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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일본 핵폐수 방출의 근본문제(서균렬 서울대 명예교수, 원자핵공학)

작성자이승은간사|작성시간23.12.14|조회수264 목록 댓글 0

일본 핵폐수 방출의 근본문제

2023년 12월 11일

서균렬 서울대 명예교수, 원자핵공학

미중러영프의 핵무기와 핵오염이 말해주는 것

https://www.youtube.com/watch?v=i5XDEVIeKuE
(본 칼럼은 위 링크에서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핵군축을 대신하는 핵전력의 현대화 추세

역사적으로 세계의 핵무기 수는 냉전을 거치며 양적으로 상당히 줄어들었다. 1986년 7만 300기에 달했던 것이, 2023년에는 1만 2512기로 감소했다. 이중 미국의 핵탄두는 3709기. 종종 이러한 성과를 군비 통제 협정의 결과로 치부하기도 하지만 숫자만으로 비교하는 건 겉만 보고 속을 놓치는 것이다. 오늘날 핵무기 위력은 옛날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다.

문제는 당장 운용 가능한 핵무기 보유량이 다시 늘고 있다는 것이다. 핵보유국들은 핵군축보다는 확충에 다시 눈을 돌리고 있다. 이는 핵비확산조약의 목표와 정신에 어긋나는 것이다. 특히 미국, 중국, 러시아는 자국 핵전력을 눈에 띄게 현대화, 최신화하고 있다. 중국이 현재 속도로 핵무기를 계속 확대한다면 2030년대 중반까지 실전 배치된 핵탄두에서 미국과 동등한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설상가상으로 러시아가 여전히 세계 최대 핵보유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최근 안토니우 구테헤스 유엔 사무총장은, 평화적 목적과 군사적 목적을 막론하고 실험을 금지하는 국제조약을 주요국이 비준해 줄 것을 다시 한번 호소했다.

2023년 세계 핵탄두 재고량 @미국과학자연맹



미중러에서 관찰되는 핵실험장 확장

지난해 러시아 군대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무렵에도 북극해 군도의 노바야 젬랴에서는 러시아 핵실험장을 확장하는 모습이 목격되었다. 인구가 희박한 중국 서부 두 사막 사이에 있는 말라버린 염호 롭 노어에 있는 중국 핵실험장에서도 활동이 증가한 것이 감지되었다. 지하갱도가 굴착되고, 도로가 신설되었다. 건설 흙더미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어 다섯째 갱도가 확장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21년과 2022년에 저장공간이 신설됐는데, 폭약공장으로 활용될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은 1992년에 최종 지하 핵실험 후에도 경쟁국 중 하나가 먼저 움직이면 대응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네바다주 핵실험장 상공에서 촬영한 상업용 위성사진은 2018년에서 2023년 사이에 지하시설이 크게 확장되었음을 보여준다. 이는 미국이 핵실험을 준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러시아와 중국의 우려를 증폭시킬 수 있다.

최신형 핵무기들은 핵실험을 필요로 한다. 핵실험은 엄청난 핵오염을 부른다. 미국은 1945~1992년 1032번, 소련은 1949~1990년 715번, 중국은 1964~1996년 45번 실시했다. 세상은 바야흐로 냉전 시대 악령이 다시 깨어나는 불길한 미래에 직면해 있는지도 모른다.

미국과 러시아의 핵무기 보유 변천과정(이병철, ‘핵무기금지조약(TPNW)과 세계 핵비확산체제에 대한 소고(小考)’(2021)로부터 재인용).

