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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는 방

하지 / 이수명

작성자주선화|작성시간26.06.15|조회수22 목록 댓글 0

하지

 

- 이수명

 

 

  오늘이 하지라고 한다. 하지를 잘 보아야 한다. 나는

하지를 보러 창을 열었는데 늦은 오후 검은 새 한 마

리가 공중을 가로지른다. 하늘을 스치는 것 같은, 검

은 새가 하지인가 보다.

 

  드립 커피에 끓는 물을 붓는다. 검은 물이 고인다. 물

을 붓고 고이는 물을 마시고 다시 붓고 마시고 커피가

끝없이 이어지는 찻잔이 빙빙 돈다. 찻잔이 내 귀를 스

치는 것만 같다. 며칠 전 의사는 내게 물어보았다. 어

지러울 때 주변이 돕니까 자신이 돕니까

 

  실내는 힘이 세다. 슬리퍼를 던지면 슬리퍼는 어디

에든 부딪쳐 나가떨어진다. 나는 그래서 실내를 붙

잡고 서 있는다. 아무 가구나 붙잡으면 된다. 서로 맞

물리지 않는 가구들이 도열되어 있는 실내에서 나는

어지러움을 멈춘다.

 

  하지에는 밭에서 사람이 쓰러지기도 한다. 쓰러진

사람은 하지를 알까. 그가 땅에 부딪힌 순간 여름의

가장 긴 빛이 꺼진다. 꺼지는 빛이 하지인가 보다.

빛이 다시 켜지면 나는 그가 뽑다 만 풀을 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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