고 화려하게 생긴 남자가 자신과 같이 얇은 연검 한자루로 간신히 가오우의 철퇴를
막아내고 있었다.

"키.사.라.기!!!"

가오우의 씹어먹을듯한 목소리에 "하하" 키사라기의 어색한 웃음소리가 흘렀다.

"이런, 이런, 늦지 않았군...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등뒤에서부터 들려온 목소리에 센리는 화들짝 놀라 뒤로 돌았다.

'도대체 언제? 전혀 기척을 느낄 수 없었는데!'

마르코는 놀라는 센리에게 슬쩍 손을 들어주고, 힘겹게 대치중인 키사라기에게 걸어갔다.

"흐잉! 그렇게 여유있게 오지 말라구요, 나 죽어, 죽어."

"엄살은...그쯤해둬, 가오우. 더 날뛰었다간 더 이상 나도 뒤를 봐줄 수 없다고."

"쳇!"

가오우가 있는 힘껏 키사라기를 밀쳐내고 마르코의 뒤로 돌아갔다.

"휴우.."

키사라기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연검을 갈무리 했다.

"자아...우리 서로 오해가 생긴듯 한데..."

마르코가 운스이와 센리를 번갈아 돌아보며 화해의 제스쳐를 취했다.

"너무 나쁘게 보지 말아줘. 우린 임무에 충실한 것 뿐이니까."

센리가 재빨리 운스이 곁으로 달려왔다.

"그 임무란게 대체 뭐야?"

"음..너무 그렇게 털 세우면 애기하기 곤란한데.
우린 자네 뒤의 운스이군에게 볼일이 있어서 말이지."

"운스이에게...?"

"그래, 마왕의 적자인 운스이군이 조금. 필요한 상황이랄까."

센리를 비롯한 신용사의 전원은 운스이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차별은 커녕
운스이를 동료로 인정해 존중해왔다. 그렇게 되기까진 운스이 스스로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한 노력이 바탕이 되왔다. 마기는 커녕, 성실하고 정직하게 살아온 운스이에게 다시
과거의 어둠이 드리워지지 않도록, 모두가 그렇게 빌었는데...센리는 석장을 다 잡았다.

"그런 이유로 운스이를 데리러 온거라면 절대 안돼!
운스이는 이미 과거의 모든 연을 끊었어!"

마르코가 곤란하다는 얼굴로 머리를 긁었다.

"꽤 평판이 좋다고 하더니...
믿지 않았지만, 사실이엇나 보군. 자, 그럼......군?"

"센리."

"센리군. 우리를 상대로 어쩔 셈이지?
여기 있는 키사라기 군만으로 자네를 쓰러트릴 수 있는데."

"윽! 그, 그래도...!"

센리가 자신의 약함을 통감할때, 운스이가 조용히 그의 어깨를 짚었다.

"이제, 됐어, 센리. 나 때문에 네가 희생할 이유는 없어."

"운스이..."

"제가 목적이라고 하셨징? 좋습니다.
따라가겠습니다. 그러니 센리를 비롯한 신룡사엔 해를 끼치지 말아 주십시오."

"안돼, 운스이!"

"쉿, 센리...어쩔 수 없다는거 알잖아."

마르코의 눈썹이 역팔자로 올라갔다.

"이거, 이거, 제대로 악당이 됐는데...
운스이군이 와주겠다면야, 우리도 신용사엔 볼일 없지."

"약속....한겁니다."

운스이가 마르코에게 한걸음. 내딛는 순간, 퍽!! 하늘에서 뭔가가 둘 사이로 떨어졌다.

"욱!"

떨어진게 뭔지 알아본 센리가 입을 막았다.
땅바닥에 널부러진 것은 참혹한 모양의 시체였다. 온몸이 피로 쩔어 있지만, 군복만은
분명히 알아볼 수 있었다. 당당하던 마르코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이런. 말도 안돼는...어떻게 벌써?"

퍼억! 키사라기의 연약한 몸이 단숨에 날아가 나무에 쳐박혔다. 그리고 어떻게 손써볼 틈도
없이 가오우의 무릎이 바닥에 닿았다.

"이따위 쓰레기들로, 날 막을 셈이었나? 꿈이 너무 컸군."

차가운 목소리에 마르코는 품속에 있는 도력총으로 가져가던 팔을 천천히 머리위로 올렸다.

"후...완패했군.
그렇게 당하고도 널 과소평가한 셈인가. 사과해야 겠는걸."

"인사는 내가 해야지. 네놈들이 열심히 달려준 덕분에 이렇게 일찍 찾았다.
쓰레기도 쓰레기 나름의 쓸모가 있군."

당에서 솟아오른듯, 갑자기 나타난 한 남자.
인위적인 금발에 차림새가 단정치 못한 남자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센리는 시체를
봤을때보다 더 놀라 손가락을 물었다.

"말......도 안돼."

센리에게 짧은 시선을 주었던 남자가 운스이를 향했다.

"여, 형님. 귀여운 동생과 상봉했는데 인사도 안해 주시나?"

"동...생?"

"그래, 동생.
태어나자마자 떨어졌으니 실제로 보는건 처음인가? 그래도 너무 반응이 썰렁하잖아.
난 좀 감동했는데. 내 심장까지 가지고 있으면서 너무하는거 아냐?"

운스이는 반사적으로 가슴께에 손을 올렸다.

"그래, 거기. 큰 상처가 있지? 나도야.
자칭 천인이란 것들이 우리의 심장을 바꿔 끼웠지. 어디에 있든 한쪽만 잡고 있으면 둘다
제거할 수 있도록. 하지만 놀랬어. 아무리 심장을 바꿔 달았다 해도, 이렇게......"

떠벌떠벌, 가볍게 애기하던 그가 갑자기 인상을 찌푸렸다.

"입구멍 막혔어? 뭐라도 말해보란 말이야!
내 찌끄레기 같은 네놈 때문에 난 내내 속터지는 천인들의 비위를 맞추며 살아왔어!
이 아곤이 말이야!!
네가 내 심장을 가져가는 바람에! 봐! 보라고! 이 허약하기 짝이 없는 심장을!!"

앙곤이 옷을 펼쳤다. 놀랍게도 가슴 한가운데의 피부가 투명하리만치 얇았다. 쿵쾅거리는
심장이 그대로 비쳐보였다.

"흥..하지만 이제 이것도 오늘로 끝이지. 내걸 다시 되찾을테니까.
....정말 말이 없군. 아니면...이 모습에 겁이나 쫄았나?"

참다 못한 센리가 소리질렀다.

"그만해! 그래봤자 소용없어!
운스이는...운스이의 눈은...앞을 볼 수 없어..."

"......뭐...?!"

충격받은듯 아곤의 동작이 멈췄다.
만나기만 하면 심장을 뽑아내 죽이리라 결심했던 형제인데...그가 장님이라는 사실에 왜 충격을
받는지는 자신도 알 수 없었다.

무거운 침묵 속에 탁...탁...운스이가 지팡이로 짚고 있던 석장 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렸다.
운스이는 바닥을 더듬어 아곤 앞에 정확히 섰다.

"내...동생?"

운스이의 손이 다가올때 아곤은 움찔 몸을 떨었지만, 피하진 않았다. 따뜻하고...나긋한 손가락이
천천히 얼굴을 더듬어갔다. 오랫동안 응어리졌던 마음이...그 손의 온기로 녹아갔다.

"아곤..."

운스이가 그의 이르을 불렀을때.
아곤은 비로소 세상에 태어난 느낌이었다.

"돌아가자, 운스이."

우리가 태어난 곳으로.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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