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정원의 여왕》
3부. 바람의 궁전
구름문이 완전히 열리자 눈앞에는 믿을 수 없는 풍경이 펼쳐졌다.
하늘로 이어지는 계단.
바람으로 만들어진 길.
그리고 구름 위에 떠 있는 거대한 궁전.
아리아와 루미는 한동안 말을 잊었다.
궁전은 마치 하늘 그 자체로 만들어진 듯했다. 은빛 탑들은 구름 사이에서 반짝였고, 푸른 수정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맑은 소리를 냈다.
띠링—
띠링—
마치 별들이 노래하는 것 같았다.
루미는 두 손을 모으며 감탄했다.
“정말 바람의 궁전이었어요.”
아리아는 천천히 계단을 올랐다.
그녀가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바람꽃이 피어났다.
신기하게도 계단은 무너지지 않았다.
오히려 바람이 그녀를 받쳐 주고 있었다.
한참을 걸어 마침내 궁전의 문 앞에 도착했다.
그 문은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처럼 거대했다.
문 중앙에는 날개를 펼친 독수리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그 순간.
쿠르릉—
하늘이 울렸다.
궁전의 문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안쪽에는 거대한 홀 하나가 있었다.
천장은 보이지 않을 만큼 높았고, 수천 개의 바람 수정이 떠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홀 한가운데.
한 노인이 앉아 있었다.
그의 머리카락은 구름처럼 희었고, 눈동자는 하늘처럼 푸르렀다.
망토는 바람으로 짜여 있었고, 발밑에는 작은 회오리바람이 춤추고 있었다.
루미는 속삭였다.
“바람의 왕…”
노인은 조용히 눈을 떴다.
그러자 홀 전체에 바람이 퍼져 나갔다.
“달빛 정원의 여왕이여.”
그의 목소리는 바람처럼 부드러웠다.
“오래 기다리고 있었다.”
아리아는 정중히 인사했다.
“저를 알고 계셨나요?”
노인은 미소 지었다.
“달빛 정원의 꽃들은 오래전부터 내 친구들이었단다.”
아리아는 곧바로 물었다.
“검은 안개가 별빛을 훔치고 있습니다.”
바람의 왕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다.”
그 순간 그의 얼굴에 슬픔이 스쳤다.
“하지만 너는 아직 모든 진실을 알지 못한다.”
아리아는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바람의 왕은 천천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주 오래전.
세상에는 빛과 어둠이 함께 살고 있었다.
빛은 꽃과 별을 만들었고,
어둠은 밤과 꿈을 만들었다.
둘은 서로 다른 존재였지만 조화를 이루며 살아갔다.
그런데 어느 날.
어둠을 다스리던 한 소녀가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세레나였다.
세레나는 밤하늘을 사랑했다.
별들을 사랑했고 꽃들을 사랑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녀를 두려워했다.
어둠의 힘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결국 세레나는 외로운 마음을 품게 되었다.
그리고 어느 날.
그 외로움은 슬픔이 되었고,
슬픔은 분노가 되었으며,
분노는 검은 안개가 되었다.
아리아는 숨을 삼켰다.
“그럼 검은 안개는…”
“세레나의 슬픔이다.”
바람의 왕은 낮게 말했다.
홀 안이 조용해졌다.
루미도 말이 없었다.
지금까지 검은 안개는 단순한 괴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누군가의 아픈 마음이었다.
바람의 왕은 말을 이었다.
“그래서 힘으로는 이길 수 없다.”
“왜요?”
“슬픔은 베어 없앨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리아는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
그녀는 꽃들을 떠올렸다.
시들어 가던 꽃들.
빛을 잃어 가던 별들.
그리고 홀로 울고 있을지도 모르는 세레나를.
그때였다.
궁전 밖에서 거센 바람이 몰아쳤다.
쿠우우웅!
수정창이 흔들렸다.
바람의 왕이 창밖을 바라보았다.
“벌써 왔구나.”
아리아도 창문으로 달려갔다.
멀리 하늘 끝.
검은 안개가 움직이고 있었다.
거대한 파도처럼.
별빛을 집어삼키며.
그리고 안개 속에는 검은 장미로 뒤덮인 성 하나가 서 있었다.
꿈속에서 보았던 바로 그 성이었다.
아리아의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바람의 왕은 천천히 일어섰다.
그리고 자신의 지팡이를 아리아에게 건넸다.
푸른 수정이 박힌 지팡이였다.
“이것은 바람의 지팡이다.”
“제가 받아도 되나요?”
“이제 네가 필요한 때가 왔다.”
아리아는 조심스럽게 지팡이를 받았다.
그 순간.
푸른 빛이 그녀의 손끝으로 스며들었다.
마치 바람이 인사하는 것 같았다.
바람의 왕은 마지막으로 말했다.
“기억하여라.
진정한 빛은 어둠을 없애는 힘이 아니라
어둠 속에서도 길을 찾게 하는 마음이라는 것을.”
그 말은 아리아의 가슴 깊이 새겨졌다.
그리고 그날 밤.
아리아와 루미는 검은 장미의 성으로 향할 준비를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은 아직 알지 못했다.
그 성으로 가기 위해서는 먼저 얼음 호수의 수호자를 만나야 한다는 사실을.
달의 거울을 찾는 여정은 더욱 깊은 시련 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얼음 아래 잠들어 있는 은빛 백조가 곧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