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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인간은 침팬지보다 힘이 약할까?

작성자이덕하|작성시간08.04.28|조회수7,558 목록 댓글 2
왜 인간은 침팬지보다 힘이 약할까

왜 인간은 침팬지보다 힘이 약할까?

 

덕하

2008-04-28

 

 

 

침팬지의 .. 1

연약한 육체와 강한 정신?. 2

근육의 .. 2

인간과 침팬지의 생태적 차이.. 3

검증.. 5

 

 

 

 

 

침팬지의

 

어른 수컷 침팬지는 성인 남자보다 힘이 세 배는 더 세다고 한다. 기준에 따라 몇 배가 더 센 지에 대한 답은 달라지겠지만 침팬지가 인간에 비해 훨씬 힘이 세다는 점은 명백하다. Next of Kin』에는 성인 남자 둘이서 세 살짜리 꼬마 침팬지를 제압하지 못해서 쩔쩔매는 장면이 나온다.

 

물론 고릴라와 오랑우탄도 인간보다 힘이 훨씬 세다. 200kg이 넘는 어른 수컷 고릴라가 인간보다 힘이 훨씬 센 것은 별로 놀랄 일이 아니다. 하지만 어른 수컷 침팬지의 몸무게는 35-70kg으로 인간보다 가볍다. 그럼에도 왜 인간은 침팬지보다 훨씬 근력이 약할까?

 

 

 

 

 

연약한 육체와 강한 정신?

 

인간의 육체는 생존에 필요한 장비를 부실하게 갖추고 있는 반면 인간의 정신이 매우 강력해서 그것을 보충하고도 남는다는 식의 이야기가 여전히 통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이런 식의 이야기는 현실을 제대로 묘사하는 것도 아니며 진화론적으로 볼 때 황당하다.

 

물론 인간은 치타만큼 빠르지 않고, 추위를 막아주는 북극곰의 두꺼운 털가죽도 없고, 사자 같은 이빨도 없고, 코브라 같은 독니도 없고, 얼룩말처럼 태어나자마자 달릴 수도 없다. 하지만 이런 식의 묘사는 매우 자의적이다. 사자 역시 치타만큼 빠르지 않고, 추위에 북극곰만큼 강하지 않고, 코브라 같은 독니도 없고, 새처럼 날 수도 없고, 티라노사우르스처럼 크지도 않다. 서로 다른 상태 환경에서 살아가는 서로 다른 종의 신체적 특징을 비교하는 것은 무의미할 때가 많다.

 

인간의 육체가 다른 종의 동물에 비해 생존에 부적합하다는 객관적인 증거는 없다. 왜냐하면 객관적인 기준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새에게는 하늘을 날 수 있는 날개가 큰 도움이 되지만 물고기에게는 헤엄을 칠 수 있는 지느러미가 큰 도움이 된다. 하늘을 날 수 없으니까 물고기의 육체가 새에 비해 열등하다느니, 물 속에서 자유자재로 헤엄을 칠 수 없으니까 새의 육체가 물고기에 비해 열등하다느니 말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또한 자연 선택의 산물인 인간의 육체가 생존에 불리한 방향으로 진화했을 리가 없다. 왜냐하면 생존은 번식의 전제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번식기까지 생존해야 번식 경쟁에 참여할 수 있다.

 

 

 

 

 

근육의 대가

 

우리의 가까운 친척인 오랑우탄, 고릴라, 침팬지의 근력을 고려해 볼 때 아마 인간과 침팬지의 공동 조상은 침팬지만큼 힘이 셋을 것이다. 따라서 인간은 점점 근력을 잃어버리는 방향으로 진화했을 것이다. 얼핏 생각해 보면 인간의 육체가 생존에 불리한 방향으로 진화한 것 같다. 왜냐하면 힘이 약하면 사냥하기도 힘들고 맹수의 공격을 막아내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문제의 한 측면만 보고 하는 말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근력도 마찬가지다. 근력을 위해서는 근육을 만들어내야 하며 근육을 작동시킬 에너지도 필요하다. 쉽게 말하자면, 힘을 많이 쓰면 배가 쉽게 꺼지기 때문에 더 많이 먹어야 한다. 따라서 힘이 약해서 여러 면에서 손해를 보는 대신 음식을 적게 먹음으로써 이득을 보는 것이 유리할 때가 있을 수 있다.

