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롭고 괴롭고 즐겁고
- 손유미
개가 묶여 땅굴을 판다 제 주인도 거뜬히
묻을 만큼 판다 그러나 개는 아무도 묻지
않는다
외롭고 괴롭고 즐겁고
팔십 년을 살아남은 사람의 눈동자로 세
상을 보고 싶었다 이 침침함이 다가 아니
란 듯이 보고 싶었어
나를 가장 괴롭게 하는 것, 이 살아있다
는 거추장스러움
한때 나는 갓난아기의 위장만큼 유망했
다 그러나 지금은 마른 똥처럼 힘없다
개가 제 집에 땅굴을 파면 초상이 난다지
나의 조모는 그 말을 들은 후 수십 년 동안
생각했다 집안의 몇몇 식구가 죽어 나갈
때마다 생각하고 또 생각했어 그때 그 말
을 지껄인 이웃의 입을 찢지 못한 순간을
사는 건 순식간인가요 정말로?
오늘 나를 괴롭히는 것, 이 살아있다는
지루함
팔십하고도 몇 년을 더 살아남은 나의
조모는 이제 무엇을 보고 무엇을 보지
못하나 저 딱딱한 눈알맹이를 가지고
밟히지 않은 땅처럼 부드럽게 굴어야
했는데.....
사는 건 외로운가 즐거운가 괴로운가
정말 그러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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