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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는 방

외롭고 괴롭고 즐겁고 / 손유미

작성자주선화|작성시간26.06.07|조회수27 목록 댓글 0

외롭고 괴롭고 즐겁고

 

- 손유미

 

 

  개가 묶여 땅굴을 판다 제 주인도 거뜬히

묻을 만큼 판다 그러나 개는 아무도 묻지

않는다

 

  외롭고 괴롭고 즐겁고

 

  팔십 년을 살아남은 사람의 눈동자로 세

상을 보고 싶었다 이 침침함이 다가 아니

란 듯이 보고 싶었어

 

  나를 가장 괴롭게 하는 것, 이 살아있다

는 거추장스러움

 

  한때 나는 갓난아기의 위장만큼 유망했

다 그러나 지금은 마른 똥처럼 힘없다

 

  개가 제 집에 땅굴을 파면 초상이 난다지

나의 조모는 그 말을 들은 후 수십 년 동안

생각했다 집안의 몇몇 식구가 죽어 나갈

때마다 생각하고 또 생각했어 그때 그 말

을 지껄인 이웃의 입을 찢지 못한 순간을

 

  사는 건 순식간인가요 정말로?

 

  오늘 나를 괴롭히는 것, 이 살아있다는

지루함

 

  팔십하고도 몇 년을 더 살아남은 나의

조모는 이제 무엇을 보고 무엇을 보지

못하나 저 딱딱한 눈알맹이를 가지고

 

  밟히지 않은 땅처럼 부드럽게 굴어야

했는데.....

 

  사는 건 외로운가 즐거운가 괴로운가

정말 그러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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