 

역기 운동(weight training)을 하면 근육이 커지고 힘도 세진다. 근육이 커지면 힘을 쓰지 않을 때에도 에너지를 더 많이 소모한다. 이것은 살을 빼려고 하는 현대인에게는 희소식이다. 하지만 굶주림이 중요한 위협이었던 우리의 조상들에게는 별로 좋은 소식이 아니었을 것이다. 더 큰 근육이 있으면 맹수와 싸울 때 더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평소에 더 많이 먹어야 한다. 맹수를 때려 눕힌다 해도 굶어 죽는다면 아무 이득이 없다.

 

힘에 세면 또 다른 대가도 치러야 한다. 힘이 셀수록 뼈와 피부가 더 튼튼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더 튼튼한 뼈와 더 튼튼한 피부를 만들고 유지하려면 더 큰 비용이 들 것이다. 게다가 힘에 더 세면 뇌에서의 계산에도 더 큰 비용이 든다. 왜냐하면 더 큰 범위의 힘을 조절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동차를 들어올릴 수 있는 사람이 아기와 놀 때도 자동차를 들어 올릴 때처럼 힘을 쓴다면 곤란하다.

 

각각의 동물이 처한 생태적 환경에 따라서 근력 최적 크기가 다를 것이다. 큰 힘을 써야 할 상황이 많을수록 큰 근력이 도움이 된다. 반면 음식을 구하기 힘들수록 힘을 아끼는 것이 즉 작은 근력이 도움이 된다. 이 외에도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하여 근력의 최적 크기가 정해질 것이다.

 

 

 

 

 

인간과 침팬지의 생태적 차이

 

인간의 조상은 침팬지의 조상과는 상당히 다른 환경에서 진화했다. 진화 환경의 차이를 검토해 보면 왜 인간이 근력이 약해지는 방향으로 진화했는지를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런 문제를 다룬 문헌을 접해보지 못했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 보면 인간의 근력이 작아진 이유 몇 가지를 추측해 볼 수는 있다.

 

첫째, 인간은 나무에 잘 오르지 않는다. 침팬지의 조상은 밀림에 산 반면 인간의 조상은 사바나에서 살았다. 힘이 세지 않으면 나무에서 떨어질 가능성이 크며, 떨어지지 않더라도 나무에서 자유자재로 움직이기 힘들다. 따라서 땅에서만 살 때보다 큰 근력이 많은 도움이 된다.

 

둘째, 인간의 조상은 침팬지의 조상에 비해 굶주릴 가능성이 더 컸을 것이다. 침팬지는 초식에 거의 절대적으로 의존한다. 침팬지도 사냥을 하기는 하지만 육식이 차지하는 비율은 인간에 비해 훨씬 작다. 사냥감은 도망 다니기 때문에 사냥을 실패할 가능성도 크다. 반면 식물은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그냥 먹으면 된다. 그리고 밀림은 사바나에 비해 과일 등이 훨씬 더 풍부하다. 굶주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은 커다란 근육을 유지하는 대가가 크다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작은 근육이 도움이 된다.

 

셋째, 인간은 침팬지에 비해 육탄전을 덜 벌이는 것 같다. 침팬지 수컷들은 높은 서열을 차지하기 위해 몸싸움을 벌인다. 반면 인간의 서열은 좀 더 미묘하게 결정된다. 인간이 침팬지에 비해 더 평화로운 이유는 아마 인간이 일부일처제에 가까운 짝짓기 체제를 취하기 때문일 것이다. 침팬지의 경우 배란기의 암컷을 차지하기 위해 항상 다툰다. 반면 결혼을 해서 짝이 어느 정도 정해지는 인간의 경우 그런 다툼이 적다. 육탄전을 더 많이 벌일수록 힘이 센 것이 더 도움이 된다.

 

넷째, 인간은 도구를 사용해서 사냥을 한다. 따라서 큰 근력의 효용이 그만큼 작다. 물론 창이나 활을 사용할 때에도 근육의 힘이 필요하겠지만 맨손으로 사냥감을 때려잡을 때보다는 덜 필요할 것이다.

