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65세.
요즘 65세면 젊은 세대다.
코가 오똑해 반듯한 외모인듯 싶어도
저런 코는 외롭다. 즉, 여자는 남편복이 없다.
허리를 똑바로 가누지 못하고 눈빛에도 힘이 없고 말도 횡설수설이니
이미 양기와 음액이 모두 소진되었다는 단서
무슨 말을 하다가 수시로 눈물을 흘리니 폐도 좋지 않고 간도 좋지 않고
심장도 좋지 않다.
그녀의 사주는 물어보지 않아도 뻔하다.
金水가 강하고 불이 필요한 조후 사주
40대 중반까지는 20년간 불이 왔으나
50대 중반무렵에 대운이 金水로 흘러버리니 2년 뒤에 남편이 갑자기 세상을 떠난다.
그때 만약 나를 만났으면 나는
당신은 20년 대운에 벌었던 것을 남편이 떠나는 시점부터 절약하고 겸손하며
그렇게 세상을 조심스럽게 정리하며 살아야 한다, 라고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불안하여 뭔가 벌어야 했고
때마침 그런 사람이 나타나 그녀의 팔자에 절대 해서는 안되는 동업을 했고
결과는 파산.
딸 둘은 멀리 살고
갑상선에 혹이 세개나 있고 고지혈증, 간경화, 등등등
지금 죽으나 10년 뒤에 죽으나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그래도 살아야 합니다.
지금 아프고 귀찮다고 스스로 목숨을 버리면
깨끗하게 정리가 된다고 생각되겠지만,
죽고 나서 태어난 다음의 생은
지금 끝낸 바로 그 시점에서 새로 시작합니다.
그러니, 지금 받아들이고,
지금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아직 2,30년 남은 인생입니다.
제가 늘 하는 얘기지만,
사실 돈이라는 것은 크게 필요가 없습니다.
아무리 돈이 많은 사람도 하루에 여섯끼니 이상을 먹기가 힘들어요.
아무리 돈이 없어도 하루 세끼는 챙겨 먹잖아요.
두 끼를 먹는다고 하더라도 돈 많은 사람과 돈 없는 나와의 차이는 많아도 네 끼 밖에 안되요.
나머지는 모두 있으나 마나한 것들이죠.
입는 것, 잠자는 것, 쓰는 것, 등등
그런데 사람들은 돈이 없다고 절망하죠.
비교하기 때문에 그래요.
사실은 돈 없는 것이 내게 필수적인 생활 외에는 아무 의미가 없는 것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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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어떻게 해야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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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입에서 그럼 어떻게 해야 하죠? 라는 말이 나오는 데 약 1시간 30분쯤 걸렸다.
그녀의 얼굴은 처음보다 많이 평온해졌다.
우선 마음을 세워야 합니다.
즉, 우선, 내 마음이 지금의 나를 일으켜 세우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합니다.
더 이상 나빠질 게 없잖아요.
괜히 할일도 없는데 바쁘게 허둥대지 말고
돈 안주는 사람 매일 찾아가서 돈 달라고 사정하지 말고
그냥 전생에 내가 그 사람에게 진 빚이 많았구나, 그렇게 생각하고 잊어요.
그리고 그 다음에는 걸어야 합니다.
아침 밥먹고 걷고, 점심 먹고도 걷고, 저녁에 잠 안오면 또 걸으세요.
걸을 생각이 없는데요.
걸어서 뭐하나, 무슨 의미가 있나 싶어요.
그래서 마음으로 오기를 세워야 합니다.
결심을 해야 합니다.
팔자가 나쁘게 된 사람이 가만히 있으면
그 나쁜 팔자에 갇혀서 죽습니다.
그러나 걸으면 팔자가 변해요.
움직이니까.
움직이는 것은 불이니 내 팔자에 필요한 불이에요.
그리고 새벽에 깨면 나를 배신한 사람들 생각에 열 받지 말고
기도를 하세요.
성당에 다니신다고 하셨죠.
그래, 기도해라, 그 돈 꼭 받게 해달라고 집중해서 기도하면 돈 받는다.
(옆에 같이 온 아줌마가 핸드폰으로 문자를 하다 한마디 거든다.)
저렇게 기도하면 안되요.
(그 아줌마가 얼굴이 달아 오른다.)
기도를 할 때 반성을 더 많이 해야 합니다.
내가 반성할 게 뭔가, 내게 이런 고난을 내리신 이유가 뭔가, 스스로 답을 찾아야 합니다.
반성을 하면 마음이 넓어지고 맑아집니다.
그러면 내가 모르는 곳에서 서서히 지금의 문제가 풀리기 시작합니다.
사랑만 가득하신 천주님이라고 그러죠?
예.
사랑만 가득한 분인데 당신을 보고 얼마나 가슴이 아프겠어요.
그러니 원망만 하지 말고
그분의 뜻을 읽어야 합니다.
그녀가 떠난 뒤 시계를 보니 세 시간이 지났다.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서, 너무 많은 전화와 문자들이 와 있었다.
바쁜 월요일에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한 점장을 보는
직원들의 눈빛에 은근히 불만이 서려 있다.
요즘엔 졸병들 눈치까지 봐가며 일해야 하는 처지....쩝.
그래도 사람 하나 살리는 일
이보다 더 우선한 순위가 어디 있겠는가...짜식들이 뭐도 모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