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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 심리학의 이론적 기초』 --- 적응과 부산물

작성자이덕하|작성시간08.08.22|조회수821 목록 댓글 0
적응과 부산물

적응과 부산물

 

2008-08-22

이덕하

 

 

 

적응 만능주의라는 비판.. 1

오류는 양쪽으로 범할 있다.. 2

진화 심리학자들은 부산물일 가능성을 무시하지 않는다.. 3

적응은 특별한가?. 4

 

 

 

 

 

적응 만능주의라는 비판

 

Richard LewontinStephen Jay Gould는 진화 심리학(또는 사회생물학)이 적응 만능주의의 오류를 범했다고 비판했다. 그들이 적응론(adaptationism, 적응주의)이라는 단어를 쓸 때에는 적응 만능주의 즉 (거의) 모든 것을 적응으로 설명하려는 경향을 뜻한다. 진화 심리학자들은 적응론이라는 단어를 상당히 다른 의미로 쓴다.

 

비판자들에 따르면 (넓은 의미의) 진화 심리학자들은 인간의 (거의) 모든 특성을 적응(adaptation)이라고 보는 경향이 있다. 부산물(by-product)일 가능성을 무시한다는 것이다. 진화 심리학자들은 적응 가설을 만들어놓고 그저 그럴 듯하면(just so story) 그것이 옳다고 속단하는 경향이 있으며, 하나의 적응 가설이 반박되면 곧바로 다른 적응 가설을 만들어내고 그 가설도 반박되면 또 다른 적응 가설을 만들어내는 일을 반복한다는 것이다. 인간의 상상력은 무한하므로 적응 가설은 무한정 만들어낼 수 있다.

 

(좁은 의미의) 진화 심리학자들은 사회생물학자들을 비슷한 방식으로 비판했다. 대체로 (좁은 의미의) 진화 심리학자들에 비해 사회생물학자들은 같은 현상을 적응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이런 면에서 LewontinGould의 사회생물학 비판은 Leda Cosmides, John Tooby, Donald Symons의 사회생물학 비판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나 역시 사회생물학자들이 어느 정도 적응 만능주의의 편향에 빠졌다는 점을 인정한다.

 

하지만 LewontinGould를 비롯한 비판자들은 (넓은 의미의) 진화 심리학 전체가 수십 년 간에 걸쳐 적응 만능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나는 이런 비판은 엄청난 과장이라고 생각한다.

 

 

 

 

 

오류는 양쪽으로 범할 있다

 

물론 실제로는 부산물인데 적응으로 오인할 가능성이 있으며 실제로 많은 진화론자들이 이런 오류를 범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적응인데 부산물로 오인할 가능성도 있다. 인간의 상상력은 매우 풍부하기 때문에 온갖 적응 가설을 만들어낼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의 상상력은 부산물 가설을 만들어내는 데에도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인간은 온갖 부산물 가설도 만들어낼 수 있다.

 

한국에서는 머리 작은 사람이 인기를 끌고 있는 듯하다. 상상력을 발휘하여 적응 가설을 만들어보겠다. 머리가 작으면 뇌가 작다. 뇌가 작으면 머리가 나쁘다. 머리가 나쁘면 통제하기 쉽다. 따라서 사람들은 통제하기 쉬운 사람과 결혼하여 속 편하게 살기 위해 머리 작은 사람을 좋아하는 것이다.

 

인간은 큰 뇌를 이용해서 복잡한 언어를 사용한다. 상상력을 발휘하여 부산물 가설을 만들어보겠다. 뇌가 크면 들고 다니기 힘들다. 큰 뇌는 일종의 핸디캡이라고 볼 수 있다. 사람들은 자신이 얼마나 튼튼한지를 보여주기 위해서 큰 뇌를 진화시켰다. 수컷 공작이 큰 꼬리를 진화시켰듯이 말이다. 인간의 언어 능력과 추론 능력은 이렇게 진화한 큰 뇌의 부산물일 뿐이다.

 

위에서 만들어낸 적응 가설과 부산물 가설은 성공할 가망성이 거의 없어 보인다. 상상력만 발휘하면 온갖 쓸모 없는 적응 가설들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온갖 쓸모 없는 부산물 가설들도 만들어낼 수 있다.

 

하나의 또는 여러 개의 적응 가설이 실패했다고 곧 해당 특성이 부산물인 것은 아니다. 이것은 물론 그 반대로도 마찬가지다. 여러 개의 부산물 가설이 실패했다고 곧 해당 특성이 적응인 것은 아니다. 적응 가설이 계속 실패함에도 계속 적응 가설을 만든다고 비난할 수는 없다. 학자들은 자신의 직관에 따라 가설을 만들 권리가 있다. 문제는 그 가설을 얼마나 엄밀하게 검증(입증/반증)하느냐다.

