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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굿바이, 리시케시 – 더 높은 곳을 향하여(마지막)

작성자청랑|작성시간25.09.19|조회수203 목록 댓글 2

나는 리시케시의 마지막 밤에 거의 깨어 있었다.

11시쯤에 잠깐 잠든 이후 새벽 1시쯤에 깨어 방안에서 내내 명상했다.

그런데 커튼으로 가렸는데도 창밖이 너무나 밝았다.

밖에서 누군가 부르는 것 같았고 못 이기는 척 밖으로 나왔다.

아쉬람은 깊게 잠들어 있고,

나무 사이로 높이 둥근 달이 둥실 떠 있고,

쉼 없이 흐르는 어머니 갠지스강 소리가 들렸다.

6년 전에도 갠지스는 저렇게 변함없이 흘렀다.

무엇이 바뀌었을까?

 

- 새벽에 잠이 깨이면 어김없이 갠지스강 소리가 들렸다.

마침 비가 오지 않은 탓인지 강물소리도 풀이 죽었다.

수만 년 전부터 갠지스는 흐르고 앞으로도 흐를 것이다.

꿈속에서 한 마리 매를 보았다.

덩치가 작아 독수리 같지는 않았다.

날갯소리도 없이 매 한 마리가 날아오더니 높고 긴 대나무 위에 앉았다.

매의 무게에 대나무 끝이 휘청거렸다.

흔들리던 대나무가 안정되자 매가 지긋이 나를 바라보았다.

 

어디서 본 듯한 깊고 날카로운 눈이었다.

눈빛은 단호하지만, 확신에 차 있고 무언가를 말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얘기가 무엇인지 내게는 들리지 않았다.

잠이 깨이자 어디서 본 듯한 매의 눈이 사진 속 마하라지의 눈과 닮았다.

마하라지는 무언가 내게 말하고 있지만

나는 아직 그의 말을 들을 귀가 열리지 못했다.

마하라지도 답답하고 나도 답답하다.

 

어떻게 하면 진리를 듣는 귀가 열릴까.

시절인연(時節因緣)의 때가 아직 당도하지 않은 걸까.

기다리면 될까.

아니면 내 노력이 부족한 걸까.

도대체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뎅그렁 뎅그렁.

오늘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가

어둠을 뚫고 길게 울려 퍼졌다.

 

나는 천천히 일어나 요가 매트를 메고 또 방문을 나섰다.

하늘은 잔뜩 흐려 있다.

별도 보이지 않고 달도 보이지 않는다.

나는 길을 잃었다. - 그럼에도, 사랑하라.

 

아마, 이 글을 썼던 때가 내 인생에서 가장 고독한 순간이었을 것이다.

앞으로 갈 수도 뒤로 돌아갈 수도 없이 내 인생에서 꽉 막힌 상황이었다.

그때 꿈에 한 마리의 매가 나타나 나를 지긋이 바라봤다.

마하라지의 눈을 닮은 매였다.

 

매가 대나무 끝에 앉자,

대나무 끝이 휘청이던 장면은 지금도 생생하게 남아 있는 매우 특별한 꿈이었다.

매는 마하라지가 절망에 빠진 나를 구제하기 위해 보낸 전령이었다.

매는 분명히 내게 어떤 메시지를 간절히 전하고 있었지만,

그때의 나는 그 의미를 읽어내지 못했다.

6년이 지난 지금은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안다.

 

6년 전에는 보이지 않던 달이 지금은 둥실 밝아있다.

저 밝은 달이 나를 밖으로 불러냈다.

달이 묻는다.

이번 여정은 어땠니?

이제 좀 길이 보이니?

여전히 길을 잃은 거니?

 

몇 시간이 지나면, 다시 나는 리시케시 아쉬람을 떠날 것이다.

언제 다시 리시케시 아쉬람에 돌아올 수 있을까?

다시 돌아왔을 때 나는 또 얼마나 변화되고 진보되어 있을까?

카이발랴난다 요기라는 이름처럼 해탈을 이루고

그 향기로 주변을 감화시키고 있을까?

 

아무것도 알 수 없고,

아무것도 확정할 수 없다.

그러나, 한가지는 분명하다.

나는 지금보다 더 높은 곳에서

더 높은 곳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을 것이다. 

 

”진리는 찾기가 어려우니,

천 명 중에서 두 명이 성공한다.

그러므로 진리를 찾는 사람은 찾을 수 있을 때까지

끝까지 찾아야 한다." - 도마복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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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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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김지원 | 작성시간 25.09.19 천명중에 두명이 진리 찾기에 성공 한다면
    생각보다 확률이 높네요~~ㅎ
    그동안 글을 아주 흥미롭게 잘 읽었습니다~~
    매번 다음회가 궁금하고 기다려졌어요~~
    여정을 함께한 한사람으로서 일정을 다시
    정리하고 비교해 볼수있는 좋은 시간이었으며,
    의식이 좀더 확장된듯 합니다~~
    그동안 글 쓰시느라 고생 하셨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청랑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5.09.19 고마워요~~
    잘 올라갔나요
    본인이 늘 좋은 계기를 만들고
    많은 힘이 되고 있다는 거 잘 알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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