 

러시아 노바야 젬랴(Novaya Zemlya) 핵실험장 신축공사 @Middlebury Institute of International Studies


 

미국네바다주 국가안보 현장의 지하 아임계 핵실험시설 확장@Middlebury Institute of International Studies



중국 롭 노어(Lop Nor) 핵실험장 신축공사@Middlebury Institute of International Studies


미국의 핸포드 핵오염: 해법이 없는 냉전의 독배

미국 워싱턴주 중남부에 있는 약 1500㎢(4억 8100만 평, 서울의 2.5배) 관목 초원 사막인 핸포드는 세계 무기고 중 가장 크고 오염된 곳이다. 핸포드공단은 1945년 플루토늄 생산이 진행중이던 맨해튼 사업의 일환으로 워싱턴 주에 설립되었다. 1950년부터 1990년까지 미국 에너지부는 핵폭탄을 하루에 4기씩 만들었는데, 안전설비가 거의 없이 성급하게 건설된 공장에서 대량의 핵폐기물을 남겼다.

그 근처의 도시, 농장, 부족, 야생의 중요한 생명선인 콜롬비아 강은 치명적인 방사능으로 오염될 위험에 놓였다. 불과 10km 떨어진 콜롬비아 강 쪽으로 핵폐수를 쏟아내는 지하용기 제염은 지금까지 직면했던 가장 복잡한 폐로 문제 중 하나였다. 기술자들은 수년 전에 침전물을 퍼내어 유리용기에 봉인하고 네바다 사막의 깊은 산속에 묻기 위한 정교한 계획으로 이 문제를 풀었다고 판단했지만 심각한 문제가 불거져 나왔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7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핸포드의 단지 내 대형 구조물들은 핵시대의 치명적 유산으로 그 자리에 서 있다. 미국 정부는 아직까지도 지하용기에 가둬둔 대량의 핵폐기물 영구 처분 방식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핸포드의 정화작업은 이제 변곡점에 있다. 지하용기 폐기물 처리비용만해도 5280억 달러로 사업을 완료하는 데 100년 넘게 걸릴 수도 있다.

핸포드 핵오염 사례를 비추어보건대 러시아도 핵탄두 숫자만큼이나 핵오염이 심각할 것이다. 핵탄두 증강을 획책하는 중국도 마찬가지의 길을 갈 것이다. 다만 러시아와 중국은 내륙의 특정지역에 머무는 데 비해 미국은 네바다 사막이 있긴 하지만 상당량은 콜롬비아 강을 통해 태평양으로 핵폐수가 흘러든다. ‘네바다 사막’과 같은 곳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일본은 바다뿐이다.

핸포드 재처리현장개략도@PhotoQuest, via Getty Images




일본 핵기지국가 시나리오는 국제법 위반

핵무기를 불법화하는 유엔의 최근 다자간 조약(TPNW)은 52개국이 비준하면서 2021년 1월부터 효력을 갖는 국제법이 됐다. 그러나 전후 핵 비확산을 중심으로 틈새 시장의 명성을 쌓아온 일본이 눈에 보이지 않았다. 일본이 핵무기 금지 조약을 비준하지 못한 것은 많은 군축 단체와 원폭 생존자들로부터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원래 일본은 1976년 핵비확산조약에 가입한 이후 핵 없는 세상을 위한 국제 협력의 중요성을 적극적으로 홍보한 공로를 인정받아 왔다. 2013년 핵군축에 관한 유엔 총회에서 아베 신조 당시 총리는 핵무기 폐기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 국민의 변함없는 염원”이었다고 선전했다. 그들은 이런 결정이 일본정부의 오랜 반핵 입장을 훼손한다고 말했다.

여론과 정부의 공식 입장의 격차가 커지자 한 원폭피해단체는 1300만 명이 넘는 서명을 모은 유엔 조약 가입을 찬성하는 청원을 시작했다. 한편, 2019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는 일본 국민의 75%가 금지조약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엔은 세계 핵군축이 최우선 과제라고 하지만 핵 없는 세상은 여전히 요원한 희망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이웃 국가인 북한, 중국 그리고 잠재적으로 러시아와의 갈등이 고조될 가능성에 맞서 싸워야 하며, 일본의 방어는 미일 안보동맹을 통한 확장된 핵억지력에 달려있다. 일본의 핵기지국가 시나리오는 TPNW라는 지구촌의 약속을 위반하는 것이다. 미국은 배후의 공범이다. 오랫동안 유지되어온 핵우산정책은 폐기되는 것인가?

