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눈(외 1편)
- 김륭
먼발치에서
날 지켜보던 당신이 울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땅만 쳐다보고 걷고 있는데
그림자가 숨을 내려놓듯
가만히 속삭였다.
노래할까요?
수국
어떤 밤엔
밤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슬픔도 배고플 일이 있나, 하는 생각이
창을 열고 나가고요.
아버지는 죽어만 있고, 눈 깜박일 때마다
흰 밤이 내려온다는 듯 얼굴이 깨매진 그녀는
몇 년째 다시 태어나는 중이고요.
나는 자꾸 하얘지고요.
몸보다 마음이 먼저 죽어 영원이라는 말이
생겼겠다고, 나는 그녀가 싸르락 싸르락 쌀 씻어 안치던
엄마가 될 때까지 악을 쓰며
걸어갔고요.
눈처럼 하얀 강보에 싸였던 날 만나러 가는 길엔
달이 종이배처럼 흔들리기도 하고요. 자꾸 구부러지는
바람이 별똥별 두어 개 주워
닦아주기도 하고요.
아버지만 그랬으면 좋았을 텐데 나까지 팍팍
속을 썩히는 바람에 앙상해진 그녀는 또 살을 짓고
나는 얼굴이 더 식기 전에 웃음을
구하러 가고요.
엄마, 저기 좀 봐. 수국이 밥 먹으러 왔네.
더 이상 마주 앉아 밥 먹을 수 없는
저녁, 여우비 지나간 그림자 끝에서 도르르 울음이
베개처럼 부풀어 오르고요.
흰밥 같은 밤은 눈을 감아야 보일 거예요.
살아갈수록 어두워지는 몸에
죽은 마음이 빛을 꿰매는
밤이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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