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정원의 여왕》
6부. 꿈의 숲과 검은 장미의 비밀
아리아와 루미, 루시아, 그리고 은빛 백조 레아는 북쪽 얼음 나라를 떠나 꿈의 숲으로 향했다.
그 숲은 지도에도 없는 곳이었다.
낮에도 별빛이 비추고, 밤에도 꽃이 잠들지 않는 신비로운 숲.
하지만 동시에 가장 위험한 장소이기도 했다.
사람들은 그곳을 기억의 숲이라고도 불렀다.
한 번 들어가면 가장 소중한 기억을 잃어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숲 입구에 도착했을 때였다.
수천 개의 나비가 하늘을 날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나비들의 날개에는 그림이 새겨져 있었다.
웃고 있는 아이.
꽃을 안고 있는 소녀.
별을 바라보는 노인.
모두 누군가의 기억이었다.
루시아가 속삭였다.
“저 나비들은 잊혀진 기억이에요.”
아리아는 가슴이 먹먹해졌다.
누군가의 행복했던 순간들이 나비가 되어 숲을 떠돌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숲 안으로 들어갔다.
숲은 아름다웠다.
은빛 나무들이 하늘을 향해 자라고 있었고, 꽃들은 달빛을 머금은 듯 반짝였다.
그러나 한 걸음 들어설 때마다 이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기억나니?”
“잊어버렸니?”
“정말 괜찮은 거니?”
루미는 귀를 막았다.
“싫어요.”
레아는 조용히 말했다.
“이 숲은 마음속의 상처를 보여 준다.”
그때였다.
아리아의 앞에 작은 문 하나가 나타났다.
꽃으로 장식된 문이었다.
문이 열리자 오래된 풍경이 보였다.
어린 시절의 달빛 정원.
그리고 어린 아리아.
아리아는 깜짝 놀랐다.
그녀가 달의 거울을 얻기 위해 내어준 기억이었다.
분명 사라졌어야 할 기억이었다.
하지만 그 기억은 숲 어딘가에 살아 있었다.
어린 아리아는 꽃들과 웃고 있었다.
“안녕.”
작은 아리아가 손을 흔들었다.
현재의 아리아는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그 순간.
숲 깊은 곳에서 검은 그림자가 움직였다.
수많은 그림자들이 모여 하나의 형체를 만들었다.
기억을 먹고 사는 존재들.
꿈의 숲의 그림자였다.
그림자들은 여행자들을 둘러싸기 시작했다.
루미는 겁에 질렸다.
“여왕님!”
그러나 루시아가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 작은 꽃씨 하나를 땅에 심었다.
놀랍게도 순식간에 꽃이 피어났다.
그 꽃에서 따뜻한 빛이 흘러나왔다.
그림자들은 빛을 견디지 못하고 물러났다.
레아가 말했다.
“꽃의 아이의 힘이 성장하고 있구나.”
하지만 그때.
숲 가장 깊은 곳에서 검은 장미 하나가 피어났다.
그 장미는 다른 꽃들과 달랐다.
슬픔으로 만들어진 꽃이었다.
아리아가 다가가자 장미가 말을 걸었다.
“세레나를 미워하느냐?”
아리아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두렵지 않느냐?”
“슬퍼.”
장미는 흔들렸다.
“왜?”
아리아는 조용히 말했다.
“누구도 태어날 때부터 어둠이 아니니까.”
순간 숲 전체가 빛나기 시작했다.
은빛 나무들이 반짝이고 수많은 기억의 나비들이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검은 장미가 천천히 열렸다.
꽃잎 속에는 수정 조각 하나가 들어 있었다.
달의 거울 두 번째 조각이었다.
아리아는 조심스럽게 그것을 꺼냈다.
그러자 첫 번째 조각과 공명하며 빛을 냈다.
그 순간.
환영 하나가 나타났다.
젊은 시절의 세레나였다.
검은 장미 왕관도 없고, 검은 안개도 없는 모습.
그녀는 꽃들 사이에서 환하게 웃고 있었다.
루시아가 놀랐다.
“예뻐요…”
세레나는 원래 아름다운 꽃의 수호자였던 것이다.
그러나 환영 속 장면은 곧 바뀌었다.
사람들이 세레나를 손가락질했다.
“어둠의 아이야.”
“재앙을 부르는 존재.”
“가까이 가지 마.”
어린 세레나는 울고 있었다.
꽃들만이 그녀 곁을 지켜 주고 있었다.
아리아는 가슴이 아팠다.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세레나가 왜 검은 안개가 되었는지.
어째서 별빛을 가져가고 있는지.
그녀는 세상을 미워한 것이 아니라,
세상에게 상처받은 채 너무 오래 혼자였던 것이다.
환영은 사라졌다.
그리고 두 번째 조각이 더욱 밝게 빛났다.
레아가 말했다.
“이제 마지막 조각만 남았다.”
루미가 물었다.
“어디에 있나요?”
레아의 표정이 무거워졌다.
“검은 장미의 성.”
모두가 조용해졌다.
마침내 모든 여정의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동시에 가장 위험한 길도 시작되고 있었다.
검은 안개의 중심.
세레나가 기다리는 곳.
그리고 달의 거울 마지막 조각이 숨겨진 곳.
아리아는 두 개의 조각을 품에 안았다.
그리고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사라졌던 별들 중 몇 개가 다시 빛나고 있었다.
희망은 아직 살아 있었다.
하지만 마지막 시험은 이제부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