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막눈 울 엄마 / 허 화석
글을 읽지 못하던 울 엄마는
가마솥 샛노란 조밥 가장자리에
한 움큼의 이팝으로
아버지의 밥상에만 하얗게 꽃을 피웠다
돈을 벌러 객지 나간 딸이 어쩌다 소식이라도 보내고
군대 간 아들이 보내온 하얀 편지봉투는 개봉도 못 한 채
막내아들이 학교에서 돌아오기만 기다리는 울 엄마의 까막눈
바다 밑 미역은 그리도 잘 보이면서
감자 심고 옥수수 수확하는 시기는 잘도 알면서
손안에 들린 편지 한 장을 읽지 못하는 갑갑한 심정을 누가 알까
교복이 군복이었고
군인이라 하기엔 너무 어린 나이
힘들고 어려울 때 그나마 고향에 계신
부모님 생각에 용기를 잃지 않았었는데
아카시아꽃 피고 샛바람 불던 날
울 엄마는
나를 버리시고 별의 고향으로 떠나셨다
그러한 난 세상을 다 잃어버린 듯
방황의 날들은 무수한 꽃비도 비껴가야만 했다
형광등 불빛만이 깜박이는
별빛으로 새겨진 그리움은
어둠 속에서 아롱져 가슴으로 떨어지는
엄마의 까막눈 속에 떠오르는 또 하나의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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