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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회상(3회)

작성자벌마로(인천)|작성시간22.11.15|조회수16 목록 댓글 0

  어설픈 고백

                                                                                                                                                         지은이:벌마로(김윤식)

인생은 새옹지마라고 했던가. 부부는 큰 시련을 이겨내고 무탈한 날들을 보내고

살림살이도 적당히 풍요로워질 무렵 영우의 남편이 사업을 시작했는데, 경험부족으로 실패하면서 경제적으로 커다란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그때는 영우가 남편의 곁을 끝까지 지키며 금전적 정신적 지주가 되어 주었고, 남편에게 큰 힘이 되어 주었다. 영우의 헌신적인 희생과 노력으로 남편이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고

재기할 수 있었으며 그런 역경과 시련을 함께 극복하고 희로애락의 세월을 거치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부부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었던 것이다.

 

그녀 부부는 평소에 소소한 대화를 많이 하는 편인데 요즘에 와서는 한가하게 보내는 시간이 부쩍 많아져서 지난날 추억을 나누는 횟수가 많아졌다.

그녀가 평온한 일상과 고요한 안정감이 반복되는 날들 속에서 작지만 소소한 행복을 느끼며 하루하루를 보내던 어느 따뜻한 봄날 남편과 함께 봄맞이 대청소를

하기로 했다. 집안 구석구석을 청소하고 정리하던 중, 남편이 집어든 책갈피에서

사진이 한 장 툭 떨어졌다. 사진 속에는 베롱나무를 배경으로 찍은 영우의 처녀

시절 앳땐 얼굴에 옆에는 한 남자가 다정하게 서있는 모습이 있었다. 남편이 의아한 표정으로 영우에게 사진을 보여주며 물었다.

“이거 당신 옛날 사진 같은데, 언제 찍은 사진이야. 옆에 남자는 누구고,,,?”

그녀는 순간 당황스러워 얼른 사진을 빼앗으며 별거 아니라고 얼버무렸다.

“무슨 사진인데 그렇게 놀래는 거야”

“아무것도 아니라니까,,,”

영우는 옛날 사진이 남아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않았다. 지나간 사진을 대부분

없앴다고 생각 했는데, 하필 자신도 잊고 있던 사진 한 장이 남편 눈에 띄는 바람에 몹시 난감했다. 남편은 더 이상 묻지 않았지만 의심스런 표정은 감추지 않았다. 그렇게 서먹한 분위기에서 청소를 마무리 했지만 두 사람 다 찜찜한 기분은 지울 수 없었다.

그런 일이 있은 후, 몇 일이 지나고 밤공기 시원한 저녁, 부부는 공원산책을 하기로 했다. 공원벤치에 앉아서 호수를 바라보던 남편이 지난번 사진 이야기를 꺼냈다.

“지난번 그 사진은 언제 찍은거야? 내가 처음 보는 사진이라서,,,”

남편은 영우의 앨범에서 못 보던 사진이 책갈피에서 나온 게 무척이나 궁금 했었나보다. 더구나 어떤 남자와 다정한 포즈의 영우 사진이,,, 사실 남편이 알고 있는 영우는 연애 경험이 단 한 번도 없었던 걸로 알고 있었다. 당연히 영우가 그렇게 말했기 때문에 남편도 그렇게 믿고 지금까지 살아왔다.

그녀는 남편이 너무나 궁금해 하고 있고, 그냥 묻어 버리려고 하면 할수록 남편의 궁금증은 더해갈 테고, 쓸데없는 상상만 할 것 같은 생각에 차라리 지난 일을

전부 말해 주는 게 편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40년이나 지난 일이고 60넘은 나이에 이제 와서 어쩌겠어’ 그녀는 과거 이야기를 10년쯤 전에 남편에게 어렴풋이 꺼낸 적이 있었다. 물론 여고시절 풋사랑 이야기만 했으니 남편이 듣기에 오히려 재미난 이야기 꺼리로 받아 들였겠지만,,, 사실 그녀는 결혼 후에 진짜 외도를 한 적이 있었다. (그 일은 지금도 그녀가 후회하는 사건이지만,..) 결혼 후에 벌어진 일은 갈등이 있었지만 그녀 부부는 서로를 믿고 존중하는 마음과 가정의 소중함을 기본으로 여기며 대화를 통해 슬기롭게 극복하며 지나 왔었다. 그때도 남편은 그녀를 존중해 주고 변함없이 사랑하고 오히려 그녀가 마음 상해할까 봐 조심스러워했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깊게 고민하지 않고 말해 주기로 마음먹었다.

“그래 내 모든 것 다 말 할게, 그 대신 차분하게 들어 줬으면 좋겠어”

그녀가 이렇게 말을 한 것은 지난 날 말 못할 가슴 아픈 사연까지도 염두에 두고

한 말이다.

그녀는 지난 40년간 남편에게 말 못 하고 숨겨온 과거가 많았다. 숨겼다는 표현보다 굳이 모든 얘기를 남편한테 다 말할 이유도 없었다.

그녀는 40년의 세월을 가슴에 묻고 살아온 지난날의 사연을 언젠가는 남편에게

모두 꺼내놓고 홀가분하게 남은 인생을 남편과 함께 오손도손 살수 있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을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단지 말할 기회가 없었을 뿐,,,

그녀는 차분하게 자신의 지난 이야기를 남편에게 들려 줬다.

그녀의 이야기를 모두 듣고 난 남편은 진짜 충격이 큰 듯한 표정이 역력했다. 하지만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일이 커질까 봐 걱정도 되면서 크게 확대 되지만 않기를 마음속으로 바랬다. 그러면서 남편의 반응을 보기로 했다.

그 이후에도 그녀 부부는 변함없이 단조롭고 평온한 일상이 반복되고 있었다.

그녀의 남편이 직장에 출근을 하고 나면 그녀는 혼자 있는 시간 동안 집안정리를

하고 남는 시간 책을 보거나 운동으로 하루를 보낸다. 저녁 무렵 부부는 테라스에 앉아서 석양을 바라보며 차를 마시거나 함께 살아오며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하면서 여유로운 시간을 갖는데 어느 때는 깔깔대며 웃고 어떤 때는 심각하게 고민하고 서로 염려해 주고 격려해 주는 다정한 중년부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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