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을 쓰고 산책 갑니다
지연
산 하나를 썼다 접는 것 같습니다. 어릴 때 문을 열면 산이 있었어요. 지붕도 산과 다르지 않아 산속에서 살다 산으로 간다고 생각했어요. 도시로 오니 우산 속에서 살다 가는 것 같습니다. 떠도는 산들, 쉽게 펴기도 하고 접기도 합니다. 늙은 가수가 목소리를 잃고 부르는 노래 같아요. 탁음을 받드는 손짓 안으로 한 음씩 마음을 보여줄까요? 보여줘도 되겠습니까? 의심하며 피는 가화(假花). 마음 접는 살들. 아이들이 장화를 신고 뜁니다. 뛰어도 앞이 보이지 않을 때 나도 우산을 접을까요? 손잡이를 벽에 기대놓고 물음표를 내려놓을까요. 나는 이제껏 손잡이로 무엇을 들어 올리려 했을까요. 도시는 어두워질 줄 모르고 산은 어둠을 두려워하지 않아요. 나는 한때 흑염소를 키웠는데 숨을 짱짱하게 펴는 게 이제 어렵습니다. 건널목을 건넙니다. 서로의 산을 알지 못해 어쩌면 알 것도 같은 비슷한 생김으로 사람들이 스칩니다. 우산이거나 산이거나 신을 모신 여러 하늘이거나 비에 젖어갑니다.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