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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꽃의 나라를 지키는 이이 5

작성자박미정|작성시간26.06.08|조회수15 목록 댓글 0

《달빛 정원의 여왕》

5부. 꽃의 나라를 지키는 아이

검은 안개가 얼음 나라의 하늘을 뒤덮기 시작했다.

조금 전까지 은빛으로 빛나던 눈밭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은빛 백조 레아는 거대한 날개를 펼쳤다.

깃털 사이에서 수많은 빛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검은 안개는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처럼 꿈틀거리며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세레나가 서 있었다.

검은 장미 왕관을 쓴 여인.

그녀의 눈동자에는 깊은 슬픔이 담겨 있었다.

이상하게도 아리아는 그녀가 무섭지 않았다.

오히려 가슴이 아팠다.

세레나는 잠시 아리아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조용히 입을 열었다.

“왜 나를 막으려 하는가.”

아리아는 대답했다.

“당신이 별빛을 가져가고 있기 때문이에요.”

세레나는 씁쓸하게 웃었다.

“그 별빛은 원래 나의 것이었다.”

그 말과 함께 안개가 더욱 짙어졌다.

하지만 레아가 앞으로 나섰다.

“세레나.

아직도 과거를 놓지 못하는구나.”

순간 세레나의 얼굴이 흔들렸다.

아주 잠깐이었다.

그러나 아리아는 보았다.

그녀의 눈 속에 숨어 있는 외로움을.

그때였다.

멀리서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여왕님!”

누군가 눈밭을 달려오고 있었다.

작고 가느다란 그림자 하나.

금빛 머리카락을 가진 어린 소녀였다.

소녀는 숨을 헐떡이며 아리아 앞에 멈춰 섰다.

손에는 작은 꽃 한 송이를 들고 있었다.

루미가 놀라 외쳤다.

“꽃의 아이!”

아리아는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소녀는 수줍게 인사했다.

“저는 루시아예요.”

그녀가 웃는 순간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얼음 위에 작은 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한 송이.

두 송이.

세 송이.

눈밭 가득 작은 꽃들이 얼굴을 내밀었다.

레아가 놀란 듯 말했다.

“설마…

마지막 꽃의 아이가 아직 살아 있었구나.”

루시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할머니가 말씀하셨어요.

언젠가 별빛을 지키는 여왕이 찾아올 거라고.”

아리아는 무릎을 꿇고 아이의 눈을 바라보았다.

“꽃의 아이라는 게 무엇이니?”

루시아는 자신이 들고 온 꽃을 보여 주었다.

“저는 슬픈 꽃을 웃게 만들 수 있어요.”

아리아는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레아의 표정은 진지했다.

“꽃의 아이는 아주 특별한 존재다.

세상 모든 꽃의 마음을 이어 줄 수 있는 유일한 존재.”

그 순간.

세레나가 처음으로 루시아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루시아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세레나에게 다가갔다.

루미가 소리쳤다.

“위험해!”

하지만 아이는 멈추지 않았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마침내 세레나 앞에 선 루시아는 작은 꽃을 내밀었다.

세레나는 당황했다.

수백 년 동안 누구도 자신에게 꽃을 준 적이 없었다.

“왜…”

루시아가 환하게 웃었다.

“슬퍼 보이니까요.”

세레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검은 안개가 순간 흔들렸다.

마치 그녀의 마음도 흔들리는 것 같았다.

루시아는 조용히 말했다.

“꽃들은 미워하지 않아요.”

세레나의 눈동자가 떨렸다.

“나를 두려워하지도 않고요.”

차가운 바람이 지나갔다.

그리고 아주 오랜 시간 묻혀 있던 기억 하나가 세레나의 마음속에서 깨어났다.

어린 시절.

밤하늘 아래에서 꽃들과 이야기하던 기억.

혼자 외로울 때 꽃들이 친구가 되어 주었던 기억.

하지만 그 기억은 너무 오래전 일이었다.

세레나는 고개를 돌렸다.

“그만.”

그러나 루시아는 꽃을 내민 채 말했다.

“꽃은 시들어도 다시 피어요.”

그 말은 마치 마법 같았다.

세레나의 눈가에 작은 눈물이 맺혔다.

아리아는 조용히 바라보았다.

검은 안개는 괴물이 아니었다.

누군가의 상처였다.

누군가의 오래된 외로움이었다.

그때 레아가 아리아에게 속삭였다.

“달의 거울 조각은 세 개다.”

아리아는 고개를 들었다.

“세 개요?”

“하나는 네가 얻었다.

나머지 두 개를 찾아야만 진실을 볼 수 있다.”

하늘에서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검은 안개는 다시 천천히 물러나고 있었다.

세레나는 마지막으로 아리아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조용히 말했다.

“다음에 만날 때는…

진실을 알게 될 것이다.”

그녀의 모습은 안개 속으로 사라졌다.

얼음 나라에는 다시 침묵이 찾아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어둠만 남은 침묵이 아니었다.

희망이 함께 있는 침묵이었다.

루시아가 아리아의 손을 잡았다.

“저도 같이 가도 될까요?”

아리아는 환하게 웃었다.

“물론이지.”

그렇게 하여 새로운 동행이 시작되었다.

꽃의 아이 루시아.

달빛 정원의 여왕 아리아.

꽃요정 루미.

그리고 은빛 백조 레아.

그들은 달의 거울 두 번째 조각이 숨겨져 있다는 꿈의 숲을 향해 길을 떠난다.

하지만 그 숲에는 잠든 기억들을 먹고 사는 그림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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