 

어설픈 적응 가설이 받아들여지다가 폐기된 예는 많이 있다. 집단선택론자들은 온갖 현상들을 집단을 위한 적응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거의) 다 폐기되었다. 그 반대 사례도 많다. 과거에는 아무 짝에도 쓸모 없다고 여겼던 특성들의 기능이 새로 밝혀진 예도 많다.

 

 

 

 

 

진화 심리학자들은 부산물일 가능성을 무시하지 않는다

 

여러 진화론자들이 동성애에 대한 적응 가설들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가설들이 거의 사장된 듯하다. 남자의 강간이 적응인지 부산물인지 여부를 두고는 여전히 논쟁 중이다. 정신병질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넓은 의미의) 진화 심리학 내에서 어떤 특성이 적응인지 아니면 부산물인지를 두고 치열하게 논쟁을 벌인다. 그리고 수 많은 특징들이 부산물임을 인정한다.

 

사물과 현상은 온갖 측면에서 볼 수 있는 반면 특수한 측면만 적응이기 때문에 어떤 면에서는 부산물이 적응보다 훨씬 많다. 신체를 적응들로 분할하기 위해서는 자연적 경계(natural joint)대로 분할해야 한다. 반면 인위적 분할 방식은 무한하다. 인간을 가로, 세로, 높이가 1cm인 입방체로 분할할 수도 있고, 0.1cm인 입방체로 분할할 수도 있고, 0.2cm인 입방체로 분할할 수도 있고, 0.01cm인 입방체로 분할할 수도 있고, 0.0057인 입방체로 분할할 수도 있다. 그런 식으로 분할된 입방체들이 적응일 가망성은 사실상 없다.

 

진화 심리학자들은 미적분, 피아노 연주, 운전 등이 적응이라고 생각할 만큼 바보가 아니다. 그런 것들은 최근에 생겼기 때문에 적응일 리가 없다. 진화 심리학자들이 우선 적응 후보로 생각하는 것들은 질투, 근친상간 회피, 사랑, 공격성처럼 여러 종에서 관찰되는 것들이다. 제비의 질투가 적응이라면 인간의 질투도 적응일 가망성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판자들은 이런 가능성을 고려하는 것조차도 못마땅해 한다.

 

중요한 것은 적응으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어떤 기준들을 만족시켜야 하는지를 명확히 하는 것이다. LewontinGould는 「The Spandrels of San Marco and the Panglossian Paradigm: A Critique of the Adaptationist Programme(1979)」라는 글에서 마치 자신들이 어설픈 적응 개념을 처음으로 제대로 비판한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이미 13년 전에 George C. Williams가 『Adaptation and Natural Selection(1966)』라는 책에서 그 문제를 상세히 파헤쳤다. 그리고 사회생물학자들과 진화 심리학자들은 Williams의 이 책을 성경처럼 떠받들고 있다. 특히 사회생물학자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모한 적응 가설들을 만들어내는 경향이 있긴 했지만 (좁은 의미의) 진화 심리학자들의 날카로운 비판의 표적이 되었다. 사회생물학자들이 그런 오류에서 어느 정도 벗어난 것은 Lewontin이나 Gould의 비판 때문이라기보다는 Cosmides, Tooby, Symons와 그들을 따르는 (좁은 의미의) 진화 심리학자들의 비판 때문이었다.

 

 

 

 

 

적응은 특별한가?

 

부산물 가설은 적응 개념 없이 성립할 수 없다. 피의 색이 빨간 것은 부산물이다. 하지만 이것은 피의 기능(산소 운반 등)을 고려하지 않으면 설명할 수 없다. 즉 부산물은 어떤 적응들의 부산물일 수밖에 없다. 강간이 만약 부산물이라면 그것은 인간의 성충동 메커니즘(적응) 등의 부산물일 것이다.

 

생물학자나 심리학자가 부산물이나 유전적 부동보다는 적응에 더 관심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이것은 컴퓨터를 광고할 때 그 부품들의 성능을 광고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사람들은 하드디스크 용량, CPU의 성능, 메모리 용량 등 즉 진화 생물학의 적응과 기능에 해당하는 것들에 주목한다. 부품에 우연히 묻은 지문(유전적 부동에 해당)이나 CPU의 무게(부산물에 해당) 등에 주목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온갖 부산물들을 포함하여 심리적 현상들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적응들(선천적 심리적 메커니즘들)이 무엇인지를 잘 정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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