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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그림자 까마귀와 은빛 깃털 4

작성자박미정|작성시간26.06.08|조회수11 목록 댓글 0

《루시아와 첫 번째 별꽃》

4부. 그림자 까마귀와 은빛 깃털

끼이이익—!

그림자 까마귀의 울음소리가 하늘을 가득 메웠다.

검은 날개가 펼쳐질 때마다 별빛으로 이루어진 길이 흔들렸다.

안개는 소용돌이쳤고, 바람도 기억하지 못하는 길은 마치 무너질 듯 떨렸다.

루시아는 가슴에 품은 별빛 씨앗을 꼭 안았다.

씨앗은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반짝.

반짝.

빛도 전보다 약해졌다.

하얀 길잡이는 재빨리 루시아 앞으로 날아왔다.

“조심해!”

“저 녀석은 별빛을 먹고 살아.”

아린은 나침반을 꺼냈다.

은빛 바늘이 미친 듯이 흔들리고 있었다.

“씨앗을 노리고 있어!”

그림자 까마귀는 거대한 날개를 퍼덕이며 하늘을 맴돌았다.

붉은 눈동자는 루시아만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오래전부터 그녀를 기다렸던 것처럼.

그때였다.

루시아의 품속에서 별빛 씨앗이 갑자기 밝게 빛나기 시작했다.

씨앗은 하늘을 향해 작은 빛줄기를 보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림자 까마귀의 몸속에서 희미한 빛 하나가 반응했다.

반짝.

아주 약한 별빛이었다.

루시아는 깜짝 놀랐다.

“저 안에 뭔가 있어!”

하얀 길잡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사라진 별이 갇혀 있단다.”

아린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

“별이 왜 저 안에 있는 거야?”

길잡이 새는 슬픈 눈빛으로 말했다.

“저 까마귀는 원래 그림자가 아니었어.”

바람이 잠시 멈추었다.

“아주 오래전에는 하늘의 수호새였지.”

루시아는 놀랐다.

“수호새요?”

“그래.”

“별들이 길을 잃지 않도록 밤하늘을 지키던 새였단다.”

하지만 어느 날.

별들이 하나둘 사라지기 시작했고,

수호새는 그것을 막지 못했다.

슬픔은 후회가 되었고,

후회는 어둠이 되었으며,

어둠은 그림자가 되었다.

그렇게 수호새는 그림자 까마귀가 되었다.

루시아는 가슴이 아팠다.

세레나의 이야기와 닮아 있었다.

세상에는 괴물로 태어나는 존재보다,

상처 때문에 괴물이 되어 버리는 존재가 더 많았다.

그 순간.

그림자 까마귀가 돌진해 왔다.

쿠우우웅!

거대한 검은 날개가 별빛 길을 덮쳤다.

아린은 루시아를 감싸 안았다.

길이 흔들렸다.

안개가 사방으로 흩어졌다.

하지만 루시아는 도망치지 않았다.

오히려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루시아!”

아린이 놀라 외쳤다.

그러나 루시아는 조용히 씨앗을 꺼냈다.

별빛 씨앗은 따뜻하게 빛나고 있었다.

루시아는 씨앗을 두 손에 올려놓고 말했다.

“무섭지 않아.”

그림자 까마귀가 멈칫했다.

“너도 외로운 거지?”

붉은 눈동자가 흔들렸다.

“별을 지키고 싶었는데 지키지 못했던 거지?”

순간.

하늘이 조용해졌다.

그림자 까마귀는 공격하지 않았다.

오히려 고개를 숙였다.

그 커다란 눈동자 속에는 슬픔이 가득 차 있었다.

그때.

별빛 씨앗에서 작은 빛 하나가 날아올랐다.

빛은 그림자 까마귀의 가슴으로 스며들었다.

그러자 검은 깃털 사이에서 은빛 깃털 하나가 나타났다.

한 장.

또 한 장.

그리고 또 한 장.

검은 그림자 속에 숨어 있던 진짜 모습이 깨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끼이익…

이번 울음소리는 전과 달랐다.

슬픔이 아니라 그리움이 담겨 있었다.

그 순간.

그림자 까마귀의 가슴에서 눈부신 별 하나가 튀어나왔다.

반짝—

사라졌던 별이었다.

작은 별은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제자리로 돌아갔다.

밤하늘이 조금 더 밝아졌다.

별 하나가 돌아온 것이다.

그림자 까마귀의 몸에서도 변화가 일어났다.

검은 그림자가 벗겨지기 시작했다.

붉은 눈동자는 푸른빛으로 변했고,

은빛 깃털이 날개를 가득 채웠다.

마침내 그곳에는 아름다운 수호새 한 마리가 서 있었다.

하얀 길잡이는 미소 지었다.

“돌아왔구나.”

수호새는 루시아 앞에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가장 아름다운 은빛 깃털 하나를 떨어뜨렸다.

깃털은 빛나며 루시아의 손 위에 내려앉았다.

그 순간.

별빛 씨앗이 더욱 강하게 빛났다.

깃털과 씨앗이 서로 공명하고 있었다.

그리고 허공에 새로운 지도가 나타났다.

이번에는 훨씬 선명했다.

보랏빛 계곡.

별의 강.

그리고 저 멀리—

빛나는 정원 하나.

하얀 길잡이가 숨을 삼켰다.

“드디어 보이는구나.”

루시아의 눈이 반짝였다.

“저곳이…”

“그래.”

“잃어버린 별의 정원.”

첫 번째 별꽃이 잠들어 있는 곳이었다.

하지만 지도 끝에는 또 하나의 표시가 있었다.

검은 수정으로 된 탑.

그리고 그 아래 적힌 오래된 문장.

“별꽃은 잠들어 있지만, 별의 왕은 깨어 있다.”

루시아는 알 수 없는 예감에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모험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오히려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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