2020년에 일본 원자력 규제 당국은 롯카쇼 재처리 공장이 새로운 안전 규정을 충족하여 가동을 위한 중요한 요건을 충족했다고 발표했다. 일본 정부는 오랫동안 이 시설이 자국의 원자력 정책에 매우 중요한 시설이라고 선전해왔지만, 건설은 30년 전 시작된 이후 난항을 거듭해왔다. 그리고 현재 이 시설에서 추출할 플루토늄에 대한 수요가 낮아지면서 일부에서는 이 사업을 지속할 필요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아오모리현 롯카쇼 촌에 있는 공장 건설은 1993년에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1997년에 완공될 예정이었지만 일련의 기술적 문제로 인해 계속해서 기한이 미뤄져 왔다. 2006년부터 시범운영이 시작되었지만, 일련의 기술적 문제로 중단됐다. 그리고 나서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정부가 시행한 더욱 엄격한 안전요건을 재처리공장이 충족할 수 있도록 건설을 변경해야 했다. 2014년 롯카쇼 핵시설의 운영자인 일본원자력연료주식회사(JNFL)는 원자력 규제청에 안전심사를 신청했고, 해당 시설이 새로운 기준을 충족하는 것으로 판단됐다.

일본정부는 내년에 더 나빠지지 않는다는 전제아래 롯카쇼는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하고 재사용 가능한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것을 희망하고 있다. 그리고 나서 플루토늄은 우라늄과 혼합되어 혼합산화물(MOX)이라고 알려진 연료를 생산하여 일본 전역의 원전에 공급하는데 사용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그럼으로써 기존 원전들의 저장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사용후핵연료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만약 연료를 재처리하지 않으면, 이들 원전은 저장 한계에 도달하여 운영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아슬아슬한 가정법의 연속이다. 이런 희망을 담보로 후쿠시마 핵폐수의 선험적 투기를 자행하고 있는 것이다.

롯카쇼 재처리 공장@NHK World-Japan




그러나 공장 가동이 가까워졌음에도 불구하고 재처리된 플루토늄에 대한 수요가 낮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러한 시설의 필요성에 대한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자국내에서 MOX 연료로 가동되도록 승인된 원자로는 4기뿐이다. 그리고 MOX를 사용하려면 지방 정부의 동의가 필요하고 규제 기관이 후쿠시마 재해 이후 원전 가동을 재개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까운 미래에 이 수요가 증가할 가능성은 낮다.

일본은 이미 1만기 이상의 원자탄 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양으로 추정되는 46톤의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다. 롯카쇼는 매년 8톤의 플루토늄을 추가로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될 것이다.

비현실적인 2024년 롯카쇼 가동

롯카쇼는 현재 2024년 초까지 완공될 예정이며, 이때 설비는 최종 선별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규제 당국은 공장의 현재 상태를 고려할 때 이 일정이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설상가상으로 아직 공장이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주변 지역은 오염되어가고 있다. 공장 관계자들도 이 사실을 알고 있다. JNFL(롯카쇼무라의 핵연료회사)은 플루토늄 주기를 달성하기 위해 운영 중 원전 1기가 1년간 생성하는 양만큼의 방사성 물질을 하루에 배출할 것이라는 점을 인정한다.

그러나 핵폐기물을 가두는 대신, 공장은 150m 높이의 굴뚝에서 대부분을 아오모리현의 농촌지역을 통해 내륙으로 이동하는 야마세 해풍으로 직접 방출할 것이다. 나머지는 3km 길이의 배관을 통해 해양으로, 해안으로 향하는 해류 경로로 방출될 것이다.

