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이편(紀異篇) ㉑ 바닷속에서 나온 나한상

작성자진성|작성시간26.06.18|조회수24 목록 댓글 0
㉑ 바닷속에서 나온 나한상
 
 『오늘은 날씨가 이렇게 화창한 걸 보니 고기가 많이 잡힐 것 같군. 자네는 기분이 어떤가? 』
 『글쎄, 나도 오늘은 꼭 좋은 일이 있을 것만 같으이. 』
   신라 진덕여왕 3년(649) 4월. 강화 보문사 아랫마을 매음리 어부들은 새봄을 맞아 출어 준비를 하며 만선의 기대감에 가슴을 설레었다.
   준비를 마친 어부들은 풍어를 기원하면서 앞바다로 나갔다. 4월의 미풍은 바다 내음을 싣고 와 피부를 간지뤘고, 고기잡이에 알맞게 출렁이는 물결은 봄 햇살 때문인지 여느 때보다 더욱 풋풋하고 싱그러워 보였다. 그물만 넣으면 금방이라도 고기들이 가득 담겨 올라올 것만 같았다.
   어부들은 콧노래를 부르며 큰 그물을 바닷속에 던졌다.
   얼마나 지났을까, 어부들이 그물을 올리려고 보니 바다는 숨을 쉬지 않는 듯 고요했다.
 『여보게, 우리가 그물을 올리려고 하니 어쩜 바람 한 점 일지 않네그려.』
 『그도 그렇지만 대단히 큰 고기가 들은 모양일세.』
 『그러니까 그물이 이렇게 묵직하지.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무거울 수가 있겠나. 자 어서들 힘을 모아 끌어 올립시다. 』
   어부들은 난생처음 보는 대어가 올라 올 것을 기대하면서 그물을 끌어 올렸다.
   그물이 서서히 물 위로 오르자 갑판에는 순간 긴장의 빛이 감도는 듯했다. 무게로 봐서 대단히 큰 고기일 거라고 생각한 어부들은 가슴이 조마조마함을 금치 못했다.
   그러나 이게 웬일인가. 막상 그물을 올려놓고 보니 펄떡펄떡 뛰는 고기는 한 마리도 없었다. 그물 속에는 고기 대신 인형 모양의 돌덩이 22개가 들어 있었다. 큰 기대가 실망으로 바뀐 어부들은 돌덩이들을 즉시 바닷속에 쏟아버리고 새로 그물을 쳤다.
 『날씨가 너무 좋아 일진이 좋으려나 했더니 돌덩이라니, 오늘 점 잘못 친 거 아닌지 모르겠군.』
   구렛나루가 많은 털보 김 씨가 바다를 향해⌜퇴퇴퇴⌟침을 3번 뱉으면서 혼자 중얼거렸다. 이상스럽게도 바다는 다시 잠잠했고 그물은 앞서와 다름없이 굉장히 무거웠다.

 『혹시 또 돌덩이가 걸린건 아닐까?』
 『아무튼 끌어 올려나 보세.』
   어부들은 다시 있는 힘을 다해 그물을 올렸다. 역시 또 22개의 돌덩이가 담겨 올라왔다. 어부들은 다시 인형처럼 생긴 돌덩이를 바닷속에 버리고는 그만 뱃머리를 뭍으로 돌렸다.
 『아무래도 무슨 조짐인 것 같군. 돌덩이가 그것도 22개씩 똑같이 2번이나 걸리다니. 오늘은 해도 기울고 했으니 그만 돌아갑시다.』
   어부중 제일 나이가 지긋한 박씨의 의견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빈손으로 돌아온 어부들은 그날 밤 아주 이상한 꿈을 꾸었다.
   하얀 수염의 노스님이 나타나 하는 말이,
 『그대들은 어찌하여 귀중한 것을 두 번씩이나 바다에 던졌느냐.』
   고 책망했다.
   그리고는,
 『내일 다시 그물을 치면 그 돌덩이들이 또 올라 올 테니, 그 들을 명산에 잘 봉안하라. 그러면 길한 일이 거듭될 것이니라.』
   이튿날 꿈 이야기를 주고받은 어부들은 모두 똑같은 꿈을 꾸었음을 예사롭지 않게 생각, 어제 그 장소로 다시 나갔다.
   돌 인형은 어제와 다름없이 그물에 걸려 올라왔다.
   어부들은 노인이 일러준 대로 그 돌들을 신령스런 산에 봉안하기 위해 정성껏 마을로 모셔 왔다.
 『우리 마을에선 보문사가 있는 낙가산이 제일 명산이니 그곳으로 모시고 가서 적당한 자리를 찾아봅시다.』
   낙가산으로 돌덩이를 옮기던 어부들은 보문사 앞 석굴 부근에서 잠시 쉬고 다시 일어서려는데 갑자기 돌은 더 무거워진 듯 꼼짝도 안 했다.
 『예가 바로 영장인가 보오. 이곳 굴속이 비었으니 여기 모시도록 합시다.』
   그렇게 해서 22분의 인형 돌덩이를 굴속에 봉안하니 이들이 바로 오늘까지 현존하는 보문사 굴 법당 3 존과 18 나한, 그리고 나반존자이다. 그 후 뱃사공들은 모두 거부가 되었다. 한다.
   회정대사가 금강산에서 내려와 이곳에 관음 도량을 개창하고 산 이름을 낙가, 절 이름을 보문사라 칭한 지 14년 만에 일어난 일이다.
   그 후 이 석굴 법당은 많은 신통스런 영험이 일었다. 하여 일명 신통 굴이라고도 불리었다.
   보문사 법당에는 옥 등잔이 있었다.
   참기름을 준비한 사미스님이 옥 등잔을 갖고 굴 법당으로 갔다.

   등잔에 기름을 부어 불을 당겨 올려놓다가 그만 잘못하여 등잔을 깨뜨렸다.
   놀란 사미승은 겁이 나서 방에 들어가 울고 있었다.
   대중 스님들이 연유를 묻자 사중 보물인 옥 등을 깨뜨렸다고 하니 대중 스님들은 굴 법당으로 갔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깨졌다던 옥 등에는 불이 켜져 있었고, 옥 등은 상처 하나 없이 멀쩡했다.
   어느 날 보문사에 도둑이 들어 향로, 다기, 촛대 등 유기그릇 일체를 훔쳐 달아났다. 무거운 유기그릇을 한 짐 지고 끙끙거리면서 밤새 도망친 도둑은
 『이제 아무리 못 와도 70~80리는 왔을 테니 좀 쉬어 가도 잡히지 않겠지.』
   하고 짐을 내려놓고 조금 쉬려니 바로 발아래서 새벽 범종 소리가 울렸다.

 『밤길이 어두워 내가 겨우 도망친다는 게 또 다른 절로 온 게 아닌가.』
   겁이 덜컥 난 도둑은 얼른 일어나 다시 도망치려고 짐을 지려는데 뒤에서 누가 목덜미를 탁 잡는 것이 아닌가.
 『아이 구 스님, 잘못했습니다. 밤새 걸었는데 보문사 경내를 벗어나지 못했으니 도무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새벽에 도량석을 돌려고 나왔던 스님에게 잡힌 도둑은 그 후 착한 불제자가 되었다. 한다.
   3개의 홍예문을 지닌 이 천연동굴 법당은 지방문화재 57호 석실 면적 3백 20㎡에 높이 8척 규모. 내부에는 반월형 좌대를 마련하고 탱주를 설치, 그 사이엔 21개 감실에 높이 30㎝ 정도의 나한님과 석불을 모셨다.
 
【한국사찰전서(韓國寺刹全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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