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핑은 눈물 핑. 그리고 데려온 그림책은 나는 날 수 있어.
내 어릴적 별명은 울보였다.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속내를 눈물로 드러내곤 했고,
몸으로 하는 표현도 서툴러 눈물로 반응하곤 했다.
그래서 나에게 눈물은 슬픔이고, 서운함이고, 화에, 억울함 등 온갖 감정들이 다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답답했고 암울했고 쭈그러드는 느낌이었으며,
그 눈물에는 기쁨이나 즐거움, 행복함 등의 밝은 느낌은 없었다.
지금도 결혼하기 전을 떠올리면 울컥하고, 그림책을 볼 때 문득문득 슬픔이 느껴지곤 했다.
그래서 이 장면이 익숙했고 억눌린 듯한 담담함이 느껴졌고, 나의 그림 속에서도 비슷한 그늘이 나온다.
얼마 전 몸 그림책 수업에서 나는 그 그늘의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고, 내가 원하는 것을 떠올리면서 핑 눈물이 맺혔다.
그런데, 그건 기쁨이었고 자유로움이었고 즐거움이었다.
‘어! 이건 여태껏 내가 느꼈던 핑이 아니잖아!’ 와우! 나에게도 이런 밝음이 느껴지다니!
새로운 이 느낌이 신선했고, ‘나는 날 수 있어’가 “나는 춤 출 수 있어‘로 읽히면서
그렇게 뻣뻣하게만 느껴지던 내 몸도 자연스럽게 움직이고 있었다. 다시 태어난 것처럼 가볍다.
날려고 애쓰는 펭귄의 모습이 춤을 추는 듯 보이기도 한다
글을 쓰고 있는 이 시간,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안예은이 문어의 꿈을 부른다.
’나는 문어. 꿈을 꾸는 문어. 꿈속에서는 무엇이든지 될 수 있어. 나는 문어 잠을 자는 문어.
잠에 드는 순간 여행이 시작되는 거야.‘
꿈을 꾸고 춤을 추게 되면 뭐든 꿈결같이 행복한 시간들만 함께하게 될 줄 알았는데 요 며칠의 시간은 그렇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이제 내 몸 속으로, 나의 그늘로 도망가지 않고 기꺼이 맞이하고 싶고,
내 자신도 도닥거려 주고 싶고, 그리고 연습 중이다. 일단 오늘은 춤을 추자. 나는 것처럼.
종이꽃님에게 받은 ‘여섯살은 행복해’
아이의 분홍 볼따구를 선물해주셨고, 내가 건져올린 장면은 요 분홍색 곰이다.
옷가게 주인이었던 엄마는 세련미를 추구하셨고 그 덕에 나의 옷장에 분홍색 옷이 있었던 기억은 없다.
나의 기억이 얼마나 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 아들을 낳고서도 딸아이의 분홍 옷에 눈길이 더 가고
내 옷장에 분홍색 옷이 늘어가는 걸 보면서 혼자 웃곤 했다. 기억도 나지 않는 나의 욕구를 이렇게 마주하다니...
아무튼 이 커다란 분홍곰을 보고 함박웃음을 지었고, 나는 여섯 살 아이가 되어 그의 품에서 헤엄을 치고 있었다.
이리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이 참, 고맙다.
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종이꽃 작성시간 21.08.28 저도 어렸을 때 많이 울었어요. 언니 오빠의 대꾸 하나하나에 왜그렇게 서러웠는지^^
행복한 기억 만나주셔서 감사합니다♡ -
답댓글 작성자쿨쿨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1.08.29 종이꽃님 덕분이에요. 메모지 덕분에 아이의 분홍볼따구가 먼저 눈에 들어왔는데, 찬찬히 넘겨보니 곰이 딱! 기다리고 있더라고요.^^
-
작성자산 들 작성시간 21.08.29 분홍색 옷장에 슬며시 웃어봅니다.
날수 있고, 춤출 수 있고, 밝은 핑~ 눈물이 도는 쿨쿨님 이야기에 그 행복감에 저도 함께 말랑말랑해지네요. -
답댓글 작성자쿨쿨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1.08.29 백신 맞고 이틀동안 기운이 없었는데, 가슴에 두 손을 얹고 말랑말랑해지는 걸 느끼고 있어요. 고맙습니다~
-
작성자뚜셰 작성시간 21.08.29 와~~밝음..문어.. 분홍..
마치 낱말공장나라의 마법 주문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