롯카쇼의 방출량 추정치는 방출된 물질이 고르게 희석되어 어디에도 축적되지 않을 것이라고 가정하고 있지만 이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크게 잘못된 가정임이 밝혀졌다. 오염은 다양한 방식으로 집중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영국 셀라필드 재처리시설 주변 해산물은 오염이 연간 방출량보다는 누적된 총 방출량에 비례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것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상황이 더 악화되고, 수명이 긴 오염원의 경우 더욱 악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탄소-14, 삼중수소 및 크립톤-85는 공장의 공기 굴뚝을 통해 배출되는 세 가지 주요 배출물이다. 요오드-131도 상당한 양으로 방출된다. 현재 삼중수소와 탄소-14를 포집하는 기술이 존재하지만 롯카쇼를 포함한 어떤 재처리 공장에서도 사용되지 않는다. JNFL은 160억 달러 또는 1억 달러를 들여 크립톤-85를 포획하는 방법을 찾으려 시도했지만 결국 모두 방출하기로 결정했다. 크립톤-85 방출로 인해 연간 130명의 암 사망자가 발생한다. 롯카쇼의 오염 범위는 의심할 여지 없이 일본을 훨씬 넘어서기 때문에 그 숫자는 세계적이다.

세계는 이미 일본 동쪽 바닷가의 방사능 오염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이것은 태평양 건너 멀리 미국까지 어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이 오염은 후쿠시마와 인근 현들의 어업에 심각한 피해를 입혔을 뿐만 아니라 태평양의 해산물에 대한 대중의 인식에도 상당히 영향을 미쳤다.

후쿠시마에 대한 면밀한 관찰은 일부 태평양 해산물에서 여전히 발견되고 있는 태평양 원폭 실험의 오랜 여파도 세계에 상기시켰다. 롯카쇼는 이미 대중의 불신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후쿠시마 북쪽 수산업의 명성을 더욱 훼손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해양 생물에게 해를 입힐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서 식용으로 적합하지 않다.

미국의 오판: 허용될 수 없는 일본의 핵오염

JNFL은 현재보다 더 많은 양의 오염물질이 대기와 바다에 방출될 것이라고 인정했다. 만약 롯카쇼가 완전 가동될 경우 장기적으로 방출될 핵폐수량은 엄청날 것이다. 영국의 셀라필드와 프랑스의 라아그는 우리에게 어떻게 재처리시설이 대형 핵재앙과 똑같이 대량의 오염물질을 방출할 수 있는지 그 이상의 교훈을 주었다.

환경을 오염시키는 롯카쇼의 영향력은 후쿠시마 재해로 인해 이미 발생하고 있는 피해를 더욱 가중시킬 뿐이다. 후쿠시마 재앙에 의해 명백하게 밝혀진 것처럼, 오염은 사라지지 않으며 무시할 수 있는 수준으로 희석되지도 않는다. 그것은 일본 해안을 거쳐 태평양을 건너 먹이사슬로 유입된다.

경제적 결과는 부정적이며, 소비자에게 실질적인 이득이 없는 전기요금 인상을 초래한다. 롯카쇼의 존재는 일본의 핵폐기물 이중고를 부각시켰다. 일본 원자로에서 연료의 일부를 재사용하거나 해외에 판매하더라도 여전히 이 모든 핵폐기물을 처리할 장소는 없다. 일본은 깊은 지하 처분장을 짓기 위한 장소가 딱히 없어 모든 핵폐기물을 처리하기 위한 실제 계획이 없는 것이다.

요약하자면, 롯카쇼 공장 건설은 수 차례 지연되었고, 완공 날짜도 여러 번 연기되었다. 이러한 지연은 몬주의 실패한 고속증식로 폐쇄와 결합되어 재처리의 필요성을 대폭 감소시켰다. 마지막으로, 확실히 중요한 안전 및 보안 문제가 남아 있다. 롯카쇼는 동아시아 역내 핵불씨에 휘발유를 뿌릴 수도 있다.

역사는 반복되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롯카쇼는 실질적인 해결책을 거부하는 치명적인 유산인 핸포드를 결코 복제해선 안 될 것이다. 플루토늄 다원주의는 반드시 중단되어야 한다. 세계는 물론이고, 한국도 일본이 태평양과 동해를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오염시키는 대가를 치르면서 동북아의 핵기지국이 되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출처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https://www.mindle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6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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