 

다섯째, 인간의 뇌는 무척 크다. 뇌는 에너지를 엄청나게 잡아먹는 기계다. 뇌에 에너지를 더 많이 투자한다면 다른 곳(예컨대 근육)에 투자할 에너지가 그만큼 부족하다는 얘기다. 따라서 근육의 힘을 줄이는 것이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침팬지에 비해 인간의 경우 힘이 더 세야 할 이유도 없었던 것은 아니다. 밀림에는 침팬지를 위협하는 맹수가 사실상 없다. 반면 사바나에는 인간을 위협하는 수많은 대형 포유류들이 있다. 하지만 아마 이런 요인들보다는 위에서 나열한 요인들이 더 컸기 때문에 인간의 힘이 점점 약해진 것 같다.

 

강한 정신이 약한 육체를 보상한다는 식의 설명은 매우 제한된 의미에서는 참일 수 있다. 왜냐하면 뇌에도 에너지가 필요하고 근육에도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뇌에 더 많은 에너지를 쓴다면 근육에 쓸 에너지가 그 만큼 줄어든다.

 

 

 

 

 

검증

 

위에서 인간의 힘이 줄어든 그럴 듯한 이유를 추측해 보긴 했지만 과학적으로 입증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전혀 길이 없는 것은 아니다.

 

만약 나무 가설(인간이 나무에 오르지 않기 때문에 힘이 약하다)맞다면 대체로 나무에 잘 오르지 않는 영장류가 나무에 많이 오르는 영장류에 비해 힘이 약할 것이다.

 

만약 먹이의 안정성 가설(인간은 굶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힘이 약하다)맞다면 대체로 먹이가 덜 안정적인 종이 힘이 약할 것이다.

 

만약 육탄전 가설(인간은 침팬지에 비해 서로 몸싸움을 덜 벌이기 때문에 힘이 약하다)맞다면 대체로 좀 더 평화로운 종이 힘이 약할 것이다.

 

만약 뇌 가설(인간의 뇌가 너무 많은 에너지를 잡아 먹어서 힘이 약하다)맞다면 대체로 뇌가 큰 종일수록 힘이 약할 것이다.

 

수 많은 종들 특히 영장류 종들을 비교 연구함으로써 위의 가설들이 얼마나 설득력이 있는지를 따져 볼 수 있다. 어쩌면 호모 사피엔스(현생 인류)와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네안데르탈인)를 비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네안데르탈인의 골격 구조 등을 연구해서 그들의 근력을 추론해 낼 수 있을 것이며 여러 고고학적 증거를 바탕으로 그들의 생태 환경을 추론해낼 수 있을 것이다.

 

아마 머리를 잘 짜내면 비교 연구 말고도 위의 가설들을 검증할 방법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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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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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마의키 | 작성시간 08.05.29 참으로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덕하님의 글에 제 의견을 한번 말해본다면, 인간의 근력이 침팬지나 기타 유인원에 비해서 약해진것은 직립보행이 결정적이지 않았을까요? 침팬지도 두발로 설수 있습니다만, 침팬지의 근육은 두다리와 허리 등 상체가 분리된 자연스런 움직임은 아닙니다. 곧 엎드려 있을때 가장 힘이 쎄죠. 인간이 두 팔을 지면에서 완전히 떼면서 근육의 분포도도 자연히 분산 될 수 밖에 없지 않았을지... 물론 제 생각입니다..
  • 작성자빈센트 | 작성시간 09.09.02 확실치 않지만 호모 사피엔스의 화석에서 네안데르탈인의 뼈가 나온 적이 더러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호모 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을 잡아먹었다는 추측이 있습니다. 서로 같은 종의 인간이라는 생각을 못했던 거죠. 그만큼 달랐단 얘기도 되고. 그렇다면 힘이 더 셋기 때문에 잡아 먹을 수 있었는지, 아니면 머리가 더 좋았기 때문에 잡아먹을 수 있었는지가 관건인거 같습니다. 그리고 위 님의 말씀이 그럴듯하게 들리는군요. 어느 진화론 다큐멘터리에서 직립보행의 대가가 바로 그런 것이었다고 하는 얘길 들은 적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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